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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min Kim Nov 19. 2016

영원히 기억하는 방법.

영화 <뮤직 네버 스탑, 2011>

뮤직 네버 스탑The Music Never Stopped, 2011 / 감독 : 짐 콜버그 / 출연 : J.K. 시몬스, 루 테일러 푸치, 줄리아 오몬드 외



** 주의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오래전, 어떤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기억이 소실되는 것이 인간에게는 축복인가, 불행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불행한 기억에 관해서는 당연히 기억이 소실되는 것이 축복일 수 있겠지만 어떤 순간, 어떤 상황 또는 어떤 사람은 잊기 싫을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기억의 소실은 불행이다. 그 논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사실 장담할 수 없으나 논쟁의 소지는 충분하다고 느껴지면서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아무튼, 인간은 그 기억의 소실을 막기 위해서 사진이나 동영상 같은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가능한 한 영구적으로 기억을 저장할 방법들을 찾아왔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방법들 또한 완전하지 못한 부분이 존재하고, 가끔은 그것마저 가능하지 않은 상황들이 찾아오곤 한다.


이런 상황들 뿐만 아니라,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인간은 기억을 가능한 한 영구적으로 보관하는 방법들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갖가지 '기억법'이다. 이를테면 '사진 기억법', '마인드맵 기억법' 등등이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알게 모르게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연상 기억법'이다. 사실 이 '기억법'이라는 게 다수가 인정한 절대적 방법이나 학문이 아니기에 정의가 사람마다 달라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연상 기억법'을 대충 정의하자면, 어떤 정보를 기억하기 위해 A라는 수단을 가져와 연결시켜서, A를 떠올리면 필요한 정보가 기억이 나도록 하는 방법이다.


<뮤직 네버 스탑>은 뇌종양으로 인해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기 힘든 '가브리엘'과 그의 부모에 관한 이야기다. 기억에 문제가 생긴 '가브리엘'의 기억은 15년 전에 멈춰져 있다. 그리고 불행히도 그가 그의 부모님을 기억하는 마지막 순간은 그가 집을 뛰쳐나오던 '그 날' 밤이 마지막이다. 기억이 돌아와 예전처럼 화목한 가정을 만들기 원하는 부모의 바람과는 달리 그의 기억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기억에 문제가 생긴 '가브리엘'의 기억은 15년 전에 멈춰져 있다. 그리고 불행히도 그가 그의 부모님을 기억하는 마지막 순간은 그가 집을 뛰쳐나오던 '그 날' 밤이 마지막이다.


그때 그들은 한 가지 방법을 찾아낸다. '음악'을 통해 그의 기억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음악을 들었을 때, 지나간 어떤 날의 감정이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누구나 겪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음악은 그렇게 우리를 다시 과거의 한 순간으로 데려가는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방법은 음악을 사랑하던 젊은 히피였던 '가브리엘'에게 주효한다. 그가 좋아했던 그룹인 '그레이트풀 데드 Grateful Dead'의 음악을 틀어놓고 그의 감정과 생각 그리고 기억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꽉 막혀 있던 부자의 소통도 어느 정도 회복된다.


그가 좋아했던 그룹인 '그레이트풀 데드'의 음악을 틀어놓고 그의 감정과 생각 그리고 기억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꽉 막혀 있던 부자의 소통도 어느 정도 회복된다.


영화는 생각보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것이 감독이 하고 싶은 메세지로는 보이지 않지만,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은 많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가족 간의 소통의 부재와 회복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고 아니면 부모의 사랑 또는 가족 간의 사랑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목했던 것은 영화의 종반부였다. 영화의 종반부에서 두 부자는 '그레이트풀 데드'의 음악을 함께 듣는다. 그러나 기억이 멈춰진 아들 '가브리엘'에게 그 음악은 '신곡'과 다름없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가브리엘'은 아버지 '헨리'를 기억한다.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기 힘든 그에게 15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기억하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꼰대'의 모습이 아니라 그와 함께 음악을 듣고 즐기던 친구 같은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가브리엘'이 '헨리'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었던 것은, 둘이서 함께 듣던 '그레이트풀 데드 Grateful Dead'의 음악 덕분이다. 그가 앞으로의 인생에서 그 사람이 어제 만난 사람이지만 기억을 못 하는 사람이든 또는 처음 보는 사람이든 그 음악이 들리는 동안 그는 '헨리'를 기억할 것이다. 


마치 "I will survive."라는 그 노래의 노랫말이 '헨리'의 다짐인 듯 들리는 이유는 그 음악이 Never Stop 할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그렇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영화 속 세상의 '가브리엘'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모든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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