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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이베 May 17. 2016

책 육아와 일반 육아는 하느님과 부처님 차이!

책만 읽어준다고 절대 책 육아 아니다!



아마도 책 육아를 제대로 하고 있는 엄마라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거다.

왜 책 육아와 일반 육아가 하느님과 부처님의 차이만큼이나 다른지!


서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니 이해하려고도 하지 마라.

안 할 거면 알려고도 하지 마라. 

그냥 가던 길 쭉 가면 된다.

어차피 같이 갈 수 없는 길이니까!



대충 아이의 사회성 핑계로 내 사회성을 연결해서 동네 비슷한 또래 맘들, 문화센터 맘들 모임, 친한 친구들 모임 등등, 아이들끼리 놀라고 모아놓고 서로 정신적 소울인 듯 육아 스트레스 푼답시고 수다든 먹을 것이든 몸무게 2kg쯤 가뿐하게 늘려서 집으로 돌아오면 늘어난 수다와 몸무게에 머리와 몸은 천근만근으로 에너지 방전되어서 책이라고는 엄마도 안 찾고 애도 안 찾고 어쩌다 읽어 줘 봐야 하루에 15분 잠자리에서 한두 권 읽어주고 일찍 꿈나라로 가면 엄마는 일어나 컴퓨터 앞에서 시간만 보내는 일반 육아 말고!



제대로 책 육아하는 맘들은 알 거다.


하루 종일 애랑 지지고 볶고 놀면서 이미 나의 사회성은 저 멀리 버린 지 오래고, 다른 엄마들 삼삼오오 모여 수다 떨면서 육아 스트레스 수다와 먹는 거로 실컷 풀고 있을 때!


나는 내 새끼랑 아무도 없는 동네 놀이터에서 미끄럼틀하고 시소 타고 있고 다리 위에서 칙칙폭폭에 열광하는 딸이랑 같이 흥분하고 길가에 핀 민들레 꺾어서 열심히 킁킁거리며 향기도 맡아주고 굴러다니는 돌만 보면 환장하는 딸내미랑 길바닥에 널린 돌 던지며 놀고 있고 지나가는 고양이 쫓아가서 뭐 하는지 구경하고 있고 동네 산책하러 나온 강아지랑 인사하고 떨어진 나뭇가지 주워와 물에 꽂아주고 관찰한답시고 열심히 개미굴 찾아 개미 잡아 오고 비눗방울에 환장한 딸내미 질릴 때까지 쓰고도 남을 비눗방울액을 만들고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이 우리 딸내미 장난감으로 둔갑한 걸 다시 정리하고 그렇게 내 새끼와 하루를 보내고 나면 이미 오래전 저 한낮 어느쯤에 에너지는 방전된 몸인데 밤 10시 11시만 되면 스멀스멀 좀비 새끼처럼 책을 집어 들고 책! 소리친다.


책 들고 읽어달라 가져오는 아이를 뿌리치지 못한다. 왜냐면 책 육아에서 책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 때문이다.



침대맡에는 항상 40권의 책이 찰랑거린다.

언제든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책이 있다.

낮에는 평소 많이 읽어 봐야 10권 안팎인데

밤에는 한번 집었다 하면 30~40권을 모조리 읽고도 

어떤 책은 무한 반복으로 읽어 달라고 조른다.  

정말 피곤해 힘들어 미칠 때는 

읽어주다 읽어주다 좋아하는 책 집어 들고

이거 이거~! 하는 애를 자자고 억지로 울려야만 잠이 든다.

그럴 때마다 그 반짝이는 총명함이 나로 인해 자꾸 소멸될까 미안해지기도 한다. 

어떤 때는 놀다 책 보다 놀다 책 보다 자자고 눕히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책장을 넘기며 혼자 책을 보고 있는 모습에

방전되어 정신 줄 놔버린 순간에도 일어나 불을 켤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게 과연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걸까?


책 육아를 알기 전까지 집에 책도 몇 권 없었고 말도 못 하는 게 무슨 책이니? 했었다. 완전 무식이 폭포처럼 흐를 때!!! 뒤통수 후려갈기는 듯한 성찰이 있고 난 후에서야 이렇게 사회성이라곤 우리 세 가족이 다지만 만 5세 이전의 사회성은 엄마와의 관계에서 모두 이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굳게 믿으며! 열심히 책에서 자연에서 세상을 배운다.


무언가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항상 

"고마워'라고 말하는 우리 딸!


자기가 뭔가 잘 못 한 것 같은 생각이 들면 꼭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해"라고 말하는 우리 딸!


엄마 아빠 얼굴을 서로 붙이면서 

"둘이 뽀뽀해"라고 말하는 우리 딸!


고마움을 알고 미안함을 알고 사랑을 아는 우리 딸! 

나 잘하고 있는 것 맞지?


한참 보던 책을 한동안 보지 않을 때면 나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 하고 스스로 약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역시 늘 다시 돌아오는 곳은 책이다.


앞으로도 많이 흔들리고 다시 돌아오고 그런 날들의 연속일지라도 난 이제 안다.


바로 책이 정답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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