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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경화 Jan 29. 2019

2018. 12월의 샴페인들.

2018년을 반추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새해의 시작은 이미 12월부터 시작된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그냥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나 다들 요이, 땅! 할 때 뭔가를 시작하는 건 괜히 부담스럽고, 자연스럽지 못한 것 같은 느낌도 들고 해서일 수도 있고. 

어쩌면 계획한 것들의 실패가 두려워 한 달의 유예를 두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아예 연말이라든가, 새해의 시작이라든가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남들 따라하는 기분에 12월은 꽤나 흥청흥청 놀 날이 많았으니 그 중 마셨던 샴페인 4종을 정리하는 것으로 2018년을 정리하는 기회로 삼아야겠다. 

우선 GUY CHARLEMAGNE.

샴페인 중에 과일향이 살랑살랑한 가장 귀여운 샴페인을 꼽으라고 하면 나는 주저없이 페리에 주에(PERRIER JOUET)를 꼽는다. 발랄하고, 가느다랗게 올라오는 버블과 잡내 하나 없는 과일향이 청량한  이 샴페인은 마시는 순간 그냥 기분이 좋다. 신선한 산미와 기분 좋은 과일향은 아무리 무게를 잡는 허세꾼이라도 해맑은 웃음을 짓는 앳된 소년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샴페인이다.

비슷한 의미로 가장 안전하고 모범생 같은 샴페인을 고르라면 나는 기 샤를마뉴를 꼽는다. 샴페인이라고 하면 기대할 수 있는, 샴페인의 교과서같은 샴페인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개성이 없는 무난한 샴페인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샴페인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특징을 가장 밸런스 좋게, 호불호 없이 대중적으로 잡아 놓은 것을 미덕이라고 삼고 싶다. 

부드러운 버블,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머스크의 향, 비스킷, 견과류의 향과 더불어 느낄 수 있는 배, 리치 등의 과일향. 산미는 튀지 않으면서도 발랄하게 살아 있고 무엇보다도 버블과 산미의 어울림이 입 안에서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아서 매우 정중하다.  


샤르도네 100%로 만든 샴페인에서 기대할 수 있는 산뜻함, 섬세함, 우아함, 깨끗함 등을 갖췄다. (단지 웰컴 와인으로 마시기엔 와인이 너무 아깝지만) 웰컴 와인으로는 훌륭한 와인이라고 생각한다(나는 웰컴 와인으로 마셨다).

계절 생선인 방어 셰비체와 함께 했는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마리아주는 없겠다 싶을 정도로 잘 어울렸다. 기름기 많은 방어를 산도 높은 과일과 비니거, 올리브 오일 등을 섞어 만든 드레싱을 뿌린 셰비체는 음식의 무게감이나 식감, 맛이 하필이면 기 샤를마뉴와 딱 맞춤하게 어울렸다. 어느 하나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아 정말 기분 좋을만큼의 자극을 주는 정도였다. 

겨울철에 많이 먹는 굴과 먹는 샴페인으로 기 샤를마뉴가 어떻겠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것은 좀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굴 뿐만 아니라 조개류와 같은 어패류들도 기 샤를마뉴와는 조금 부딪힐 수 있을 것 같다. 

와인 자체가 갖고 있는 향이 산미 보다는 부드럽고, 우아한 캐릭터라 식자재의 개성이 강하다면 와인이 밀릴 수 있는 확률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인데 짠맛이 강한 어패류에 기 샤를마뉴는 자칫 와인와 음식 둘 다에 그닥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진 않다. 

오히려 감칠맛이 좋은 숙성된 회나 셰비체 정도의 산미가 가미된 음식이라면 훨씬 좋은 마리아주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LA CLOSERIE - Jerome Prevost.

매우 특별한 샴페인이다. 

라 클로세리는 단일 포도밭에서 단일 품종으로만 만든다. 

100% 피노 뮈니에로 만드는 샴페인이며 제롬 프레보스트는 이 분야에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레이블에 쓰여진대로 엑스트라 브뤼인 이 와인은 입 안에서 꽉 찬 느낌으로 다가오며 매우 빡빡한 느낌을 준다. 분명 산미가 크게 느껴지며 와인 자체의 무게감도 크다. 자칫 부담스럽게 느껴질만하지만 풍부한 과일향과 꽃향으로 와인 자체의 밸런스는 상당히 좋다. 

또한 입으로 처음 와인이 들어 올 때와는 다르게 입 안에서는 과일의 향이 좀 더 무겁게 느껴지는데 이는 마치 말린 과일의 느낌과 같다. 분명 빡빡함이 느껴질 정도의 엄청난 산도를 가진 와인임이 분명한데도 강한 산미가 공격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풍미에 있다. 말린 과일향의 묵직하고 은은하게 오는 단향이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춰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기본적으로 논 빈티지라고는 하나 레이블에 쓰여진 'LC14'는 2014년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다는 의미이다.

밀레짐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이유는 법적으로 밀레짐 표기를 위해서는 최소 3년 이상의 2차 숙성 기간이 필요한데 비해 제롬 프레보스트는 빈티지 해를 기준으로 2년이 지나 데고르주망을 시행하기 때문이라고 한다.(참고로 14 빈티지는 16년에 데고르주망을 함)


일반적으로 플루트 잔에 마시는 샴페인과는 다르게 라 클로세리 같은 경우는 볼이 넒은 부르고뉴 잔으로 마시기를 권유 받았는데 일반 스틸 와인을 마실 때처럼 스월링을 하면서 향을 깨워 마시는 것도 이 샴페인을 즐기는 방법 중에 하나라는 조언을 들었다. 

RM 방식의 샴페인들은 양조자 나름의 철학에 바탕을 해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라 클로세리도 역시. 뭔가 굉장히 허세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가볍고 기분 좋게 홀랑 마셔버리기에는 괜히 미안한 느낌도 들고. 공부하고, 음미하며, 조심스럽게 마셔야 할 것 같은 샴페인이라 그닥 추천하는 바는 아니지만 독특한 샴페인으로 경험삼아 마셔보는 것으로는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다. 

바디감이 굉장히 큰 샴페인이라 호불호도 클 것 같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샴페인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을 얻기는 좀 힘든 와인이겠다. 

정말 특별한 날, 와인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과 어울려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때는 이 샴페인처럼 좋은 얘깃거리는 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흥청흥청, 살랑살랑,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은 날이라면 비추. 


NICOLAS FEUILLATTE.

피노누아 40%, 피노 뮈니에 40%, 샤르도네 20%

니콜라스 푸이야트의 최고 레벨인 빨메도르는 내 인생의 최고의 샴페인으로 꼽지만 사실 그걸 마음대로 따서 마시기에는 가격적인 부담이 매우 큰 게 사실이지만 엔트리급인 브륏 리저브도 상당히 좋은 샴페인이다. 

어느만큼의 무게감은 있으면서도 유쾌하달까?

톡 쏘지만 부드럽고 우아하달까? 

상쾌하게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릴만한 성격 좋은 샴페인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적당하게 경쾌하고, 적당하게 우아하며, 과일향 캐릭터가 매우 좋다. 산미도 적절해서 사과와 복숭아 향에 볶은 견과류의 고소한 풍미가 주는 아로마의 밸런스에 우아함을 느낄 수 있다. 


와인 세일 때 왕창 사서 셀러에 쟁여 놓으면 마음이 뿌듯할 그런 샴페인이다.


FLEURY.

Fleur de l'europe brut.

피노누아 80%, 샤르도네 20%( 5% 내외로 비율이 왔다갔다 합니다.)

역시 엔트리급 와인인데 생산자는 플뢰리의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샴페인의 정수라고 했다고. 

산미가 좋아서 신선함과 발랄함이 좋은데 피노의 함량이 높아서 그런지 바디감은 묵직한 편이다. 

버블과 산도가 주는 자극은 입에 들어오는 순간에 강하고 이후에는 그윽한 풍미가 인상 깊다. 

그러니까 입에 들어와서 파바바밧! 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파바바밧! 하면서 존잭감을 뽐내다가 이후에는 우아하게 잔향을 풀어내는 스타일. 

마냥 부드럽다기 보다 살짝 빡빡한 감을 주는 밀도가 있다. 

역시 와인 세일 때 왕창 사서 셀러에 쟁여 놓으면 식탁의 품위가 살아라는 그런 샴페인. 


12월 중에 정리하고 2019년 1월에는 새로운 와인을 포스팅 하려고 했는데 매우 늦은감이...

벌써 29일이니 1월의 와인은 아마도 2월에나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부지런한 포스팅은 매 년 하는 다짐인데 매 년 지키고 있지 못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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