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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Aug 15. 2020

영랑호 개발을 반대합니다.

정녕 무엇을 위한 개발인가요?


몇해전 개봉한 영화 ‘완벽한 타인’ 의 오프닝 시퀀스, 등장인물들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성향과 성격을 암시하는 장면의 배경이 되는 곳은 다름아닌 속초에 위치한 영랑호다. 얼음낚시를 하면서 월식을 바라보고,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는 곳이 바로 영랑호다.


횟수를 세는 일이 무의미할만큼 자주 그리고 많이 영랑호를 갔다. 그럼에도 질리지 않았고 갈때마다 아름다운 곳이 영랑호다. 진해에서 열리는 군항제를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그 유명한 여의도 윤중로나 석촌호수보다도 봄날 벚꽃을 눈에 담기에 가장 아름다운 곳 역시 영랑호라고 나는 늘 자랑처럼 주변인들에게 떠들고 다녔다.

무엇을 위한 개발인지를 따져봐야할 일이다. 멀쩡한 둘레길을 놔두고 40억이라는 억소리나는 돈을 들여 굳이 호수를 가로지르는 부교를 설치한다는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세상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 투성이라고 하지만 이 문제는 꼭 짚고 넘어가야할 일임에 틀림없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관계자들에게 묻고싶다. 영랑호 한바퀴를 온전히 두발로 걸어서 돌아본 적이 있는지를 동쪽에 서서 서쪽을 바라 보았는지를, 남쪽에 서서 북쭉을 바라 보았는지를, 그 반대로도 보았는지, 뒤집어서도 보았는지, 옆에서도 보았는지를 말이다. 정녕 그러했다면 영랑호에 필요한건 부교나 광장따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다. 혹시 볼 수 없다면, 보이지 않는다면 보일 때까지 걸어보는 일도 적극 권유하겠다.

위 사진들은 2018년 9월경에 찍은 사진이다. 보시다시피 충분히 아름답다. 맑은 날씨와 노를 저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보이고 적당한 햇살이 호수위에서 반짝인다. 반짝이는 햇살과 사람들 사이, 저들이 말하는 부교라는 것이 위치하려고 하는 곳이 정확히 저기다.

사람과 자연을 가르는 일은 자연이 하지 않는다, 늘 사람이 저지르고 매번 화를 부른다. 늘 그래왔다.


지금은 가만히 있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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