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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이 Apr 18. 2024

Bill Evans

<재즈의 초상>, Waltz for Debby / 무라카미하루키

피아니스트 빌 에번스가 지닌 자질의 가장 뛰어난 부분은 피아노 트리오라는 형식을 통하여 나타난다는 데에 세상 사람들은 의견을 같이한다. 그것도 좀더 범위를 한정한다면 스콧라파로(Scott La Faro)를 베이시스트로 맞이한 피아노 트리오가 될 것이다. 앨범으로 말하자면 <포트레이트 인 재즈><왈츠 포 데비><선데이 엣 빌리지 뱅가드> <익스폴로레이션> 이렇게 넉 장이다. 이 앨범들을 녹음하고 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리버 사이드라는 레코드사는 사람들에게 기억되어 마땅할 것이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앨범들 속에 수록되어 있는 에번스의 연주는 훌륭하다. 인간의 자아가(그것도 제법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자아가) 재능이라는 여과장치를 통과하면서 희귀한 아름다운 보석이 되어 지상으로 뚝뚝 떨어져 내리는 모습을 우리는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다. 그 복잡하고 정밀한 여과장치를 안정감 있게 고정시키고 그 내향성을 상대화하여 활성화 시키고 있는 것이, 봄날 처럼 청명하고 숲처럼 깊은 스콧 라파로의 베이스 연주다. 그 신선한 숨결은 우리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세속적인 장애를 소리 없이 해제하고 그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는 영혼을 일깨운다. 이쯤 되면 에번스 없는 라파로는 없고, 라파로 없는 에번스도 없는, 그야말로 일생일대의 기적적인 조우라고 해도 무관할 듯 싶다.


* Waltz for debby(Riverside RS-9399)


https://www.youtube.com/watch?v=_vOJTMLXwh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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