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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 Apr 07. 2020

캐스퍼, 고정관념을 바꾸는 방법

경험과 합리적인 선택을 무기로 개척한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

2014년 캐스퍼의 등장으로 침대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시대가 열렸다.


2014년 당시에는 침대는 매장을 찾아 직접 누워보고 구매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물론,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서 침대를 포함한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었지만,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침대를 구매하는 것이 익숙했다.


이런 익숙한 시장에 새로움을 불어넣은 것이 캐스퍼다. 캐스퍼는 매트리스를 박스에 넣어 집앞까지 배송하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저렴한 가격과 편안한 잠자리를 슬로건으로 전통적인 매트리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2014년 5명의 공동 창업자들이 각자의 신용카드 대출로 50만 달러를 마련해 회사를 시작해 지금은 11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달성하며 스타트업 성공의 상징이 되었다.

캐스퍼는 매트리스를 사람 허리에 오는 박스에 넣어 집앞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통해서 온라인 기반 매트리스 시대를 열었다. 2014년 이후 한해 평균 80%의 고성장을 기록하며 시장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미국 내 최대 오프라인 매트리스 유통 업체인 Mattress Firm이 파산 보호 신청을 했으며, 미국 전역에 3,300여개가 넘는 매장 중 900개를 폐점하기로 발표했다. 이 같은 유통의 변화는 이를 기반으로 성장한 시몬스, 템퍼, 썰타 등의 제조업체에게도 큰 타격이 되었다. 이들 제조업체는 오프라인을 통해 고마진 전략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 캐스퍼의 성공 요인 - 1, 파괴적 혁신 ]

처음 캐스퍼의 공동 창업자들이 온라인 매트리스 판매에 대해서 투자자를 설득할 때 아무도 그들에게 자금을 투자하려 하지 않았다. 매장에서 누워보고 구매하는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고착화되어 있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매트리스를 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


캐스퍼는 매트리스 가격의 거품에 주목했다. 매트리스 가격이 높은 이유는 크기에서 오는 복잡한 유통 구조라고 분석했다. 매트리스는 디스플레이하기 위해서 넓은 공간이 필요했고, 때문에 판매를 위해서는 인테리어 비용과 더불어 건물 임대료가 더해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면, 유사한 퀄리티의 제품을 절반 가격에 제공할 수 있었다.


매트리스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구매 경험도 개선이 필요해보였다. 매트리스를 구매해 수년간 사용함에도 고객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1~2번 누워보고 제품 구매를 결정하고 있었다. 제품을 선택해 만족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경험이었다. 이에 캐스퍼는 100일 시험 서비스를 실시하고 이 기간에 매트리스를 사용하고 무비용으로 환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서 캐스퍼가 주목한 부분은 제품의 근본적인 상품성이다. 캐스퍼 매트리스 초기 제품 개발에 9개월 이상이 걸렸다. 매트리스 제작을 위한 자재 선정과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며, 다양한 실험과 사용자 피드백을 거쳐 최종 제품을 완성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폼 매트리스 기반의 캐스퍼 매트리스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들의 판매 철학은 "Firm price, Soft sell"이다. 가격은 고정되어 있고 유연한 판매를 표방한다. 캐스퍼는 온라인에서 고객이 주문하면 1미터 남짓한 박스에 매트리스가 포장되어 배송된다. 이를 사용하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온라인으로 환불 신청을 하면 그만이다. 

[ 캐스퍼의 성공 요인 - 2, 경험 혁신 ]

앞서 이야기 했듯 미국의 소비자들이 캐스퍼에 열광하는 이유는 합리적인 가격과 더불어 나에게 맞는 매트리스를 직접 사용한 후 결정할 수 있다는데 있다. 2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매트리스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5분 정도 사용하고 구매하는 기존의 구매 방식에 대한 불만족이기도 했다.


캐스퍼는 소비자가 언제든지 저렴한 가격에 자사의 매트리스를 온라인으로 구매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 반품하도록 했다. 이런 시도는 스프링 중심의 기존 매트리스 시장을 붕괴시키고 폼 매트리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어냈다. 2015년 5%였던 미국의 온라인 매트리스 구매 비중은 2019년 30%대로 급성장 했다.


온라인으로 이동한 매트리스는 사용자 리뷰, 무료 배송, 무료 반품 정책 등으로 새로운 구매 경험을 제공하며 이전과 전혀 다른 시장으로 변모했다.

[캐스퍼의 성공 요인 - 3, 수면과학 근본적인 질문]

캐스퍼의 성공이 기업들에게 주는 교훈은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모범적인 해법을 제시했다는데 있다. 최근 매트리스 관련 이슈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초점은 현대인의 불면증과 숙면에 대한 문제를 해결에 있다. 캐스퍼의 홈페이지에도 그들은 수면 과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이같은 문제 해결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생체 리듬을 체크하는 디바이스 기술, IoT 기술 등을 접목하는 사례도 많다. 하지만, 캐스퍼는 이같은 새로운 기능 이전에 근본적인 잠자리에 주목했다. 쉽고 저렴하게 나에게 맞는 잠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기술 이전에 문제에 대해서 해답을 찾고 매출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캐스퍼 이후 온라인 매트리스 구매는 새로운 유통 표준이 됐고 경쟁자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리스 슬립, 터프트앤니들, 에잇트 슬립, 월마트의 올스웰, 아마존의 아마존베이직스 등의 새로운 온라인 매트리스 브랜드들이 속속 생겨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경쟁에서 캐스퍼는 매트리스 이외의 베개, 시트, 침실 전용 램프 등의 숙면 보조 도구로 판매 품목을 다양화하고 있다. 더불어 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새롭게 오픈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오프라인 판매처가 기존의 온라인 매트리스 판매 공간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캐스퍼는 오프라인 매장은 낮잠 카페와 같이 사용자 경험에 주목해 만들어지고 있다. 캐스퍼의 제품을 이용해 실제 수면을 취해보고 이러한 경험 축척이 구매로 이어지는 것.


캐스퍼의 공동 창업자 중 하나인 필립은 "매트리스 유통 구조의 혁신을 이제 숙면의 경험 혁신으로 변화시키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새로운 숙면 경험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오프라인 매장을 소개했다.


스타트업은 시장을 파괴시키고 혁신해야 하는 시대 사명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곧 스타트업이 기존 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공룡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캐스퍼의 혁신은 전통적인 산업에서 스타트업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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