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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찬승 Nov 07. 2023

언론인에 대한 디지털 괴롭힘과 정신건강 대책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서 2021 - 02 <언론인과 디지털 괴롭힘> 자문 원고입니다.


I. 디지털 괴롭힘을 당한 언론인을 위한 정신건강 대책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언론인의 신상 공개, 무분별한 비난과 욕설, 명예 훼손 등은 집단이 개인에게 저지르는 폭력 행위다. 기자들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서 자주 호소하는 큰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가 대중들의 무분별한 비난과 욕설이다. 기자가 작성한 기사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나 비난과 달리, 기자 개인에 대한 신상 공개와 욕설은 가학적 폭력행위다. 괴롭힘보다는 폭력이라는 단어가 그 심각한 행태까지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인 개인에게 쏟아지는 인터넷 폭력은 언론인이 전문가로서 갖는 명예를 훼손함을 물론이요, 한 인간으로서의 인권과 존엄을 무참히 짓밟는 행태다. 인터넷에는 언론인을 향한 협박과 심지어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협박까지 올라오는 경우가 있으며, 이런 경우 온라인을 넘어서 실제 현장에서 폭력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피해를 당한 언론인은 인터넷 폭력을 피할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고 만다. 얼굴 없는 다수의 가해자들을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언론인은 위축되고 자신의 직무 수행에 있어서 영향을 받는다. 이런 기사를 작성해도 될지, 다시 비난받지 않을지 자기 검열을 하고, 어떤 기사라도 쓰는 것을 두려워한다. 언론인으로서의 직업에 대한 회의감에 빠지고 이직을 고려하는 경우도 많다. 


스트레스 요인의 경중을 가리는 가장 큰 특성은 ‘예측 가능성’과 ‘조절 가능성’이다. 어떤 사건에 대해서 예측이 가능하고 조절이 가능하다면 그 사건을 감당할 만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인터넷상의 ‘기레기 박제 사이트’를 포함한 무분별한 신상 공개와 집단적인 욕설은 그 가해자가 누구인지, 언제 어떻게 벌어지는 일인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예측 불가능하고, 개인의 힘으로는 그 폭력을 중지시키거나 차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조절 불가능하다. 


눈부신 인터넷 기술을 발달에 비해서 대중의 인터넷 폭력에 대한 경각심은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피해자와 가까운 사람들조차 인터넷 폭력으로 인한 피해자의 마음의 상처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다. 인터넷 폭력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인터넷 폭력은 언론인의 생명과 안위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트라우마가 될 수 있으며, 그 특성상 한 순간 발생하는 트라우마가 아니라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되는 만성 트라우마에 해당한다. 인터넷 폭력을 당한 언론인은 욕설과 비난이 일상 중에도 불쑥 반복적으로 떠오르거나 악몽을 꾸는 등 재경험을 하고,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과각성 증상을 보이며, 고통스러운 폭력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기사 작성을 두려워하는 등 회피하는 태도가 나타나고, 자신이 당하고 있는 폭력을 사회와 직장이 막아주지 못한다는 불신, 부적절한 죄책감, 피해의식 등 부정적인 기분이 들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증상은 트라우마 반응에 해당한다. 


인터넷 폭력으로부터 언론인을 지키기 위해서 스트레스, 트라우마 등을 포함한 정신건강 대책이 필수적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건 발생 후 대처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것은 크나큰 잘못이다.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 대한 최선의 대처는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언론인은 혹여라도 당할 수 있는 인터넷 폭력에 대해 사전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예고 없이 가해지는 폭력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고, 정신건강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큰 피해를 줄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언론인을 인터넷 폭력으로부터 지키는 것은 언론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동료, 언론사, 사회, 국가가 인터넷 폭력이 가져오는 트라우마의 심각성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피해를 당한 언론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효과적인 대응이 나올 수 있다. 


II. 인터넷 폭력에 대처하기 위한 언론인 프로그램


정신건강 측면에서 볼 때, 인터넷 폭력을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간주하여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다. 트라우마 대처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인터넷 폭력 대처 프로그램은 피해를 당한 언론인뿐만이 아니라 모든 언론인을 대상으로 시행해야 한다. 인터넷 폭력을 당한 언론인에 대해서는 심화 프로그램과 더불어 치료 시스템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이 경우에는 진료를 담당하게 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하여 언론인이 겪는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교육 워크숍을 진행하여 효과적으로 언론인을 치료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1. 전체 언론인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 프로그램


대상:

전체 언론인


목적: 

인터넷 폭력의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이해하기

인터넷 폭력 피해를 당한 동료 돕기

언론사 차원에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언론인을 지원하기


구성:

1) 스트레스의 이해: 

스트레스, 소진 등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


2) 트라우마의 이해: 

트라우마,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

언론인 직무에서 겪는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

트라우마를 당한 동료와 대화하는 방법


3) 인터넷 폭력 피해를 당한 기자의 경험

인터넷 폭력에 대한 경각심 고취


4) 인터넷 폭력과 정신건강 지키기: 

인터넷 폭력의 양태, 심각성 

인터넷 폭력으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한 대처 방법

동료로서 피해자를 대하고 돕는 방법


5) 그 외 정신건강 이슈에 관한 강의들 수 회기에 걸쳐 진행

정신과 주요 질환: 우울증, 조현병, 양극성 장애, 중독, 치매 등

정신건강 분야 제도적, 법적 이슈


2. 인터넷 폭력 피해를 당한 언론인을 위한 프로그램


대상:

인터넷 폭력 피해를 당한 언론인과 참여를 원하는 언론인


목적: 

현실적 대처 방법 교육

인터넷 폭력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치유


구성:

1) 구체적인 대처 방법에 대한 교육

피해를 최소화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체적 행동 지침

변호사가 교육하는 법적 대응


2) 스트레스의 이해: 

스트레스, 소진 등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과 회복 방법


3) 트라우마의 이해: 

트라우마,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과 회복 방법

언론인 직무에서 겪는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


4) 인터넷 폭력 피해를 당한 기자의 경험

인터넷 폭력에 대한 고립감과 무력감 해소


5) 인터넷 폭력과 정신건강 지키기: 

인터넷 폭력의 양태, 심각성 

인터넷 폭력으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한 대처 방법


6) 그 외 정신건강 이슈에 관한 강의들 수 회기에 걸쳐 진행

트라우마 후 다른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신건강 전반에 걸친 이해가 도움이 됨. 

정신과 주요 질환: 우울증, 조현병, 양극성 장애, 중독, 치매 등

정신건강 분야 제도적, 법적 이슈


3. 치료 연계를 위한 교육 워크숍


대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목적:

언론인이라는 직업군의 특수성과 스트레스,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를 함양

언론인 정신건강 지원을 위해 정신건강의학 분야와 협약하여 치유 전문가 그룹 확보


구성:

1) 인터넷 폭력 피해를 당한 기자의 경험


2) 언론인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언론인이 겪는 스트레스

언론인이 겪는 트라우마

언론인이 당하는 인터넷 폭력 트라우마와 정신건강 문제


III. 참고문헌


Women Journalists and Online Harassment

https://mediaengagement.org/wp-content/uploads/2018/04/Women-Journalists-and-Online-Harassment-1.pdf


Laws Protecting Journalists from Online Harassment

https://www.hsdl.org/?abstract&did=832889


IFJ. New guidelines for journalists who face online harassment and abuse

https://www.ifj.org/media-centre/news/detail/category/women-workers/article/new-guidelines-for-journalists-who-face-online-harassment-and-abuse.html

https://www.ifj.org/fileadmin/user_upload/combatting-online-harassment-and-abuse-23062021-0910-5.pdf


IFJ. 8 tips on how to report harassment on social media

https://www.ifj.org/media-centre/news/detail/category/women-workers/article/8-tips-on-how-to-report-harassment-on-social-media.html


UK National Action Plan for the Safety of Journalists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national-action-plan-for-the-safety-of-journalists/national-action-plan-for-the-safety-of-journalists


UNESCO. The Chilling: Global trends in online violence against women journalists

https://en.unesco.org/sites/default/files/the-chilling.pdf


정찬승. 사이버 폭력 피해자 마음건강지침

https://brunch.co.kr/@maumdream/66

http://www.keydr.kr/news/article.html?no=3915


황윤태 기자(국민일보). 디지털 명예훼손 / [2020 트라우마 치유주간]2020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추계 학술대회

https://youtu.be/ti9xr5tt15g


Substance Abuse and Mental Health Services Administration (SAMHSA). 치료 개선 프로토콜-트라우마 이해기반 행동건강서비스(TIP)

http://www.ansantrauma.net/archive/egovArchiveForm01.do?boardSeq=107


작성자: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회 홍보국장 (2020-2021)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특임이사 (2022-2023)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서 2021 - 02 

언론인과 디지털 괴롭힘 

책임연구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공동연구 이나연 성신여자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분석요원 김지희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객원연구원 


https://www.kpf.or.kr/front/research/selfDetail.do?seq=592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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