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자떡 -
시장 안 떡집에서 따끈따끈 김이 오르는 먹음직스런 감자떡이 눈에 들어왔다.
감자떡 먹어 본지가 언제 였더라.
옛날 생각을 하며 몇 개 사서 먹어 봤는데
그런대로 먹을 만 했지만 옛날 어린시절에
먹던 그 맛이 아니다.
집 앞에 있는 작은 도랑에는 늘 마르지 않고 샘물이 흘러 내려왔다. 빨래 같은 것은 신작로 건너 앞개울까지 나가야 했지만 야채 씻고 세수하고, 걸레 빠는 일 등 작은 일들은 가까운 그 도랑에서 모두 해결했다.
동네 몇 집이 함께 사용하던 그 도랑가에 어느 날 부턴가 감자가 가득 담긴 커다란 함지박이 등장하면서 점점 고약한 쿠린내가 진동을 했다.
우리 집은 감자 농사가 많지 않아 씨감자, 밥에 놓아먹을 감자를 빼면 남는 게 없었지만 뒷집은 감자 농사를 많이 지어 쓰고 남는 감자를 도랑가 함지박에 담아 물을 부어가며 몇날 며칠을 삭혔는데 날이 갈수록 그 냄새가 심해졌다.
감자 썩는 냄새가 너무 지독해 도랑에 나갈 때는 코를 틀어 막아야했다. 뒷집 아줌마가 아주
미워질 때쯤 동네 전체에 냄새를 풍기던 감자가 썩어서 껍질이 분리되고 감자녹말이 희게 가라앉자 아줌마는 물을 따라낸 뒤 녹말가루만 따로 거둬들였다.
어느 날 아줌마가 보자기로 덮어 우리 집에 가지고 오신 접시에는 까만색의 따끈한 감자떡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 냄새나던 감자녹말로 만든 떡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쫀득하고 깊은 맛이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뒷집 아줌마에 대한 미움은 그 감자떡 한 접시로 봄날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김이 모락모락 나던 기가 막히게 맛있는
그 감자떡을 언제 다시 먹어 볼 수 있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