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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AZURE POET Aug 14. 2024

풍경이 다가와서

시간읊저어가는 삶을 위한 기도

풍경이 다가와서

              - 입추대길

 

                                                 김 민 휴

 

매미 울음이 노친네 팔 힘 같다

 

자 대고 그은 새하얀 비행운

푸르고 깊은 창공 오래 흐르다 사라지고

비행음 꼬리 여운 지워질 듯 길어진다

 

빨랫줄에 널어놓은

여름 홑이불

낭창한 허리 배배 꼬며 바람놀이 하다가

아래쪽 발가락을 꼼지락거린다

 

좋은 볕을 맞고 있는 색들은 더 익어가고

살진 벌레 소리들 서로 싸우지 않고

오묘한 향기도 서로 후벼파며 맞서지 않는다

 

아침 한 술 뜬 지는 진즉 지났고

점심 먹을 때까지는 아직 먼 듯하다

 

서두를 것도 허덕일 것도 없는 시간

어린 집 뒤란 봉숭아 꽃밭에서

씨 꼬투리 톡톡 터트리는 성실하고 착한

시간이 그려놓은 풍경

 

하늘은 더 더 높아지고

알곡들은 들판 곡간을 가득 채울 테니

몸이 있는 것들은 죄다 살이 찔까 걱정이리

 

책장 꼭대기, 천장 밑에

곤히 쌓여 있다 내려진 먼지 두터운 책들

곰팡내 나는 갈피 갈피, 곧

맑은 바람 좀 들랑날랑 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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