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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엘리 Oct 07. 2021

내 옆에 꼭 붙어 있어

실전은 역시 어려워

아들은 어린이 안전교육 프로그램 '우당탕탕 아이쿠'를 즐겨본다. 어쩌다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는지 시즌1, 2까지  보고서도 새로운 아이쿠가 나왔다며 또 신나 한다. 좋아하는 여섯 번 이상을 보는데 매 번 나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아들 덕에 뿌듯한 적도 다. 특히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화는 '길을 잃었을 때'이다. 내가 그 프로그램을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그 화를 본 후에는 아들 스스로 대처 방법항상 연습했기 때문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혹시라도 길을 잃더라도 잘 해낼 거라는 믿음까지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들은 아이쿠를 보다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길을 잃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한다고?"



이 말은 자신에게 다시 질문을 해달라는 뜻이다. 나는 아들을 바라보며 아들에게 질문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데?"



앉아있던 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 곁으로 다가와 꼿꼿이 선다.



"멈춰야 한다."

"그리고?"

"아! 생각한다."

"뭐를?"

"음... 아! 112! 경찰 아저씨한테 전화를 하고, 아이를 가지고 있는 아줌마한테 도와달라고 해야 돼."

"그래. 잘했어. 그런데 그전에 가장 중요한 거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엄마랑 떨어지면 안 돼. 혼자서 앞으로 막 가면 안 돼. 알았지?"

", 알았어."



길을 걷다가도 '길을 잃었을 때'를 연습하던 아들과 함께 동네 큰 슈퍼를 갔을 때였다. 사은품 교환을 하라는 문자를 받고 찾은 슈퍼에서 명단을 확인하고 사은품을 받는 사이 아들이 사라졌다. 꼭 붙잡고 있던 손을 놓고는 액세서리를 구경하며 한참을 서 있길래 그 자리에만 있을 줄 알았는데 포장을 뜯는 몇 초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진 것이다.

액세서리 코너 옆으로 뛰어갔지만 아들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밖으로 나간 건 아닌지   쪽을 쳐다보았지만 투명한 문 넘어 복도에도 아들은 없었다. 다시 이름을 부르며 슈퍼 코너 사이사이를 찾는데 아들이 한 아주머니와 함께 뛰어왔다.



"엄마!"

"애가 계속 앞으로 가더라고."



아주머니는 주변에 어른 한 명 없이 혼자 걷고 있는 아이를 지켜봐 주셨다. 하지만  는 너무 당황하고 놀랐던 나머지 아주머니께 감사하단 말 한마디 겨우 한 채 아들의 손부터 붙잡았다. 

 


"속 그렇게 앞으로 가면 어떡해?  잃었을 때 어떻게 하라고 했어?"



아들은 아무 말하지 않고 나만 바라보았다. 그제야 아들의 놀란 눈빛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아차 싶었다. 나보다 더 놀란 건 아들이고,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이었을 텐데 나는 그 순간에도 혼낼 생각부터 하다니. 나는 재빨리 아들을 꼭 안고 등을 토닥였다.



"놀랐겠다."

"응."

"괜찮아 이제. 엄마 있잖아."



한참을 그렇게 토닥이고 나서야 아들은 안정을 되찾았다.



"무서웠어."



이미 수십 번은 가본 슈퍼였고, 어쩌면 자주 왔던 곳이기 때문에 더 자신만만하게 돌아다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항상 옆에 있던 엄마가 주위없다는 것을 알고는 불안에 떨었을 것이다.



"그렇지? 그러니까 엄마도 없이 그렇게 계속 앞으로 가면 안 돼. 엄마가 옆에 있으라고 했잖아."

"응, 엄마 나랑 꼭 붙어 있어."



아들은 내 손을 어느 때보다 더 세게 꼭 붙잡았다.



"알았어. 아이쿠 만날 보는데도 길 잃으니까 아무 생각 안나지?"

"응. 엄마 내 옆에 꼭 있어."



그날은 온종일 자기 옆에 붙어 있으라고만 했다. 슈퍼에서 장을 보는 내내, 집에 돌아오면서도, 집 안에서도 엄마 옆을 떠날 줄 모른다. 그 후로도 며칠을 꼭 붙어 있으라던 아들은 결국 다시 활개를 치며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엄마의 시야에서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아들도, 엄마인 나도 그 짧았던 1~2분이 너무 무섭고 아찔했. 아직까지 엄마 없이는 하루도 있어보지 않은 아들에게 그 시간은 얼마나 길게 느껴졌을까? 정말 다시는 절대 경험하고 싶지 않다. 어쩌면 어릴 때 매었던 유아 방지 가방을 다시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예전보다 지금이 더 필요한 건 분명하다. 과잉보호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 더 자유롭고 활달하게 키우고 싶었는데 아직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엄마로서 그 잠깐의 방심이 아이에게 큰 두려움과 상처가 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매일 그렇게 깨닫는데 여전히 족한 엄마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약속할 수 있다. 다시는 잠시라도 떨어지지 않겠다는 것. 놓치지 않겠다는 것. 그러니까 아들도 엄마 손 절대 놓지 마!

아들! 네 옆에 꼭 붙어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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