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7년 차. 육아 5년 차.
다섯 살 된 아들은 올 3월에 처음 어린이집을 보냈고, 편한 것보다는 아이와 있는 시간이 더 좋아서 오전 10시에 보내고 오후 3시 반이면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마저도 요즘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3주째 등원도 시키지 않고 매일을 24시간 동안 붙어 있다.
아들은 눈을 뜨자마자
"심심해, 나랑 놀아줘."
라고 말한다. 배고파도 아니고 심심해라니. 너 지금 일어났잖아.
오후 8시에 알바를 나갔다 새벽 5시에 들어오는 남편은 겨우 4시간을 자고 일어나 주식을 하고, 개인사업일을 한다. 오후 12시, 1시쯤 되면 남편이 배가 고프다며 밥을 달라고 한다.
"뭐 먹고 싶어?"
"대충 먹자."
항상 계란후라이와 김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남편. 하지만 난 지금껏 단 한 번도 그 두 가지만 밥상에 올린 적이 없다. 매일 무럭무럭 자라나야 하는 아들도, 밤낮으로 쉴 새 없이 일하는 남편도 맛있게 먹이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다고 귀찮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잘 먹이고 싶다는 마음과 달리 꼭 가스레인지에 하지 않아도 되는 음식들은 에어프라이어나 전자레인지로 들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닭가슴살과 샐러드를 먹자고 한다. 치킨도 안 좋아하는 특이한 식성의 이 남자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갑자기 왜? 다이어트라도 하게?"
"아니, 건강 좀 챙겨야 할 것 같아서."
내가 영양제라도 챙겨주면 귀찮은 듯이 받아 얼른 입에 털어 넣고는 괜찮다며 너나 챙겨 먹으라던 남편이 얼마 전부터 면역력에 좋은 차를 사더니 이젠 건강을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닭가슴살과 채소를 먹자고 한다. 몸에 이상이라도 느껴지는 건지 걱정되는 마음에 물었더니 특별히 아픈 데가 있는 건 아니지만 예전과 다른 것 같다고는 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 유기농이니 무농약이니 하는 친환경 식재료를 사는데 좋은 재료를 사서 전자레인지에 넣는다는 건 '건강한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다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사용하고 있다.)
가끔 고구마나 감자가 먹고 싶을 때가 있는데 찐고구마나 감자가 먹고 싶을 때는 전자레인지, 군고구마나 감자가 먹고 싶을 때는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하곤 한다. 얼마 전에도 감자를 삶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전기밥솥의 만능찜 기능이 생각이 나는 게 아닌가. 그래서 그날 처음으로 만능찜 기능을 써보았다.
감자를 넣은 후, 물 조금 부어주고 20분 정도 지나니 끝났다고 안내까지 해주는 기특한 녀석. 편하고 맛도 좋아서 자주 사용하겠다 싶었는데 때마침 닭가슴살을 삶을 일이 생겼으니 전기밥솥에게 맡겨 본다.
감자와 마찬가지로 밥솥 안에 넣어주고 만능찜 꾸욱 눌러주니 20분 후 제 할 일을 다 마쳤다고 소리친다. 정말 편하다. 부드럽게 삶아져 먹기도 좋다.
오늘은 양배추를 삶으려고 찜판을 꺼내 들었다. 1/2 크기로 구매한 거라 4등분을 한 후, 1개는 샐러드용으로 썰어서 냉장고에 넣어놓고 3개는 내솥 안의 찜판 위로 안착시켜놓는다.
만능찜 20분 후, 뚜껑을 열어보니 잘도 익었다.
아삭하게 먹는 것을 좋아한다면 10분에서 15분이 좋을 듯하다. 삶은 양배추의 익힌 정도는 전기밥솥 성능에 따라,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흐물흐물 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얼른 꺼내 반찬통에 담아준다.
적당히 식힌 후에 냉장고에 넣어주면 양배추 찌기 끝. 먹고 싶을 때 언제든 꺼내서 먹으면 된다. 좋은 식재료를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이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는 것을 7년이나 모르고 있었다니.
다음 날 점심, 어젯밤 전기밥솥에 찐 양배추와 유기농 상추, 깻잎, 무항생제 삼겹살과 양파, 감자까지 함께하면 건강하고 맛있는 밥상이 된다.
곧 불혹인 나와 찐 불혹인 남편의 건강하고 슬기로운 식생활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