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우 스테이트
어린이들은 글쓰기를 어려워한다. 일기나 독서록을 쓰려고 하면 눈앞이 새하얘진다. 어른들에게도 어려운 글쓰기가 어린이에게 쉬울 리 없다. 그나마 말이 글보다 쉽다. 말은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물처럼 생각과 거의 동시에 나온다. 말을 거침없이 하는 사람도 글을 쓰려면 막막하다. 어떻게 하면 말하듯이 술술 글을 쓸 수 있을까.
글쓰기는 담아놓은 생각을 펜으로 퍼내는 작업이다. 글쓰기는 그릇에 생각이 찰랑찰랑 담겨 있어야 글로 따라낼 수 있다. 빈 그릇에서 글을 퍼내려니 뭐가 도통 나오질 않는다. 생각을 먼저 채워야 한다. 방법은 다양하다. 그림책, 음악, 미술, 자연, 뉴스 등 무궁무진한 소재가 우리 주변에 있다. 가장 좋은 소재는 책이다. 글밥이 많고 어려운 책이 아니어도 좋다. 글쓰기는 빈 종이에 그림을 그리기와 비슷하다. 그림을 자주 그려본 사람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악어나 고양이 그리고, 새와 나무, 우주선, 별, 친구를 거침없이 그린다. 누군가는 쉽게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막힘 없이 글을 쓴다. 비결이 있다.
넛지(Nudge)가 필요하다. 원래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는 의미가 있다. 경제학에서는 부드러운 개입을 나타낸다. 글을 쓸 때 부드럽게 개입을 해주면 글도 말처럼 쏟아져나온다. 빈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예로 들어보자. 뭘 그려야 할지 막막하다. 하지만 빈 종이에 삼각형, 사각형, 찌그러진 동그라미 등을 그려놓고, 연상되는 그림을 덧그리도록 하면 막막함은 한결 덜해진다. 그림책, 음악, 미술, 자연, 뉴스가 들려주는 스토리를 보고, 떠오른 생각을 자유롭게 연결한다. 그릇이 차오르면 일기든 독서록과 같은 비문학이든 문학이든 점점 글쓰기를 위한 날개가 자란다. 우리는 생각이라는 빈 땅에 스토리라는 씨앗을 심어주는 일을 씨앗동화라고 부른다.
플로우 스테이트(Flow State)는 극도로 몰입한 상태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흥미를 느낄 때 시간이 멈춘 것처럼 빠져든다. 씨앗동화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소재로 생각의 그릇을 채운 다음에 몰입 상태에서 생각이 글로 넘치게 만들어준다. 씨앗동화의 부드러운 개입은 막막했던 글쓰기를 몰입 상태로 이끄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