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추석 첫날이다. 일찍부터 내려와 할머니와 마트에서 사온 회와 삼겹살을 맛있게 먹었다. 매년 추석을 돌아보면 몇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첫째는 무한한 시간을 갖게 된 것 처럼 빈둥거렸다는 것. 둘째는 나름 생긴 좋은 루틴이나 서울에서 지낼 때의 패턴을 급격히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최근에 위기의 순간을 넘어 다시 열심히 살아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절대로 시간을 헛투로 쓰지 않아야 된다는 기조가 설정되어있다.
그렇기에 반복적인 실수는 어떻게든 바꿀 수 있어야 미래의 내가 보기에도 합리적인 행동과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밤에도 추석을 최고로 생산적으로 보내자는 취지로 여러개의 계획을 세웠었다. 그때 나타난 순간적인 불꽃같은 열정을 살려 시간을 지배하고 싶다.
적지 않은 나이에 시골집 안방 방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있는 상태로 이 글을 쓰고 있다. 미래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도로 오늘을 살아야 한다. 좀처럼 쓰지 않던 이 노트에 글을 쓰는 것도 의미가 있다. 누군가는 이게 다 뭐하는 짓인가 싶어하겠지만, 나는 오늘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차분히 되돌아보면서 오늘 느꼈던 감정과 떠오른 아이디어를 정리해 봐야 겠다.
비가 중간중간 내렸지만 도로가 막히지 않아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음에,
차를 몰고 오면서 어머니께서 옆에서 노래를 부르며 수다쟁이 소녀 같이 웃으시는 모습을 볼 수 있음에,
고령의 할머니께서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함께 웃으며 식사를 할 수 있음에 큰 감사를 느낀 시간이었다.
남은 연휴도 의미있게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