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마드리드 투자 유치 세션(Madrid Destino Inversor) 에 다녀왔습니다.
이 행사는 기술, 제약, 인공지능, 금융, 교육, 부동산, 스타트업 등 각 산업의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마드리드를 남유럽의 핵심 투자 허브로 부상시키기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단순한 포럼이 아니라, “마드리드가 어떻게 세계적인 도시로 진화하고 있는가”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수치였습니다. 2025년 상반기에만 스페인 전체 기술 투자금의 81%, 약 11억 6천만 유로가 마드리드에 집중되었습니다. 현재 1만 8천 개 이상의 기술 기업, 2,100개의 스타트업, 그리고 3만 5천억 유로 규모의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이 이 도시의 경제를 이끌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성장률은 연 23.7%, 5G 보급률은 99.6%, 광케이블 커버리지는 **98%**에 달합니다.
이 숫자들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성장’이 아니라 디지털 인프라와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전환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게 진정한 인상은 통계 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마드리드의 성장 전략이 기술과 도시 정책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세션은 ‘주택·도시개발·지속가능성’ 포럼이었습니다. 마드리드는 부동산 문제를 단순히 주거의 영역으로 보지 않고, 도시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Plan Vive를 통해 사무용 부지를 주거용으로 전환하고, 산업화된 모듈형 건축 방식으로 공공주택을 빠르게 공급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건축 정책이 아니라, 기술 혁신과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한 도시 전략으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주거, 에너지, 교통, 인프라가 기술 생태계와 연결되어, **‘살기 좋은 테크 도시’**로 발전하는 방향이 뚜렷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의 마드리드는 단순히 기업 본사를 유치하는 수준을 넘어
**“살고, 일하고, 창업할 수 있는 도시”**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제약·바이오, 인공지능, 핀테크, 스마트시티, 헬스테크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다국적 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과 스타트업들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IE, IESE, Universidad Europea 등 주요 대학들은 기업과 연계된 국제 인재 허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과제도 분명 존재했습니다. 아직까지 행정 절차가 복잡하고 느리며, 에너지 인프라 부족으로 일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마드리드 내 기업의 90%가 직원 9명 미만의 중소기업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스타트업들은 혁신적인 모델을 보유하고 있지만, 해외 시장으로 확장(scale-up)하기 위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즉, 마드리드는 이미 “창업하기 좋은 도시”가 되었지만, 아직 “성장하기 좋은 도시”로 완전히 자리 잡으려면 다음 단계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제 마드리드는 자신 있게 세계 시장과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그러나 진정한 도전은 작은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어제의 세션을 통해 느꼈습니다. 마드리드는 지금, 기술과 도시, 그리고 정책이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살아 있는 전략의 실험실이라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