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게 어렵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오랫동안, 그러니까 많은 작가들이 어릴 적부터 일기를 쓰거나 팬픽을 썼다고 하는 작가들처럼 학창 시절부터 글을 쓰던 사람이 아니다. 어릴 적 나는 글쓰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잘하는 게 없는 사람으로 스스로에게 한계를 짓고 그저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내 목표였으므로 글쓰기를 해볼 생각이 없었다. 단짝 친구에게 원하지 않는 편지를 수없이 보냈지만.... 어쨌든 그때부터 글쓰기를 연마했다면 나는 지금쯤 술술 쓰는 능력을 장착한 사람이 되어 있을 수도 있는데 그 점이 참 아쉽다.
나는 스스로 에세이형 글쓰기를 하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야기에 삶의 지혜를 녹여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면서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을 만한 문장을 만들어 내는 작가들의 능력은 가히 타고난 재능처럼 느껴진다. 그에 비해 나의 글쓰기는 사실적이고, 직관적이며, 감정이 없다. 그러니까 내가 글을 쓰는 방식은 보고서 형식에 가깝다. 그래서 브런치 작가보다 블로그 인플루언서가 먼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도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면서 이 일을 업으로 하고 싶었다. '온라인 수익화를 남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을까?' , '수익화에 성공했다는 그들은 도대체 얼마를 벌고 있는가?' 그런 물음에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창업지원사업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과거 사회적 기업협의회에서 정부지원사업 서류를 작성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문서작성에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욕심이 났다. 자본이 없는 나로서는 당장 돈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일을 하기 위해 부모님에게 손을 벌릴 수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용기도 없었으므로 내 힘으로 해낼 수 있는 방법은 사업계획서를 쓰는 일뿐이었다.
지원사업에 선정되었고, 창업에 성공했다. 정부지원금을 받으면 돈을 받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서류와 씨름해야 한다. 혹자는 사업할 시간에 서류를 하게 된다며 그 시간에 진짜 사업을 하는 것이 낫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서류에 익숙하다. 어쩔 때는 진짜 사업을 하는 것보다 정부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 때도 있다. 10가지가 넘는 용역계약 관련 서류를 순서대로 작성하고 번호대로 줄 세우는 일은 나에게 스트레스 해소가 될 정도로 쾌감을 준다.
이렇게 서류형 글쓰기에 익숙한 내가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게 되었다.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단순히 팬클럽 필사모임에서 브런치 작가에 선정되었다는 멤버의 말을 듣고 부러움에 '나도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블로그 세계에서도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은 다들 브런치 작가의 타이틀을 갖고 있으므로 쓸 소재도 없는 내가 감히 브런치 작가에 도전한 것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운 좋게 성공했다. 미처 알지 못했지만 브런치 키워드에 스타드업 경험담이 있었고, 마침 내가 글을 쓰겠다고 했던 주제가 이 부분에 맞았던 것 같다.
공문서 쓰기에 익숙한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어버렸다.
브런치에 맞는 글을 잘 써나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