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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 Jan 02. 2023

새해에는요,

나는 멋진 인간이 되고 싶다.

새해에는요, 돈도 많이 벌거요, 행복도 하고 봉사도 할거요, 침대랑 멀어지고 세상과 가까워질라요.


나는 게으름이 많다. 침대에 벌러덩 누워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2020년 졸업을 하고 한국에 돌아와 성공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한 사업이 있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들에 집중해야 하는데 역으로 더 해이해지는 마음이다. 나는 그런 물러터진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살아갈 수는 없다. 효도도 하고 싶고 독립도 하고 싶고 봉사도 기부도 하는 멋진 인간이 되고 싶다. 나는 정말 멋진 인간이 되고 싶다. 


늦은 것은 없다지만 늦은 것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하지만 늦었다고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게으른 인간이다. 재빠르지 못하고 엉덩이가 무겁다. 문제와 긍정적인 마음이 반작용으로 돌고 돌아 나를 제자리의 소용돌이로 만들어버린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던가. 꺾이지 않는 마음이 내 안에 단단하게 존재하지만 나의 게으름은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나는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하고자 하는 것은 정말 많다. 내 마음은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많다. 글도 쓰고 싶고 배낭 하나로 세상을 여행하고 싶다. 하지만 내 엉덩이는 침대 한가운데에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것은 슬럼프인가, 게으름인가.


나의 상태를 파악했으니, 자, 이제는 문제점을 자세하게 나열해 보자. 

1. 게으름

2. 물러터졌음

3. 간절함 부족

4. 규칙적이지 않은 습관들

5. 술

6. 도파민 중독

7. 침대 인간

8. 망각의 인간


1번 게으름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도망가는 것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예를 들자면 해야 하는 일이 산더미지만 흐린 눈으로 그 산더미를 무시하는 것을 굉장히 자연스럽게 해낸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나는 그 일이 없는 것처럼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재능이 단점이 된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아아 신이시여 이런 재능은 주시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만.


2번 물러터졌음. 나는 굉장히 긍정적이다. 굉장히 좋은 말로 들리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어떠한 상황이 와도 하하하 웃어버리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것은 3번째 문제점인 간절함과 함께 융합된 복합적인 문제로 진화한다. 물러터지고 긍정적이다 보니 간절함이 부족하여 늘어지기 일쑤다. '다음'이라는 단어로 안일하게 문제를 넘어간다. 


4번째 규칙적이지 않은 습관들이라 함은 잠을 자는 시간이라던지 밥을 먹는 시간이 아니다. 일하는 시간을 휘리릭휘릭 넘겨버리면 일하는 시간이 사라지는 마법을 부린다. 이것은 정말 좋아하지 않는 일에만 적용되는 조건이다. 예를 들어 나는 잠과 밥을 좋아하고 문제점 5번째에 나올 테지만 술을 정말 사랑한다.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잠과 밥, 술은 빼먹지 않고 꼭꼭 제시간에 자고 먹고 마신다. 뜯어말려도 자고 먹고 마신다. 하지만 내가 싫어하는 운동이라든지, 일이라는 습관은 엉망이 되고 마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정말 모를 일일까. 


5번째, 앞서 언급했다시피 나는 술을 정말 너무 사랑한다. 잘 마시냐 못 마시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사랑하니까 사랑한다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냐는 로맨스 소설 속 대사의 심정이 딱 내 심정이다. 2022년 겨울, 내 브랜드의 제품을 홍보할 겸 했던 작은 인터뷰가 있었다. 나를 인터뷰해주시는 분께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소개를 부탁하셨다. 그때 나의 대답은 '막걸리를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했더니 에디터님은 나에게 정말 술을 좋아하시는 분이구나 하고 느끼셨다고 한다. 그 날의 인터뷰에서는 나의 브랜드 이야기보다 술 이야기를 더 길게 오래 나눴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술로 인하여 나의 생활과 건강은 별로 안녕하지 못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누구에게나 술은 절제의 미가 필요하다.


6번째는 도파민의 중독이다. 사실 운동은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아주 중요한 행위이다. 운동은 건강한 도파민을 분비시키지만 극심한 운동 중독의 도파민으로 몸을 해치는 경우까지 있다. 차라리 그런 도파민이라면 문제에 포함시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는 유튜브 쇼츠의 도파민에 중독되어 있다. 이것은 '게으름'과 '도피'와의 연이 깊은데 게으른 것을 잊으려 쇼츠나 웹툰의 세상으로 도망간다. 중요하고 유용한 정보과 즐거운 춤과 노래들을 모아놓은 즐거운 세상이 바로 눈앞에 있다. 어느 누가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의 세상으로 들어가고 싶을까. 나는 비겁한 도망걸이다.


7번째, 침대 인간. 세상은 6가지의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누가 어떻게 무엇을 어디서 언제 왜 했는지. '내가 게으르게 일을 안 했다, 매일.' 이 문장에서 빠진 성분은 무엇인가. 1~6번까지의 문제들을 종합해 보면 바로 추측할 수 있다. 침대... 그놈의 침대, 침대가 문제다. 아니 누구나 알고 있다. 사실은 내가 문제다.


대망의 8번째.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축복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잘못한 점을 몇 날 며칠, 하물며 한 달에서 일 년은 기억하고 반성해야 하지 않겠나. 창조주가 나를 너무 사랑하시나, 내 망각의 시간은 단 하루, 단잠 한숨이면 쿨타임이 끝난다. 이 말은 즉슨, 이 깨달음과 반성, 노력과 실천 그리고 절망까지 이 모든 것이 하루 내로 갈등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망각되는 인간. 나는 그러한 어리석고 우둔한 인간이라는 점이다.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어리석은 사람이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은 내가 처한 상황에서 빠져나오려 계속해서 몸부림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나를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반성하고 다시 노력하고 도전하는 중이라고 생각해 보자. 우리는 모든 고난이 존재하고 그 고난을 헤쳐가기 위해 어리석은 짓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런 바보 같은 일들을 해내가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8가지의 문제점은 나를 갉아먹기에 딱 좋다. 근거 없는 자신감까지는 백번 양보해서 귀엽고 호기롭지만 그를 따라주지 않는 몸뚱이는 그런 나를 더욱 괴리감에 들게 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이 기록 또한 나의 노력 중 하나임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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