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어느 치과의사의 틀니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머리말

틀니는 저도 보철과를 전공하지 않았다면 잘 마주하지 못했을 진료 영역이었을 겁니다. 통계적 자료는 아니지만 단순한 진료실에서 제가 접하는 느낌만으로 말씀드리자면 틀니를 만들거나 수리하는 환자군은 특정 계층으로 국소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듯합니다. 그 경향은 임플란트가 불가능한 상태의 고령층이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부족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고 그래서 더더욱 틀니를 사용하시는 혹은 제작하셔야 하는 분들만의 이야기가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틀니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속담의 일부를 구현하는 치료라고 늘 우스갯소리처럼 말하고 다닙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기능적인 회복을 위해 하는 치료이기에 틀니를 제작하는 것부터 적응하도록 조절하는 것까지 어느 하나 쉬운 단계가 없습니다. 때론 틀니를 만드는 과정을 간단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실상은 아닙니다. 품을 들여서 훨씬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고려할 요소도 많고 수행해야 하는 단계도 많습니다. 

치과에서 많은 진료를 하면서도 굳이 틀니와 연관된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내는 것은 아마도 가장 사연이 많고 기억에 남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이 죽고 사는 치열한 현장은 아니지만 먹는 즐거움이 없어 생기가 없으시던 분들이 기력을 회복하는 모습은 진료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뿌듯함을 느끼게 합니다. 겪지 않았다면 몰랐을 이야기들도 있고 뿌듯함도 얻을 수 있기에 가장 글을 쓸 주제들이 많이 생각나기도 하여 제가 카카오 브런치에 작성하는 첫 주제로 삼았습니다. 

'어느 치과의사의 틀니 이야기'는 제가 틀니를 만들거나 수리하기 위해 진료실에서 마주한 환자분들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제 나름의 생각입니다. 개개인의 이야기를 모두 묶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경향성이 없지는 않아서 기억에 남는 그리고 나름대로 대표성이 있는 주제들을 정하여 글을 작성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모아서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로 결심한 이유는 이분들의 이야기가 다른 여러 사람들과 공유할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쉬운 게 없는 어렵고 힘든 치료의 과정이지만 치료를 받는 분들의 나름대로 공통된 이야기가 있고 그런 모습을 보이는 어르신들만의 속사정이 있습니다. 젊어서, 아직 불편하지 않아서 이해하지 못하는 그 속내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 세대 간의 소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붙잡고 작성하는 글입니다. 

특히 틀니를 만들어야 하는 가족을 두신 모든 보호자분들과 틀니를 제작하셔야 하는 환자분들께 조금이나마 이 글들이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DHLEE.Prosthodontist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