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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Jun 01. 2016

부디 끝까지 찬란하게

지구를 거닐다_20150818

눈앞의 태양이 유난히 크다고 느껴지는 날이었다. 저 멀리 인도양의 수평선 위로 태양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파도는 생각보다 험했고, 아쉽게도 물빛은 탁했다. 문득 지는 태양을 보며 소원을 빌었던 적이 있었던가 싶었다.


"건강하게 해주세요. 이번에는 꼭 취업하게 해주세요. 부자가 되게 해주세요. 시집 장가가게 해주세요. 행복한 삶을 살게 도와주세요."


간절한 소원을 실어 보내는 대상은 늘 새로 뜨는 태양이었다. 지고 있는 존재에 소원을 빌면 희망까지 꺾여 버릴 것 같은 꺼림칙함 때문이었을까. 단 한 번도 석양을 보며 소원을 빌어본 적은 없었다.


대신 지는 해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약속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일몰은 다짐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었다.


'올해는 꼭 취업하고 말 거야.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누가 뭐래도 행복한 삶을 살 거야. 더 뜨겁게 사랑해야지···'


수도 없는 다짐을 지는 태양에 대고 맹세하듯 마음에 새겼다. 굳은 의지를 심어주는 존재는 일출이 아닌 일몰이었다. 애타게 바라기보다는 간절히 마음을 다잡게 했던 그것. 누군가에게 기대서 얻기보다는, 어렵고 막막하더라도 오롯이 내 힘으로 해내야 했던 일들. 그것들을 모두 석양 아래에서 곱씹고 곱씹었다.


나는 그래서 일출보다 일몰에게 더 마음이 갔다. 소멸하는 순간 조차 나에게는 생의 이유를 심어주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지는 순간에도 주변을 자기 것으로 붉게 물들였다. 드문드문 구름에 가려 있었지만,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이 힘들 정도로 강렬했다. 떨어지는 순간까지 계속 타올랐고, 끝까지 찬란했다.


문득 일몰의 태양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리막까지 제 몫을 해내는
아름답고 눈부신 존재 말이다.




오직 여행의 영감을 위한 책, '아트래블(ARTRAVEL)' 잡지 5월호에 스리랑카 여행의 기억을 담은 원고가 실렸습니다. 그 중 일부분을 소개합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아트래블 잡지를 통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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