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비 Jun 26. 2023

기억하지 않을 권리

기억 앞에 무력하여 대응할 수 업다

흠칫 놀라곤한다.


기를 쓰고 흔적을 게워내면 너는 보란듯 그 자리에 있다.

하필 왜 너와, 그토록 많은 일을 함께하고

그만큼 여러곳을 다녔던걸까.


기억하지 않을 권리가 내게 있다고 생각했다.

추억이 될 만큼 아름다운 사랑이 아니었다.


그러나 사랑이 취했던 태도가 얼마나 불량했는지와

상관없이 기억은 말뚝처럼 생활 전반을 옭아맨다.


뇌의 주름 사이 알알히 박힌 순간의 유리구슬들이

시끄럽게 부딪히며 달그락댄다.


기억을 화장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묻어둔 기억은 매일밤 좀비처럼 무덤을 헤집고 일어서

내 살을 갉아먹는다.


기억 앞에 무력하여 대응할 수 없다.


온 몸 근육이 아프다.

작가의 이전글 그레고르 잠자의 시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