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옹이 Apr 18. 2024

Stan Getz

<재즈의 초상>, 무라카미 하루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게츠의 작품은 뭐니 뭐니 해도 재즈클럽 '스토리빌'에서의 두 장의 라이브 음반이다. 여기에 담겨 있는 모든 것이 온갖 표현을 능가하리만치 훌륭하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퍼내도 퍼내도 고갈되지 않는 자양분이 여기에 들어 있다. 예를들어 <무브Move>를 들어보기 바란다. 그들은 쿨하기 이를 데 없고 간소하면서도 땅 속의 용암처럼 뜨거운 리듬을 한 몸이 되어 엮어낸다. 그러나 게츠의 연주는 그 이상으로 훨씬 더 기가 막히다.


그의 음악은 천마처럼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며 구름을 헤치고 올라가 눈이 시릴 정도로 총총한 별하늘을 한순간에 우리 앞에 펼쳐 보여준다. 그 선명하고도 작렬하는 파도는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 마음에 크나큰 감동을 안겨준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이 제각기의 영혼 속에 은밀히 품고 있는 굶주린 늑대 무리를 그의 음악은 가차 없이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그들은 야수의 하얀 무언의 숨결을 눈 속에 내뿜는다. 손에 들고 나이프로 도려낼 수 있을 것 같은 하얗고 단단하고 아름다운 숨결을......, 그리하여 우리는 깊은 영혼의 숲에 살아 숨쉬는 숙명적인 잔혹함을 거기에서 조용히 발견해 내는 것이다.


at storybille VOL.1(Roost LP-2209)


https://www.youtube.com/watch?v=ECLDQz-YxJ8

작가의 이전글 모릅니다, 알지 못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