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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이용성 Nov 15. 2017

오하아몽은 괄목상대할만한 인물이 되지 못한다

근시안적인 사고의 위험성

괄목상대(刮目相待) : '안 본 사이에 부쩍 재주가 늘었음' 이 본래 뜻인데, 내가 보긴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기'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손권은 여몽이 뛰어난 용맹을 갖추었으나 학식이 모자람을 안타까워했는지 "이제 공부를 좀 해보게"라고 운을 띄웠는데 여몽은 장수로서 군사훈련부터 할게 너무 많아서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반박하자 손권은 "일국의 장수가 그 정도인데 군주인 나는 어떻겠는가"라고 맞받아친다. 이에 여몽은 크게 느낀 바가 있어 글공부에 매진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노숙이 주유의 후임으로 부임하여 여몽이 있는 곳을 지나게 되는데 아마 노숙은 엘리트 문관으로서 무관을 탐탁지 않아했던 것 같다. 딱히 여몽을 만나고 싶지 않았는데 주변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여몽을 방문하게 되는데 그와 원치 않는 술자리까지 하게 된다. 술자리 중 여몽이 불쑥 노숙에게, 도독으로 새로 임명되었는데 관우에 대한 대비책을 갖고 있냐고 물어본다. 노숙 입장에선 안 그래도 무식한 놈과 뜬금없이 대외 정세를 논하기 싫어 '때에 따라 적당히 대비하면 된다'라고 에둘러댄다.

이때 눈치도 없이 오나라 최고의 지략가 노숙 앞에서 여몽이 5가지 방책이 있다며 주절주절 떠들어 댄다. 

이에 노숙은 기분이 나빠져 대충 내뱉는다. "오하의 아몽은 아니구나."

여몽이 이 말에 들떠 "선비란 자고로 3일을 헤어졌다 만나면 눈을 비비고 다시 살펴야 한다."



단순히 노숙이 집안, 재산, 학벌 등 빠질 것 없는 엘리트였기에 싸움꾼에 불과한 여몽을 무시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우선 저 고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체적으로 여몽은 무식한 걸 떠나 눈치가 없다. 노숙이 보긴 여간 답답해서 말 섞기 싫었을게다

또한 여몽은 좋은 말로 임기응변에 능하나 나쁜 말로 다분히 전시행정적인 인간이다. 물론 이것이 처세의 한 방편이자, 살아가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손책이 급사하여 갑자기 정사를 물려받은 손권은 먼저 부대를 재정비하기로 마음을 먹고 규모가 작거나 쓰임이 적은 군대는 통폐합하겠다는 명령을 내린다. 여몽은 그 대상이 자신이 될 것이란 직감을 했나 보다. 아무래도 동오의 3대를 지켜온 원로 무장들인 정보, 황개, 한당들에 비해 공로도 적고 주유, 노숙, 태사자 등 톱클래스 인재들과는 경쟁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여기저기 지인들에게서 돈을 꾸어 갑자기 병사들에게 붉은 옷을 사 입히고 행전을 지급한다. 결국 손권이 검열하는 날 여몽의 군대를 보니 유독 빛이 나고 돈을 받은 병사들이 더욱 절도 있게 서있게 되니 여몽의 군대는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될 뿐만 아니라 다른 장수의 병사를 통폐합해 여몽 군에 합류하게 하니 나름 여몽의 잔꾀가 엿보이는 구석이기는 하다.


사람은 자기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자를 좋아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능력이 없을수록 아부에 약하고 전시행정에 홀랑 넘어가곤 한다. 어쨌든 여몽은 장수로서 분명 공훈이 있는 능력 있는 인재임에는 틀림없으나 그의 이러한 전시행정적인 측면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임기응변식 대처가 결국엔 형주를 취하는 전쟁에서 관우를 없애고 승리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촉과 오가 위에 눌려 1강 2약체제를 만드는 원흉이 되었다고 본다.


이렇듯 근시안적인 사고는 항상 화를 불러오므로 늘 경계하고 평소에 다음 수를 미리 생각해둬야 한다.



呂蒙(178 ~ 219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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