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읊저어가는 삶을 위한 기도
풍경이 다가와서
- 입추대길
김 민 휴
오늘 볕이 유난히 고실고실하다
자 대고 그은 새하얀 비행운
푸르고 깊은 창공 오래 흐르다 사라지고
비행음 꼬리 여운 지워질 듯 길어진다
빨랫줄에 널어놓은
여름 홑이불
낭창한 허리 배배 꼬며 바람놀이 하다가
아래쪽 발가락을 꼼지락거린다
아침 한 술 뜬 지는 진즉 지났고
점심 먹을 때까지는 아직 먼 듯하다
서두를 것도 허덕일 것도 없는 시간
어린 집 뒤란 봉숭아 꽃밭에서
씨 꼬투리 톡톡 터트리는 성실하고 착한
시간이 그려놓은 풍경
하늘은 더 더 높아지고
알곡들은 들판 곡간을 가득 채울 테니
몸이 있는 것들은 죄다 살이 찔까 걱정이리
책장 꼭대기, 천장 밑에
곤히 쌓여 있다 내려진 먼지 두터운 책들
곰팡내 나는 갈피 갈피, 곧
맑은 바람 좀 들랑날랑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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