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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엘리 Aug 10. 2021

나의 베스트 프렌드

다섯 살 아들과함께 있어 즐겁다.


다섯 살 아들과 한 달째 하루 종일 붙어 알콩달콩, 투닥투닥하며 지내고 있다. 집 근처 상가 건물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일주일은 보내지 말자고 했는데 그 후로 2주간 긴급 보육만 가능, 또 2주 연장.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한 달째다. 


한동안 아들은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며 칭얼댔다. 엄마랑 둘이서 노는 것보다야 또래 친구들이 노는 게 훨씬 재미있기는 하니까 당연하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어린이집 앞에 가서 주위를 서성이다가 돌아오곤 했다. 하지만 2주쯤 지나니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는 얘기도 하지 않기 시작했다.


남편은 아침 일찍 일어나 일을 하고, 낮에는 밤 아르바이트를 가기 위해 잠을 잔다. 오후 7시 반쯤 나가서 새벽 5시에나 들어오다 보니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아들과 나, 둘이서 보내고 있다. 우리는 매일 늦은 시간에 일어나 밥을 먹고 간식을 먹고 TV를 보고 함께 장을 보기도 하고 산책도 한다. 그러다 보니 문득 한 번씩 아들이 나의 가장 친한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다섯 살이 되면서 말이 엄청 늘었는데 나랑 티키타카는 물론이고 잔소리도 엄청 해댄다. 가끔은 엄마인 나보다 더하다.


게다가 아기 같기만 했던 아들이 요즘 부쩍 키도 크고 몸무게도 늘어 어린이가 되어버렸다. 48개월이 되도록 15kg가 되지 않고 편식도 엄청 했었는데 집에만 있던 한 달 동안 밥만 네 끼를 먹고 간식까지 먹더니 16.5kg이 된 것이다. 그렇게 쑥쑥 자라더니 이제 제법 다섯 살 같아졌다.





남편이 출근을 하고 둘만 있던 저녁, 아들이 도넛이 먹고 싶다고 했다. 오랜만에 도넛을 사러 가자며 집을 나섰는데 아들이 언제나 그랬듯 안아달라고 했다. 그렇게 안고 10분을 걸어 던킨도너츠에 도착했다. 도넛을 먹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들이 또 안아달라며 팔을 벌렸다. 5분 정도 안고 걷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아들을 내려놓았는데, 그래도 엄마 힘들다는 말에 더 보채지 않고 아파트 입구까지 무사히 돌아왔다.


선선한 날씨였지만 아이를 안고 왔다 갔다 하며 땀을 좀 흘려 그런 건지 몸이 쳐지는 것 같아 침대에 누웠다. 더워서 둘 다 가볍게 입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에 꼭 붙어 있던 아들이 내 몸을 만지며 말했다.


"엄마 뜨거워."

"아니야, 엄마 안 뜨거워."


엄마의 말에도 계속 열이 난다며 이내 내 이마를 짚어본다.


"열나잖아."

"아니야, 안 난다니까."


갑자기 아들이 체온계를 들고 와서 내 귀에 대본다. 생각지도 못한 모습에 놀란 것도 잠시, 아들 말대로 약간의 열이 나고 있었다. 기초체온이 낮은 편이라 36.8도 정도만 돼도 열이 난다고 느끼는데 따뜻한 손으로 대보니 전혀 뜨겁지 않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때부터 속도 울렁거리고 머리도 지끈거리기 시작하더니 36.8도였던 체온계는 어느새 37.3도를 나타내고 있었다. 위장약을 먹고, 따뜻한 물을 마시고 누워있는데 아들이 옆에 와서 물었다.


"엄마 열나?"

"응, 열나."


또 자기가 체온을 재주겠다며 체온계를 들이댄다. 체온계를 두는 자리가 아들의 손이 닿는 곳이긴 하지만 열이 난다며 당연하게 가져와서 엄마의 귀에 대볼 정도로 자랐다는 게 마냥 신기했다. 그날은 매일같이 늦게 자던 아이가 고맙게도 일찍 잠이 들었다. 더위를 먹은 건지, 약간의 식중독 증상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증세도 금세 호전이 되었다.


엄마가 블로그 포스팅을 한다거나 일을 한다며 컴퓨터에 앉아 있으면 다가와서 엄마 무릎 위에 앉겠다는 아들 때문에 가끔은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역시 난 아들과 둘이 지지고 볶고 하는 시간들이 제일 좋다. 아들 덕에 심심하지 않고, 아들 덕에 즐겁고, 아들 덕에 행복하다. 독박 육아를 버틸 수 있는 건 아들이 내게는 가장 좋은 친구이기 때문이다.


아들, 지금처럼만 친하게 지내자.






사진 : pixabay Victoria_Borodin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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