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빛이 보이나? 처음으로 목표를 성취하다.
나는 물리와 수학이 적성에 맞지 않아, 토목학과에서 무역학과로 전과했다.
지금생각하면 얼마나 문송한 일인 줄 모른 채
그저 수학과 과학을 공부해도 실력이 는다는 생각 없이 성적만 깔아주는 느낌이라,
빠르게 전과를 결정했다.
서류상 소속은 토목학과였지만,
무역학과 수업을 들으며 미리 전공과목을 이수해 놓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당연히 족보도 없었다. 그저 혼자 강의실 뒤에서 열심히 수업을 듣는 정체불명의 타과학생이었다.
게다가 수업시간표를 잘못 짠 덕에 이틀 동안 전공과목을 여섯 개나 시험 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전과를 하지 못하면, 다른 학과 수업으로 1년 반을 수강한 것이기에 세월을 날려버린 것이라 절박했다.
그리고 그때 타이레놀로는 막을 수 없는 긴장성두통이 발발하여 나를 괴롭혔다.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는 상태이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혼자 낑낑대며 수업을 듣고 시험을 쳤다.
하루종일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고, 소속된 학과에서는 전과준비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에
사물함 신청을 하는 것도 여의치 않아 무거운 전공서적을 들고 다녔다.
고생 끝에 높은 학점은 아니었지만 성공적으로 전과할 수 있었고,
이제 열심히 공부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매우 순진한 생각이었다.
세상에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많았다.
문과에 오니, 단지 수학만 못했을 뿐인 사람들이 즐비했다.
경제학과는 이과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가기 싫었다. 그래서 택한 것이 무역학과였다.
도피성 전과를 하였으나, 또 성적이 상위권 그룹이 아니었다.
늘 나는 어중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전문대에 가서 취업을 빨리하는 편이 좋았을 텐데...라는 후회가 일기도 했다.
그래도 기왕 전과한 거 다시 한번 공부에 매진해 보자! 하는 도전의식을 품었다.
우선, 전공자격증으로는 무역영어 1,2급과 국제무역사가 있었다.
당연히 전공자격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다.
수업을 듣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대학 도서관에 공부를 했다.
그러나, 내가 시험 칠 때쯤 무역영어는 갑자기 어려워졌고 출제경향도 바뀌었다.
그래서 이전 기출문제들이 쓸모가 없었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어쩜 그리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지,
다들 무역영어과 국제무역사를 획득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내 주변에는 온통 낙방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는 내 한계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다시 들었기에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1년에 시험은 3번 있었다. 거의 6번 만에 합격한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무역영어 1급에 합격했을 때는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드디어 내 힘으로 작은 무언가를 성취해 낸 것이다.
국제무역사의 경우 무난하게 2번 만에 붙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출제경향이 크게 바뀌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토익에 도전했다. 처음 쳤던 토익은 600점대였다.
그 당시에 처음 토익시험을 치면 신발사이즈가 나온다는 풍문이 들려오던 때였다.
다행히 신발사이즈가 아님을 확인하고, 그다음부터 학교에서 열리는 토익강좌에도 꾸준히 참석했으나
700점대까지 머무르고 더 이상 발전이 없었다.
입시공부를 했을 때처럼 또다시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았다.
이 벽을 부수고 싶었다.
한 학기 휴학을 하면서 자격증 공부와 토익에 집중했다.
그리하여, 문제집을 엄청나게 풀어보는 것으로 공부방향을 잡았다.
1000제짜리 문제집을 RC4권 LC4권씩을 샀고, 도서관에서 미친 듯이 풀었다.
전공자격증을 공부하면서 하루에 1회씩 풀었다.
그리고 한 달 만에 친 토익시험에서,
700점 초중반에 머물던 점수가 처음으로 845점이란 점수를 받았다.
자신감에 차올랐다.
나는 이제 공부하는 방법을 안다고 생각했다.
이만하면 공무원시험 공부해도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하여 관세직 공무원시험에 도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