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저어가는 삶은
김 민 휴
폭풍우 몰아치는 산포 들녘 복판 모정(茅亭) 가에서
살이 쭉 빠진 포플러나무 한 그루가 바람에 맞서고 있다
길쭉한 마네킹 다리 같은 온 몸이 휘어지며
통째로 땅에 닿을 것 같다
저러다 부러지나 저러다 뽑혀 눕나 가슴이 두근거린다
죽지 않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하고 있는 저 나무는
일어서려고 버둥대서 잠깐씩 일어서다 다시 쓰러지는
백척간두에 선
저 위태로운 나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살려달라고 살려달라고 화살기도를 하고 있을까
당신의 뜻대로 하시라고 위선의 기도를 하고 있을까
전부를 다 걸고 맞서야 하는 삶의 시간들은
주일 교회 의자나, 온가족 둘러앉은 저녁 식탁이나
침대 맡에서 엎드려 드리는 동화 같은 기도로
구해낼 수 있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뽑힐 둣 뽑힐 듯, 멎을 듯 멎을 듯
힘든 삶을 지탱하게 해주고
다시 눈을 뜨고, 자리를 박차고, 밥 한 숟가락 뜨고
신발 끈을 고쳐 메고, 허리띠를 동여메게 하는 ...
절망을 살리는 밥은, 피는, 그 분의 은총은
살려달라는, 살 게 해달라는 기도의 응답이 아니다
살겠다고 살겠다고 살아남아야 하겠다고
견딘 결과이다 버틴 결과이다
삶은 견다는 것이다 버티는 것이다
세찬 폭풍우 몰아치는 삼포면 들녘 한가운데 벌판에서
연약한 포플러나무 한 그루가
부러지지 않기 위해, 뽑히지 않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견디고 있다,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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