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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Oct 07. 2019

조커

‘내 인생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코미디였어’


조커, 개봉도 전에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소식과 사전 시사회를 비롯 개봉날 당일부터 온갖 호평이 자자하던 영화 조커를 감상했다. 과거 잭 니콜슨의 조커, 히스 레저의 조커, 최근에는 자레드 레토의 조커까지. 조커라는 캐릭터, 이 빌런은 이미 여러 작품에서 소모된 캐릭터 중 하나이다.


심지어 그 누구의 조커가 제일 나은가를 쉽게 고르기가 어려울 정도로(굳이 꼽자면 히스 레저) 앞서 말한 모든 배우들은 그야말로 호연을 보여줬다. 오늘 감독 토드 필립스의 조커,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조커를 보고 나니 그 선택이 조금은 쉬워졌다고 말해야겠다. 호아킨 피닉스, ‘아서 플렉’ 은 내가 지금까지 마주한 조커 중 가장 진한 여운을 남길 것이 틀림없다.

여운이라고 해서 비단 좋은 것만 남는 것은 아니다. 영화가 막이 내리고 머릿속에 맴도는 이 찝찝함의 근원이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나도 모르게 극 중 ‘아서 플렉’ 에게 동정의 마음을 주게 된다는 것, 이게 가장 큰 이유다. 폭력과 살인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음을 알지만, 당연한 이치고 상식이지만 만약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않고 이 영화를 감상할 경우에 본인도 모르게 그 상식의 끈을 놓아버릴 수도 있을 만큼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력은, 토드 필립스의 ‘조커’ 는 말 그대로 미친 흡입력을 가진 배우이자 작품이라 여겨진다. 빈 여백을 가득 메우는 듯한 사운드의 연 출또 한 엄청나다.

세상은 늘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옛말은 말 그대로 옛말이다. 웃으면 바보가 되고 울면 멍청이가 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내 뜻대로 세상이 흘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이 세상을 파괴할 권한 따위가 개인에게 주어지는 일은 없다. 그것을 권한이라 소리치고 이게 세상이 나아가야 할 옳은 방향이라고 울부짖는 것만큼 한심한 ‘조크’ 가 또 어디 있겠는가.

이 영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함을, 애써 외면했던 사회의 이면을 두 눈 똑바로 뜨고 응시해야 하는 이유를 ‘아서 플렉’ 이라는 인간을 희생하고 ‘조커’ 라는 괴물로 환생시켜 표현한다.

살아가는 동안에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자는 다짐을 포기하는 아침,
그런 하루를 맞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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