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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윤슬 Jun 09. 2023

나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 돌이켜보니 10년 동안 꾸준히 좋아했던 일이 있었다.

특별히 잘하는 게 없어서 가끔 흔들릴 때가 있다.

'나는 잘하는 게 없는 사람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꾸준히 하고 싶은 일은 있다.

나에게는 글쓰기가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꾸준히 이어 가고 싶은 일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은 꿈을 꾼다

스쳐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마주하는 이 마음을 오래오래 기록하며 살아가고 싶다




살다 보니 내 꿈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일 보다

내 마음을 전혀 모르는 이들의 질문을 받는 날이 더 많다.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하고 10년이 지나자 자주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남자친구는 있고? 결혼은 언제 할 거니? 얼른얼른 시집가야지' 아직 누군가와 함께 길을 걷는 일에 대한 뚜렷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나에게 사람들이 묻는 질문에 '호호 갈 때가 되면 언젠가는 가겠죠'라고 이야기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늘 비슷하다.


늘 비슷한 질문들을 듣고 있노라면, 여자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말 좋은 배우자를 찾는 것 단 하나뿐인 듯하다. 하지만 선택은 온전히 내 몫이기에 당장의 조급함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결혼이라는 단어보다는 꿈이라는 단어에 여전히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니까.


여전히 이루고 싶은 꿈들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 속에서 나만의 작은 의미들을 만들어 한걸음 한걸음.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을 미루지 않기 위해 보일 때 일단 실행하는 연습을 하고,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도전을 시작할 때 '잘되면 좋고! 아니면 또 도전해 보면 되지!'라는 마음가짐을 끌어올려 본다



할까? 말까?


얼마 전 초보 강사들을 위한 교육 과정의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작년에도 똑같은 공고를 보았던 기억이 났다. 작년에도 아마 실행하지 않고 미루다가 기한을 놓쳐버렸던 듯하다. 이번에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애써 가벼운 마음을 끌어올려 지원서를 작성했다


면접 당일, 말하는 일에 꽤 자신감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가슴이 쿵쾅거린다

아침에는 이 떨림을 끌어안고 도전을 미룰 핑계를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만! 겁내지 말고 일단 해보자!' 새로운 도전은, 여전히 두렵고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던 날.


늘 도전이라는 친구를 만나면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찾아온다

'맞아, 이 떨림은 당연한 것이야. 간절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너무 긴장하지 말자! 안되면 또 도전하면 되지!' 떨리는 마음을 애써 붙잡고 면접장에 들어섰다. 차례로 인사를 하고, 지원하게 된 이유와 어떤 강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 짧고 굵은 면접이 지나갔다.


오랜 시간 꿈꾸었기에 막힘 없이 내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다

글쓰기를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은 우리의 삶을 기록하는 일. 오늘의 마음은, 오늘이 지나면 점점 흐려지기 마련이니까.


누군가 기록하는 일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자신의 마음을 안아 줄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 글쓰기 강사보다는,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글쓰기 친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큰 듯하다. 무언가를 알려 주는 사람보다는, 옆에서 토닥토닥 마음을 안아 주고 위로해 줄 수 있는 글쓰기 친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피어올랐던 날.




짧은 면접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

꽁꽁 숨겨 두었던 내 꿈을 낯선이 들 앞에서 이야기했던 날의 마음은 참 신기했다.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는 일,

언젠가부터 마음속에 꽁꽁 숨겨두었던 소중한 꿈이었다.


나는 20대가 되어 글쓰기를 시작한 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다.

잘 쓰던 못쓰던, 그저 쓰는 행위 자체를 좋아했던 어린이였다.


쓰는 행위를 좋아했던 두 가지의 기억이 있는데,

하나는 매일 쓰는 일기였고 하나는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일기장을 참 좋아했다

선생님께서 숙제로 내주신 일기장에 하루의 마음을 적고 다음날 담임 선생님께 일기장을 제출했다. 선생님의 책상 위로 가득 쌓인 일기장, 선생님이 언제 내 일기를 읽을지 늘 기다려졌다. 선생님은 한 명 한 명의 일기를 읽고 짧은 답장을 써주셨다. 그 작은 답장이 늘 나를 웃게 만들었다


'윤슬이 오늘은 엄마랑 좋은 시간을 보냈구나! 행복했겠다!'

짧고 굵은 선생님의 답장은, 내가 일기를 쓰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친구들과 손 편지를 쓰는 일도 좋아했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학교에서 제작한 우표가 있었다. 편지를 써서 우표룰 붙여 우체통에 넣으면 직접 다른 반 친구에게 편지가 가는 시스템이었다. '언제 답장이 올까?' 편지를 보내고 다시 답장을 기다리면서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자주 보는 친구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있었던 걸까. 순수하고 맑았던 그 시절, 내 일상 속에서 글쓰기는 늘 함께였던 기억들. 돌이켜보니 글쓰기는 꽤 오래된 친구였구나.


글쓰기,
내 마음을 안아주는 가장 소중한 친구.


면접 결과 발표날, 당당하게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왜 불합격 통보를 받았을까?'라는 물음표를 잠시 안고 있다가 정신이 번뜩 들었다.


용기를 내어 도전했던 일이었고,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기대감에 마음이 괜찮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시도를 한 나에게 박수를 보내고, 또 다른 시도를 이어 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날.




내 삶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한 지 10년이 되어 간다

가끔은 내 글이 어딘가에 노출이 되어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를 주기도 하고, 몇 년 전 써두었던 글을 꾸준히 누군가 읽고 있다는 사실도 작은 기쁨이 되기도 했다


여전히 일기장에 짧은 일기를 쓰고,

가끔 내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기록하고 또 기록한다


내 마음이 고여 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와 우리의 마음에 상처보다는 소소한 다정함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결국 나에게 마음을 기록하는 일이란,

내 기록을 통해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와 위로를 주는 것.

함께 마음을 기록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작은 용기와 위로를 보내는 것.


오늘의 우리의 마음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

몸 건강을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하듯, 마음의 건강을 위해 꾸준히 마음을 기록하는 일.


글쓰기는 여전히 내 마음을 돌보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고 느꼈던 날이었다.




살다 보니 마음이 흔들릴 일은 점점 더 많아 지곤 한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우리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마음을 안아 주곤 한다

어떤 이는 소중한 사람을 만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이 괜찮아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알코올 한잔에 하루의 마음을 시원하게 날려 버리기도 한다. 어떤 이는 집으로 돌아와 꽁꽁 숨어 자신의 상처를 어찌할 바를 몰라 눈물을 펑펑 흘릴지도 모른다.


나 역시 마음이 흔들리는 날, 친구를 만나 함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하고 꽁꽁 숨어 울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상처받은 내 마음은, 물음표만 가득 남긴 채 내 마음속에서 흘러가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결국 글쓰기는, 내 마음을 잘 흘려보내기 위한 일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지만.

세상에게, 사람에게 상처를 받기도 하고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이 찾아온다.


삶이 파도에 흔들릴 때마다 내 마음을 들여다 보고 안아 줄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글쓰기는,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꾸준히 쓰기 때문에 내 삶도 특별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삶에 자주 흔들리는 우리가 글쓰기와 더 친해질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마음에 문을 두드리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기록해 보고, 글쓰기를 내 마음이 위로받는 경험들이 쌓여 우리의 삶을 기록하면서 더 단단해질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함께 글 쓰는 사람,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10년 가까이 홀로 글쓰기를 이어 오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더 깊게 느껴왔던 것 같다

글쓰기를 제대로 배운 적 없는 내가, 누군가에게 글쓰기를 알려 줄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어쩌면 너무 무겁게 생각한 탓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들을 많이 놓쳤던 것은 아닐까.


나처럼 스스로가 평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글쓰기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글쓰기를 편하게 쓰고, 잘 쓰는 사람이 글쓰기를 하는 데는 유리한 것은 분명하지만.

함께 글쓰기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사람은, 자신의 삶이 지극히 평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다.


평범한 일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수많은 감정들과 함께 살아간다

긍정적인 감정을 통해 성장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통해 조금씩 단단해질 수 있다.


꾸준히 기록하다 보면 감정이라는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두려움에 주저앉지 않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자 나에게 어떤 감정이 밀려온 거지?' 나에게 밀려온 감정이라는 파도를 유심히 바라보고 기록하다 보면, 우리의 삶은 마음의 근육이 붙어 점점 더 단단해질 테니까.


자, 오늘의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

당신의 마음을 기록할 수 있는 작은 용기를 내보자.


나는 당신의 작은 용기에 박수를 칠 수 있는 글쓰기 친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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