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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불법 유통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노력

'너의 연애'가 자체 플랫폼을 만드는 이유

by 이성민

*한경닷컴에 영상 콘텐츠의 해외 불법 유통에 대한 코멘트를 드렸습니다. 기존의 불법유통 논의와 더불어 '너의 연애'라는 콘텐츠가 자체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점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주목한 내용인데요. 기사에 언급되지 않은 전체 코멘트를 아래에 정리해서 공유드립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6043818g


Q) ‘누누티비’ 운영자가 검거된 이후에도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 드라마 제작사가 해외 불법 유통에 대응하기 위해 팬들이 합법적으로 시청할 수 있는 자체 앱을 만드는 자구책까지 내놓았습니다. 이처럼 근절이 어려운 콘텐츠 불법 유통 문제에 대해, 가장 필요한 해법은 무엇이라고 봐야 할까요?


A) 불법 유통 문제는 두 가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첫째, 기존의 ‘처벌과 차단’이라는 기조는 반드시 유지하고 강화해야 합니다. 운영자를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리스크를 각인시켜 ‘칠링 이펙트(chilling effect)’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관계 부처 간의 공조를 통해 불법 사이트 차단 조치가 더 신속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방어책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더 중요한 두 번째 접근은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해외 시장에서 합법적인 시청 경로가 부재할 때 불법 유통의 유인이 생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결국 해외 현지에서 우리 콘텐츠를 사랑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으려는 ‘내 편’, 즉 현지의 합법적인 사업자를 많이 만드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입니다.


Q) 말씀하신 ‘선순환 구조’가 불법 유통을 막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이 구조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A) 콘텐츠 불법 유통은 ‘악순환’과 ‘선순환’의 구조를 가집니다. 악순환은 이렇습니다. ①불법 복제가 만연하면 현지 사업자는 수익성을 우려해 콘텐츠 수입을 꺼립니다. ②합법 경로가 없으니 해외 이용자는 불법 사이트로만 콘텐츠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③현지에 권리를 가진 사업자가 없으니, 우리 정부가 인터폴에 협조를 요청해도 현지 당국의 단속을 이끌어내기 어렵습니다. 이 고리가 반복되며 문제는 악화됩니다.


반면 선순환은 악순환의 고리를 역으로 끊는 과정입니다. ①한국 콘텐츠가 현지에 정식으로 판매되면, 수입한 사업자가 해당 국가의 저작권법에 따라 권리자가 됩니다. ②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자국 수사 당국에 적극적으로 불법 유통 단속을 요구하게 됩니다. ③현지 공조가 쉬워지면서 불법 유통이 줄어들면, 한국 콘텐츠의 가치와 수익성이 증명됩니다. ④이를 본 다른 현지 사업자들이 더 많은 한국 콘텐츠를 수입하면서 선순환이 완성됩니다.


최근 드라마 제작사가 자체 앱을 만든 것은 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공식 유통사가 없는 틈새 장르의 경우, 직접 합법적인 경로를 열어 팬덤과 시장성을 증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현지 파트너를 유인해 결국에는 국제 공조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복합적인 시도인 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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