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캐릭터 라이선싱 주요 동향, #캐릭터백서
*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2023). 2023 캐릭터 산업백서>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2022년 캐릭터 산업은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하며 다양한 변화를 맞이하는 기간이었다.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활동들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캐릭터를 활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이 확대되면서 전반적으로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기이기도 하다. 소위 MZ세대가 주도하는 캐릭터 소비가 확대되면서 다양한 캐릭터와 콜라하는 마케팅 전략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캐릭터 산업에서의 주요 행위자로서 MZ세대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기였던 것이다. 상반기에 나타난 ‘포켓몬 빵’ 품절 대란은 MZ세대의 추억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잔망루피’와 같은 기존 레거시IP의 조연의 자리에 있던 캐릭터들 역시 새롭게 주목을 받으며 큰 인기를 모았다. 자신의 취향에 주목하는 ‘디깅(digging)’ 문화가 확대되는 가운데 MZ세대의 주목을 이끌어내기 위한 캐릭터 콜라보 마케팅 역시 다양하게 전개되었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캐릭터들이 인기를 얻으며 성장했다. 캐릭터 활용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일상 속에서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기회 역시 크게 늘어난 것이 2022년의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 MZ세대의 부상: 키덜트에서 디깅(digging) 소비 문화로의 변화
MZ세대, 캐릭터 소비의 주체로 부상하다
MZ세대의 부상은 2022년의 캐릭터 라이선싱 지형에 있어서 중요한 변수라 할 수 있다. 소위 ‘어른이들’에게 관심을 모으는 레거시 캐릭터IP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었던 것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준 사건은 ‘띠부띠부씰’이라는 스티커 수집 열풍을 불러일으킨 ‘포켓몬 빵’ 열풍이었다. 2022년 2월, 2006년 이후 16년만에 부활한 ‘포켓몬 빵’은 ‘띠부띠부씰’ 수집의 추억을 되살리고자 했던 어른들과, 새롭게 포켓몬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된 아이들이 경쟁적인 수요를 촉발했다. ‘포켓몬 빵’은 출시 3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2,200만개를 기록했고, 품절 대란이 이어지면서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제품을 되파는 ‘리셀’ 현상까지 나타났다.
‘포켓몬 빵’의 성공은 캐릭터와 연계된 식품의 콜라보 열풍으로 이어졌다. 6월에 출시된 ‘메이플스토리빵’은 출시 18일 만에 100만개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고, 8월에 출시된 ‘디지몬빵’ 역시 한달 만에 100만개 판매를 기록했다. 포켓몬에 앞선 2021년 10월 제품을 출시했던 ‘쿠키런:킹덤’ 협업 빵 제품도 출시 9개월 만인 7월 누적 1,000만개의 판매를 기록했다. 이러한 ‘캐릭터 빵’ 열풍은 마케팅에서 캐릭터 활용이 갖는 가치를 보여주면서, 다양한 캐릭터 마케팅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포켓몬 빵’ 대란은 특히 MZ세대의 폭발적인 구매력을 보여주면서, 세대를 관통하는 캐릭터IP의 중요성에 대한 주목을 불러일으켰다. ‘포켓몬 빵’의 주요 성공 요인으로 과거의 추억을 자극하는 ‘노스탤지어 마케팅’을 강조하는 논의들 역시 활발하게 제기되었다. 포켓몬IP의 인기가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로 이어지고, 다양한 콜라보 상품으로 확대되면서 포켓몬의 인기가 MZ세대와 아이들을 포함하는 폭 넓은 세대로 확장되어 있다는 점 역시 주목을 받았다. 1996년에 게임IP에서 출발한 ‘포켓몬스터’가 26년이 지나서도 한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모두에게 사랑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캐릭터 소비에 있어서 MZ세대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다양한 레거시IP를 발굴하고 활용하려는 노력 역시 이어졌다. 이런 점에서 2022년 한국인이 사랑한 캐릭터 순위에서 ‘짱구는 못말려’와 ‘포켓몬스터’의 순위 변화도 주목할만하다. <2022년 캐릭터 이용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짱구는 못말려’는 2020년과 2021년 5위에서 2022년 3위로 2계단 상승했고, ‘포켓몬스터’도 각각 6위에서 4위로 2계단 상승했다. 또 2020년과 2021년에는 순위 밖에 있었던 ‘원피스’(5위)와 ‘건담’(8위)도 순위권으로 진입하는 등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에 기반한 캐릭터IP에 대한 주목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오랜 기간 팬덤을 쌓아온 레거시IP로서, 특히 20대에서 선호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인기는 실제 상품 소비로도 이어졌다. ‘포켓몬’과 ‘짱구’, 그리고 ‘키티’와 같은 산리오 캐릭터가 포함된 ‘마이키링’ 상품은 2022년 8월 기준 누적 판매 200만개를 기록했다. 캐릭터 상품이 포함된 사탕류를 의미하는 ‘토이캔디’의 카테고리 전체의 판매량 역시 크게 늘어났다. ‘토이캔디’류의 상품을 구매해서 ‘언박싱’하는 뽑기 영상이 유튜브 콘텐츠로 크게 인기를 얻은 것도 이러한 현상을 부추겼다. 개그맨 박명수의 유튜브 채널인 ‘할명수’에 업로드 된 ‘짱구 랜덤 키링 100개 까기’ 영상은 공개 13일 만에 약 12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레거시IP의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수집하려는 MZ세대의 움직임이 캐릭터 상품 소비의 지형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키덜트에서 디깅(취향) 소비 문화로 확대
MZ세대의 캐릭터 소비 양상은 기존에 ‘키덜트(Kidult)’란 용어로 포착하던 현상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의 키덜트라는 개념은 성인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아이와 같은 취향을 가진 이들을 다소 한정적으로 지칭하는 용어로 주로 활용되었다. 이러한 용어에는 캐릭터 상품 소비를 어린 아이들의 전유물로 바라보면서, 어른들 중 아직 아이와 같은 감성을 가진 이들이 이러한 행위를 이어간다라는 관점이 적용되어 있다. 즉, 키덜트와 같은 소비 행태를 갖는 이들은 일반적인 ‘어른’과는 다른 독특한 집단이란 인식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MZ세대의 부상 속에서 점차 키덜트란 용어보다 ‘어른이’와 같은 좀 더 보편적인 용어의 활용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캐릭터 소비가 이젠 소수의 취미를 넘어서, 보다 일반적인 어른들의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제시한 ‘디깅 모멘텀(digging momentum)’의 논의와 연결해서 해석해볼 수 있다. 이때 디깅이란 수집이나 관계 등 취미의 수준을 넘어 적극적으로 깊이 파고드는 경향성을 의미한다.
MZ세대에게서 보다 두드러지게 확대된 캐릭터 소비의 양상도 개별적인 각자의 취향을 파고드는 취미 소비, 즉 ‘디깅’(digging)의 문화란 관점으로 이해해볼 수 있다. 상품의 수집과 콘텐츠 소비가 연결될 수 있는 캐릭터 소비는 디깅의 대표적인 대상 중 하나다. 콘텐츠를 연계 소비하고, 세계관을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이러한 콘텐츠가 상품화될 때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으로 관련 문화를 깊게 파고드는 것이다.
캐릭터를 디깅하는, 즉 파고드는 어른들이 늘어나면서, 구매력을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한 캐릭터 마케팅 역시 보다 적극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특히 2022년은 유통업계에서 캐릭터 마케팅의 활용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진 한 해이기도 했다. 과거의 인기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자체 캐릭터를 내세우는 전략 역시 늘어났다.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의 ‘바사삭 유니버스’나 롯데칠성음료의 ‘새로구미’, hy(前 한국야쿠르트)가 선보인 캐릭터 ‘야쿠’ 등 수많은 캐릭터가 쏟아져나왔다. 어른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전략 역시 이어졌다. 둘리의 등장인물인 ‘고길동’ 캐릭터와 협업한 ‘고길동 에일’이나,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어린아이들의 캐릭터에서 MZ세대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잔망루피’를 활용한 다양한 콜라보 마케팅 이러한 흐름을 잘 보여준다.
2. 캐릭터 마케팅의 확장 속 라이선싱 트렌드의 변화
더 이상 조연이 아니다, 서브 캐릭터의 부상
MZ세대의 캐릭터 소비 활성화와 레거시IP에 대한 주목은 기존의 전통적인 캐릭터 소비와는 구별되는 흐름을 촉발했다. 기존에 조연의 위치에 있었던 서브(sub) 캐릭터들의 약진이 바로 그것이다. 레거시IP에 주목하되,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주할 수 있는 여지가 큰 조연 캐릭터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흐름 속에서 새로운 인기 캐릭터가 부상하게 되는 것이다.
2020년 중반부터 인터넷의 밈(meme)에서 출발한 ‘잔망루피’는 이러한 조연 캐릭터 트렌드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잔망루피’는 한국의 대표적인 영유아 애니메이션인 ‘뽀롱뽀롱 뽀로로’에서 주인공 뽀로로의 친구인 비버 캐릭터 ‘루피’에서 출발해서 어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미지로 재구성되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2020년 아이코닉스에서 공식 이모티콘을 출시한 이후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확대해왔다. 특히 2022년에는 명품 브랜드 불가리의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제주항공의 항공기에 특별 도장을 입히며, 보그 코리아에서 화보를 촬영하고, 이랜드 ‘스파오’ 브랜드의 패션 모델로 활동하고 삼성전자의 모델로 활동하는 등 협업의 범위를 크게 확장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잔망루피’의 인기의 배경으로는 우선 2023년에 20주년을 맞이하는 ‘뽀롱뽀롱 뽀로로’를 보고 성인기에 진입하는 세대의 등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드디어 한국에서도 어린 시절 경험한 콘텐츠를 성인이 되어서 다시 경험할 수 있는 레거시IP가 탄생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뽀롱뽀롱 뽀로로’ 자체는 이미 영유아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콘텐츠 성격이 너무나 분명해서, 성인이 되어 다시 소비하기에 적절한 형태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잔망루피’는 조연 캐릭터로서 이러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강점을 갖는다. 뽀로로라는 주인공 캐릭터가 가진 정체성이 너무나 확고한 것에 비해서, 서브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이용자 중심의 재해석의 여지가 열려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본래 콘텐츠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일종의 ‘스핀오프’를 통해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취향으로의 변화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서브 캐릭터가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서브 캐릭터의 성장은 이들이 속한 전체 콘텐츠의 연계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낸다. ‘헬로키티’ 캐릭터로 잘 알려진 산리오는 ‘쿠로미’, ‘시나모롤’, ‘마이 멜로디’, ‘폼폼푸린’, ‘케로케로케로피’와 같은 다양한 서브 캐릭터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헬로키티’ 이외의 캐릭터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2021년 적극적인 숏폼 콘텐츠 전략을 전개한 것은 물론, 오프라인 홍보와 유통을 강화하는 전략을 2022년 확대하면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롯데마트 토이저러스에서 오픈한 ‘산리오 마켓’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들의 상품이 적극적으로 소개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2022년에는 ‘헬로키티’가 아닌 다양한 서브캐릭터들이 다양한 세대로부터 인기를 얻었으며, 이를 계기로 이와 연계된 다양한 굿즈와 연계 마케팅 역시 확장되었다.
2022년의 마지막을 장식한 애니메이션 콘텐츠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도 조연의 부상을 확인할 수 있다. 원작에선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송태섭 캐릭터에 서사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익숙한 이야기를 다시 새롭게 구성한 것이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요 흥행 요인 중 하나였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서사의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이와 연계된 다른 캐릭터 전체의 주목과 관심을 높이는 연쇄 효과를 만들어내면서 기존에 인기를 누리던 주연 캐릭터 뿐 아니라 송태섭이라는 새로운 인물에 대한 팬덤을 활성화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서브 캐릭터의 활용이 주로 올드-레거시IP의 재활성화 전략과의 연계 속에서 확장된다는 점이다. 서브 캐릭터의 활약은 역설적으로 캐릭터 시장에서 여전히 강력한 레거시IP의 힘을 드러내면서, 이들의 확장과 활용을 위한 전략의 진화를 보여준다. 다양하면서도 서로 연계된 캐릭터들의 관계와 세계관은 캐릭터를 파고드는 ‘디깅’ 문화의 촉발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런 점에서 서브 캐릭터의 부상은 캐릭터 산업에서도 점차 세계관과 팬덤을 연결하는 전략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랜덤 상품, 캐릭터 연계 소비를 촉발하다
다양한 캐릭터가 연계된 세계관을 파고드는 방법 중 하나로서 2022년에 특히 크게 부상한 것은 앞서도 언급한 ‘토이캔디’와 같은 랜덤형 상품의 소비다. 이들은 특히 편의점과 같은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공간을 중심으로 소비가 크게 활성화된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는 한 개에 2,500원에서 3,000원 정도 가격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상품 구성에 랜덤 뽑기 방식으로 흥미성을 더하고, 자신이 선호하는 캐릭터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전략으로 일상에서의 캐릭터 소비를 확대하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랜덤형 상품은 오래 전부터 카드 수집의 형태로 존재해왔으며, 이미 모바일 게임 등에서 보편화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게임 산업에서도 2022년에는 랜덤형 뽑기 상품이 결합된 서브컬쳐형 수집형 게임들의 인기가 크게 높아졌다. 앞서 논의한 ‘포켓몬 빵’의 '띠부띠부씰' 수집 열풍도 그 저변에는 이러한 랜덤 상품에 대한 흥미 유발의 효과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랜덤형 캐릭터 상품은 캐릭터 소비의 빈도를 늘리고, 작은 금액이지만 지속적으로 캐릭터와의 접촉을 늘리는 방식이란 점에서 캐릭터에 대한 팬덤의 관여 확장 측면에서도 중요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실제 편의점에서의 ‘토이캔디’ 매출은 2022년 전년 대비 149.9%가 증가했고, 캐릭터 상품 매출 역시 71.1%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에는 특정한 '뽑기방'과 같은 비일상적 공간에서만 접할 수 있던 캐릭터의 랜덤 상품 소비를 편의점과 같은 일상 공간에서 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캐릭터와의 접점을 넓혀나가고 있는 것이다.
공간, 캐릭터를 알리는 새로운 전략으로 부상하다
2022년은 코로나19의 확신이 다소 누그러들기 시작하면서 다시 오프라인 공간을 통한 캐릭터와의 만남의 기회가 늘어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단기간에 특정 컨셉을 가지고 운영하는 임시 매장인 ‘팝업스토어’의 운영이 확대된 것도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남들과 다른 경험과 희소성에 가치를 두는 소비 트렌드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해제 이후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을 부각시키려는 시도가 결합되면서 마케팅 수단으로서 팝업스토어에 대한 주목이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단기적인 오프라인 중심의 이벤트를 통해 특히 크게 주목을 받은 캐릭터로는 ‘벨리곰’의 사례를 들 수 있다. ‘벨리곰’은 2018년 롯데홈쇼핑이 사내 벤처를 통해 제작한 캐릭터로, 2022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다. ‘벨리곰’은 주로 유튜브에서 몰래카메라 콘텐츠를 통해 인지도를 확보하며 팬덤을 모은 바 있는데, 거리두기 완화의 흐름과 더불어 적극적인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캐릭터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갔던 것이다. 2022년 4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타워의 야외 잔디광장에 아파트 4층 높이인 15m짜리 초대형 벨리곰을 설치하는 공공전시를 진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당 전시는 행사 시작 첫 주말에만 50만명이 전시장을 찾으며 큰 인기와 주목을 얻었다. 이뿐 아니라 9월에는 경쟁업체라 할 수 있는 ‘더현대서울’에 팝업스토어를 열어서 다양한 소비자와 만나는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다른 유통업계들도 오프라인 활동의 증가에 대응하는 마케팅 전략으로서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현대백화점은 2022년 5월, 13m 높이의 대형 벌룬 ‘월리’ 캐릭터를 무역센터점에 설치하는 등 캐릭터 활용 마케팅을 전개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은 자체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백화점 계열에서는 ‘푸빌라’를, 이마트 계열에선 ‘제이릴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캐릭터 상품을 확장해나갔다.
오프라인 공간 경험의 가치에 대한 주목이 높아지면서, 공간 자체의 브랜딩에서 출발한 캐릭터IP의 확장 사례 역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외식 기업 CFFG의 ‘카페 노티드’를 들 수 있다. 노티드 도넛 상품으로 큰 주목과 인기를 얻은 ‘카페 노티드’는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타 브랜드 상품과의 협업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2021년 12월 갤럭시Z플립3와 협업하며 노티드 브랜드 라인선싱을 확장한 바 있으며, 2022년 8월에는 ‘노티드월드’ 프리뷰 팝업 행사를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전개하며 다양한 푸드 상품은 물론 굿즈 등의 판매도 이어갔다. ‘카페 노티드’의 트레이드 마크인 스마일 캐릭터를 활용하여 이랜드의 스파오, 신한카드 등 다양한 사업자와의 협업 역시 전개한 바 있다.
3. 디지털 캐릭터 소비 지형의 변화
디지털 캐릭터 월정액 구독서비스가 가져온 변화
캐릭터 산업에 있어서 메신저 이모티콘과 같은 디지털 상품의 중요성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캐릭터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2.5%가 디지털 캐릭터 상품 이용(구매) 경험이 있다고 답하고 있는 것에서도 이모티콘 기반의 디지털 캐릭터 상품이 보편화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에서 발표한 연말 결산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출시 11주년을 맞이하는 카카오 이모티콘에서 출시된 누적 개별 이모티콘 숫자는 약 50만개에 달하며, 누적 구매자 수는 2,700만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2 캐릭터 이용자 실태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중요한 부분은 디지털 캐릭터 상품의 월평균 결제 금액의 변화다. 3천원에서 5천원 미만을 결제한다는 응답자는 2020년 17.7%에서 2022년 24.1%로 증가하고 5천원에서 1만원 미만도 2020년 12.8%에서 2022년 17.5%로 증가한 반면, 1천원에서 3천원 미만을 결제한다는 응답자는 2020년 36.6%에서 2022년 31.9%로, 1만원 이상을 결제한다는 응답자는 2020년 8.8%에서 2022년 6.7%로 감소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이는 가장 대표적인 메신저인 카카톡에서 ‘월정액 구독’ 기반의 이모티콘 상품을 출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카카오톡은 2021년 1월, '이모티콘 플러스'라는 월정액 상품을 출시했다. 이모티콘 플러스는 결제 플랫폼의 수수료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3,900원(PC기준)에서 6,900원(애플 결제 기준)의 범위에서 매달 구독료를 지불하면 다양한 이모티콘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월정액 금액 구간의 응답 인원이 증가하고, 그 외의 개별 구매에 해당되는 구간의 응답 인원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해당 구독형 상품의 이용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 카카오의 발표에 따르면 ‘이모티콘 플러스’의 누적 이용자 수도 2022년 연말 결산 자료 기준으로 1,200만명을 돌파했으며, 이모티콘 사용자 3명 중 1명이 ‘이모티콘 플러스’ 구독자로 조사되었다.
디지털 캐릭터 상품인 이모티콘 시장이 월 구독 방식의 무제한 소비로 변화한 것은 새로운 캐릭터IP의 성장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이모티콘 플러스’를 통해 무제한으로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이모티콘 작가들이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모티콘 소비를 확대하는 큐레이션 전략이다. 이모티콘 플러스 상품은 대화의 맥락에 어울리는 캐릭터 이모티콘을 단어를 기반으로 기존의 아카이브에서 추천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이는 기존에 개별 구매 상품으로는 접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노출을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기존의 단건 구매 방식이 인기도가 높은 IP에 유리한 방식이었다면, 월정액 방식의 구독 모델은 큐레이션에 의해 추천되는 기회가 크게 확대되면서 신규IP에게도 더 많은 노출의 기회가 제공될 수 있는 방식으로 시장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이런 점에서 2022년은 이러한 월정액 구독 방식의 캐릭터 소비의 효과가 확장되는 시기였다고 볼 수 있으며, 그 직접적인 효과로 새로운 캐릭터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카카오의 결산 자료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최고의 인기를 얻은 이모티콘은 ‘고심이’, ‘망그러진 곰’, ‘오둥이입니다만’, ‘곰과 갱아지’, ‘토심이와 토뭉이’ 등으로 다수가 새롭게 인기를 얻은 캐릭터였다. 특히 유랑 작가의 ‘망그러진 곰’은 2022년 12월 이랜드의 패션 브랜드 스파오와 콜라보를 통한 파자마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상품화의 시작을 알렸다. 이는 디지털 캐릭터 상품인 이모티콘이 오리지널 캐릭터의 새로운 성장의 경로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캐릭터 소비, 새로운 캐릭터 성장의 핵심 기반이 되다
메신저를 통한 이모티콘의 사용은 이미 캐릭터 산업에서 핵심IP의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온 바 있다. <2022 캐릭터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표적인 메신저 이모티콘 기반의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는 2020년 이후 3년 연속 최선호 캐릭터 1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톡에 기본적으로 탑재되어서 일상의 대화를 통해 친숙함을 획득한 ‘카카오프렌즈’나, 글로벌 메신저로서 역시나 이모티콘 캐릭터로 성장한 ‘IPX’(구 라인프렌즈)의 사례에서도 디지털 캐릭터 소비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들 이모티콘 기반의 캐릭터IP는 오랜기간 한국의 캐릭터 산업을 주도해왔던 영유아 애니메이션에서 출발한 캐릭터IP와는 핵심 소비층에서 차별점을 갖는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앞서 구독형으로 전환된 이모티콘 시장의 변화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가 이모티콘을 기반으로 슈퍼IP로 성장했듯이, 앞으로 새로운 오리지널 캐릭터들이 다양한 이용자에게 노출되면서 팬덤을 형성하고, 또 다시 매력적인 IP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모티콘 시장이 확대되면서 이를 통해 높은 수익을 거두는 캐릭터 작가 역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중 상위권에 들어가는 작품을 가지고 있다면 월 수천만원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작가들이 이모티콘 캐릭터 창작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이모티콘 기반의 캐릭터IP들이 더 다양하게 주목을 받고 성장하는 사례가 늘어날 때, 점차 재능있는 작가들이 참여해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IP가 더 많이 탄생하는 선순환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2022년의 캐릭터 라이선싱의 핵심적인 동향으로서 소위 MZ세대로 불리우는 성인의 캐릭터 소비의 확장에 따른 캐릭터 마케팅과 관련 상품화 전략의 다양화의 사례를 살펴본 바 있다. 다만 여기에 활용되는 다수의 캐릭터IP들이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과 캐릭터에 기초한 레거시IP들이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성인을 대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한국의 캐릭터IP가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이모티콘 시장에서 발견한 것의 가치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캐릭터 소비의 저변이 확대되고, 캐릭터 활용의 범위가 늘어나는 산업적 기회를 새로운 창작 오리지널 캐릭터IP들도 누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가는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2022년 디지털 캐릭터 소비에서 빠뜨릴 수 없는 또 하나의 흐름은 바로 NFT의 화려하지만 짧았던 성장이었다. ‘메타콩즈’와 같은 디지털 기반의 캐릭터들이 NFT 투자의 호황기를 기회로 큰 주목을 받았다. ‘IPX’는 2022년 10월 캐릭터 생성 플랫폼 ‘프렌즈’를 출시하며 NFT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을 확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 연말이 되며 NFT의 거품이 빠르게 가라앉으면서, NFT 기반의 캐릭터IP에 대한 주목 역시 약화되기 시작했고, ‘메타콩즈’와 같은 프로젝트는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디지털 기반의 캐릭터 소비의 확대는 여전히 새로운 슈퍼IP의 탄생을 기대해볼 수 있는 핵심적인 기반이란 점에서 중요하다. 현재 대중적인 시장으로서 이모티콘 기반으로 하나의 성장 경로가 마련되고 있고, 아직 불완전하지만 NFT와 같은 미래의 디지털 캐릭터 산업에 대한 관심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이런 점에서 2022년은 캐릭터 소비의 저변의 확대와 더불어 레거시IP의 영향력 확대 속에서 디지털 기반의 신규 캐릭터IP의 성장의 가능성과 경로를 발견할 수 있었던 시기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