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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준 Mar 08. 2022

(퍼온 글)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다면

[너무 공감이 가서 옮겨 왔습니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분들은 꼭 읽어 주시기 바래요.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이재명이 대통령 된다면.. 생각해보니 이건 미국에 오바마 됐을 때보다 더 엄청난 일이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다 하여도 그는 어디까지나 잘 배운 백인 어머니를 두었다. 그 외할아버지도 '내가 다녀보고 싶다!' 할만큼 좋은 보딩스쿨을 다녔고 하버드를 나온 변호사였다. 좋은 자리 마다하고 시카고 빈민운동을 했던 것만 이재명과 닮았다.


그러니까 피부색이 같아서 잘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면면히 신분제 사회의 흔적이 남아있고 오히려 강화되는 추세이기도 한 한국에서, 어쩌면 최초로 중고등학교도 건너뛴 진정한 기층민 출신 대통령이 나오는 셈이다. 노무현더러 상고 출신 운운했지만 40년대생들 대졸자가 20퍼센트도 안되었다던데, 그는 그냥 보통 서민출신이었던 거다. 이재명은 그와 차원을 달리한다.


젊은 세대는 옛날엔 다 못살았는 줄 알던데 전혀 아니다. 동갑인 내가 보증한다. 정말 그의 웹 자서전의 이야기는 듣도 보도 못했다. 부모님이 항상 세상에는 가난하고 가엾은 사람들이 많다고 하셨지만 그냥 그런가 했을 뿐.


그의 가족이 성남 생활 4년만에 지하실에서 나와 지상의 방으로 옮겨갔을 때 찍었다는 그 사진, 분명 우리 어머니 또래일 쪽진 어머니 옆에서 밥을 퍼먹고 있는 그 사진.. 그게 80년 사진이라 해서 놀라울 따름이다. 사진 설명이 없다면 6.25 피난민 사진인 줄 알았을 것이다.


나와 내 친구들의 생일잔치 사진을 보면 지금 아이들과 별로 다를 것도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여러번 이야기 했지만 내가 이재명을 찍는 이유 중 하나는 미안함 때문이다. 몇백원 육성회비 못내 무릎끓고 벌서던 친구들과 등록금 못내 학교 그만 두던 친구들을, 도와주지 못하고 그냥 마음만 아파했던 그 시절에 대한 속죄와도 같다.


모든 사람들이 속으로 들어가면 차마 다 말못할 아픔들이 있지만,학교도 못다니고 못먹어서 키도 안자라고 프레스기에 팔이 눌려 장애인이 되고 신나냄새를 너무 맡아 후각도 잃고 지하방 한칸에 일곱 여덟식구가 같이 자고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 않나. 혹자는 나더러 값싼 동정심이라 할 지 모르겠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난 왜 동정심 앞에는 늘 값싼이란 형용사가 붙는 지 불만인 사람이다. 동정심, 연민 이런 게 없다면 세상은 잘난 사람끼리 잘 살면서도 죄의식 죄책감 이런 거 없이 하하 호호, 김박사 이교수 박사장 정장군 최변..  너 잘났니? 나 잘났다? 이러면서 살 거다. 뿌리깊은 신분의식을 장착하고 출신이 안 좋으면 숨기고..


이재명은 타임 기사가 말하듯 한국의 기적같은 압축성장을 한몸에 구현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 변호사된 것만도 대견한데, 자신이 겪어온 아픔을 바탕으로 사회의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보겠다고 나섰다니 얼마나 고맙나. 한국 사회가 압축성장의 과정에서 여러 모순과 문제점을 낳았듯이 그또한 그런 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똑똑해서 문제점을 지적받으면 무조건 아니라고 뻗댕기는 게 아니라 이해를 하고 고치려 들 줄을 안다. 그래서 유시민이 그를 발전도상인이라 표현한 거고 나 또한 깊이 공감하는 것이다.


가난하지 않아본 나같은 사람은 가난의 하한선을 모른다. 그래서 이 정도면 나도 좀 알지 하다가도 맨날 놀라고 맨날 실수를 한다. 본의 아니게 위화감도 많이 줄 거 같다. 그러니 꿈도 안꾸지만 나같이 고생 모르고  편하게만 살아온 사람들이 정치 하면 안된다.


반면 이재명같은 사람은 본인이 마치 랜턴같이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 위험한 곳 험한 곳들을 두루 두루 지나치며 비추고 보아왔기에 사회의 문제점들을 훨씬 잘 알 것 같다. 중상류계급 지식인출신들은 아무리 사회개혁안을 이야기 해도 추상적이거나 여전히 정규직이나 화이트칼라나 학교나 한마디로 옛날 양반들이 접하는 문제점 위주로 사고하지 않던가.


노조활동하면 다 진보인 양 대기업노조 금융노조 언론노조 하면서 그들끼리의 임금수준과 복지는 향상되었나 몰라도 결국 그 덕분에 늘어난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 등등의 삶은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나는 그래서 '우리나라 흑인 출신' 이재명이 당선되었으면 좋겠다. 정말 한번 다르게 사고하고 다르게 접근하는 대통령.. 그가 대통령 되어 개혁의 불씨를 터트린다면 어쩜 그건 세계 유례가 없는 혁명일 지도 모르겠다. 전에 말했다시피 이것이야말로 망이 망소이의 난, 만적의 난, 나아가 동학혁명의 계승이 아닌가.


물론 그 또한 문제 많고 부족한 점도 많은 하나의 인간일 지 몰라도 또 다른 한편 그가 상징하는 바는 대단히 크고 의미가 깊다. 내가 살아온 환경과 너무 다르고 공통점 하나 없어도 그가 대통령 되었음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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