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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이 Apr 30. 2024

그냥 한다

<기획하는 일, 만드는 일>, 허항 PD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앞서 목표했던 그 '필살기'를 얻는데는 실패했다.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들에게 필살기가 따로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냥 했어요." 아마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문장이 아닌가 싶다. 다들 그냥했다고들 했다. 꿈쩍할 것 같지 않던 연예인을 설득하기 위해 그냥 대기실을 찾아갔다고 한다. 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 스트릿 댄서들을 무작정 만나러 다녔다고 한다. 시청률이 안나오거나 섭외 거절을 당하거나 기획이 엎어진 후에도 그냥! 다시 새롭게 시작했다고 한다.


뭔가를 만든다는 건 사실 얼마나 두려운 작업인가. 특히 그 작업들로 매주 대중의 평가를 받는 제작진들은 늘 수험생 모드이고, 혹여 초라한 성적표를 받는 날은 온 세상이 나를 외면하는 듯한 외로움과 마주해야한다. 내가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이 옳았던가, 더 나아가 내가 이제껏 인생을 제대로 살아온 것이 맞는가, 답 없는 물음에 부딪치는 밤이 거듭되기도 한다.(내 이야기다.) 이런 세계에 살고 있는 내게 "그냥 한다"라는 말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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