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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이 Apr 18. 2024

모릅니다, 알지 못합니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가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날마다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고 회의가 없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가 없는 것만으로 인생의 시간은 대폭 절약된다. 세상에는 혹시 통근과 회의를 몹시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당신도 아마 그렇지 않죠?


한 가지 더 소설가가 된 기쁨을 절실히 느낄 때는 솔직하게 "모릅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다. 예를들면 "장래 일본 구조가 더 세련화해야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라든가, "포스트모더니즘의 기본정신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하고 누군가 질문해도, "죄송합니다. 그런건 난 모릅니다" 한마디로 끝낸다.


만약 내가 텔레비전 방송 패널이나 대학교수였다면, 그렇게 간단히 "모릅니다"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을 물어도 일단은 그럴듯하게 대답하지 않으면 입장이 난처해진다. 그러나 소설가에게 - 뭐, 나 같은 소설가에게라는 말이지만 - 무지는 특별히 부끄러운 게 아니다. 아무것도 몰라도 소설만 재밌게 쓰면 그걸로 그만이다. 심지어 "그런 것 하아아나도 몰라요" 하고 자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자세가 통하는 직업은 좀처럼 없지 않을까?

 이건 뭐랄까, 정말로 좋다. 내가 모르는 것을 까놓고 "모릅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만큼 편한 일도 없다. 그것만으로 수명이 오년 반정도 늘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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