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 우리를, 우리가 글로벌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졌다
'오징어게임'의 마지막 시즌이 지난 6월 공개되었습니다. '오징어게임'의 첫번째 시즌이 나온 이후, K-콘텐츠를 둘러싼 여러 환경에 변화가 있었는데요. '스포츠월드'에 나온 기사(하단 링크)의 인터뷰를 통해 '오징어게임'이 K-콘텐츠와 갖는 의미에 대해 몇가지 점들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기사에도 상세히 담겨 있긴 하지만, 기자분과 나눈 대화를 글의 형태로 정리해서 브런치에도 기록해둡니다.
https://www.sportsworldi.com/newsView/20250707515096
Q) K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던 중, ‘오징어 게임’은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로 전례 없는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이러한 폭발적 성공의 핵심 요인은 무엇이었을까요?
A)
오징어 게임’은 매우 한국적이면서도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있었기에, 과거 소수 취향으로 여겨지던 ‘배틀로얄’ 같은 장르가 가진 매력을 보편적으로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장르는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재미를 알지만, 특유의 끔찍함 때문에 대중적으로 확장되기는 어려웠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여기에 깊은 의미와 장르적 쾌감, 그리고 팬들이 파고들며 ‘가지고 놀 수 있는’ 매력적인 시각 요소와 게임 룰을 더했습니다.
과거에는 이 정도 잠재력을 가진 작품이 있었더라도, 인기의 에너지가 살아있을 때 빠른 속도로 확산시킬 능력이 없었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그 에너지가 식기 전에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글로벌 슈퍼 IP는 항상 미디어 전환기에 탄생하는데, ‘오징어 게임’은 OTT 시대의 문을 연 상징적 작품으로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원조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비영어권 작품’이라는 점이 ‘못 보던 것’이라는 인식을 주며 오히려 오리지널리티를 극대화했고, 이는 익숙한 할리우드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Q) 황동혁 감독은 미래 세대에 대한 고민을 작품에 담았다고 밝혔습니다. 3년에 걸친 대장정이 막을 내린 지금, ‘오징어 게임’이 우리 사회와 대중에 남긴 메시지는 무엇이며, 이는 성공적으로 전달되었다고 보십니까?
A)
시즌 1이 자본주의의 문제를 다뤘다면 시즌 2는 그 안에서 민주주의 제도가 갖는 한계를 보여주었습니다. 보통 장르물은 쾌감에만 집중하지만, 사회 문제와 장르적 쾌감을 융합하는 것은 한국 감독들의 탁월한 능력입니다. 이는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소비하는 데 익숙한 한국 관객의 특성 속에서 훈련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일부 재미가 희생되었다는 평이 있더라도, 감독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성공적으로 전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고민하고 회자될’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단순한 오락물을 넘어선 유의미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Q) ‘오징어 게임’은 한국 콘텐츠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작품이 가져온 긍정적 기회와, 동시에 우리가 앞으로 마주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전망하십니까?
A)
가장 큰 변화는 창작자들이 스스로를 위해 상상하는 ‘시장의 범위’ 자체를 바꿨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에 내 팬이 있을 수 있다’는 감각은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시도를 자극합니다. 또한 ‘비영어권 작품은 글로벌 흥행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면서, 우리에게 질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여러 기회의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 제작 시장이 글로벌 시스템에 편입되면서 생기는 ‘양극화’는 앞으로의 숙제입니다. 글로벌 프로젝트는 거대해지는 반면, 그렇지 않은 작품들은 오히려 기회를 잃을 우려가 커집니다. 과거 한국의 창작 생태계는 안정적인 국내 영화와 방송 시장을 토대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그 인재와 자본이 모두 글로벌 OTT로 빨려 들어가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이는 영국이나 캐나다 같은 곳들이 오래전부터 해온 고민입니다. 거대 시장(미국, 중국 본토)에 인력과 자본을 뺏기는 ‘공동화’ 문제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흔히 K-콘텐츠에 대한 우려를 이야기 할 때 홍콩 영화의 사례를 이야기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독립적인 생태계를 유지할 기회를 잃고 중국 본토로의 요소 시장의 흡수를 해결하지 못한 문제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던 한국도, 이제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우리만의 해법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