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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슬 Nov 26. 2023

10년째 혼자 여행을 떠나는 내향인입니다

외로움 속에서 배울 수 있는 수많은 마음들이 여전히 나를 떠나게 만든다

여행의 이유,

나는 유독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해질 때 떠나곤 한다.


10년째 여전히 홀로 떠나고 다시 돌아온다

홀로 떠나 마주하는 수많은 마음들은 나를 다시 살아 가게 만들어 주곤 한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얻고 싶은 한 가지는 무엇인가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먼저 나에게 질문을 던지곤 한다

'나는 지금 무엇이 필요할까?' 어떤 순간에는 누군가와 함께 동행하기를 원하지만 나의 대부분의 여행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호가 가장 강력하게 찾아올 때 실행력이 높아지기에 여행지를 선택하는 방법은 꽤 심플한 편이다


10월 여행하기 참 좋은 계절, 여름의 끝자락 가을의 초입에서 만나는 바다는 맑고 푸르기에 이번에는 바다가 있는 곳으로 향하기로 했다


여행 장소를 정하면서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

홀로 떠나는 여행이라면 더욱더 마음이 가벼워진다. 타인의 취향에 맞출 필요 없이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을 채우기 위한 여행이기에 나에게 가볍게 질문을 던져 보곤 한다. "이번 여행을 통해 얻고 싶은 한 가지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쉽게 답이 찾아온다


가을 하늘과 함께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식을 먹고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환경과 너무 복잡하지도 너무 단조롭지도 않은 곳. 3년 전 묵었던 속초의 숙소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홀로 떠나는 여행은 안전도 중요하기에 너무 적막하지 않은 속초로 가볍게 떠나기로 결정했다


누군가와 함께 떠나도 좋겠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나 절실했던 시기. 혼자 떠나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조금 외롭더라도 혼자 떠나는 여행의 시작.



가볍게 운동을 하고 시동을 걸었다

'3시간쯤이야! 할 수 있지!' 평소의 운전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여행지에 편히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운전을 배운 내가 참 기특했다. 홀로 운전대를 잡고 여행을 떠나는 날이면 늘 감사한 마음이 먼저 차오른다. 운전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운전을 해서 홀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용기에 감사한 마음이 가득해진다


휴게소마다 호두과자가 없어 거의 공복인 상태로 정신이 몽롱해진 상태로 속초 바다를 만났다

'강원도는 강원도네' 동쪽 바다는 유독 해가 빨리 지는 듯한 느낌이다. 서쪽 바다는 해가 지는 그 순간까지도 붉은빛을 유지하고 있지만 동쪽 바다는 유독 차가운 파도가 가득 밀려오는 느낌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도록 차가운 바다 바람과 푸른 바다를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개운해졌다

홀로 바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바다에 오길 잘했다' 꽁꽁 숨겨 두었던 마음들이 하나 둘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홀로 떠나온 속초 바다에서 일상을 살아내느라 딱딱하게 뭉쳐 버린 마음을 말랑말하게 풀어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 가득 차올랐다. 바다에 오기를 잘했다, 여전히 자연에게 위로받는 이 순간이 참 좋다.



차가운 바다였지만 그럼에도 발을 담그는 이들이 내 시선을 붙잡았다

예전의 나는 풍경 사진에 사람들이 나오지 않는 걸 좋아했는데, 요즘의 나는 풍경 사진에 사람들이 함께 있는 사진을 좋아하기도 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겠지만 사진 속 이들의 순간의 마음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같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지만 우리는 각자 다른 마음으로 바다를 마주 하고 있을 테니까.


"당신의 바다는 안녕한가요?"



좋은 추억,
다시 이곳.

해 질 녘 마음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아름 다운 일몰을 만났던 이곳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오늘의 마무리 일정이었다


좋았던 기억을 안고 다시 이곳을 찾으면 마음이 다정해진다

조금 흐려진 날씨 탓에 일몰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안 가면 후회할 것만 같아 이곳을 찾았다. 주차를 할 때쯤 보였던 윤슬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말았다.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었고 오늘의 해는, 산 너머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잠시나마 반짝여줘서 고마워! 다음에 또 만나자!'

아주 잠시나마 반짝인 윤슬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뉘엿뉘엿 지는 해와 함께 홀로 산책을 하기에는 덜컥 겁이 나 빠르게 차에 올라 문을 잠그곤 했다. 홀로 떠나는 여행은 자유를 선물해 주기도 하지만 홀로 모든 순간을 지켜봐야 한다는 점에서는 자유롭지 못함을 한번 더 알게 되었던 순간이었다. 조심 또 조심, 홀로 떠나는 여행에서 유독 긴장을 하지만 그럼에도 이곳까지 떠나온 나에게 고마움을 느꼈던 해 질 녘의 순간이었다



햇살 그리고 평온함


숙소를 고를 때 보통은 오션뷰 숙소를 선호 하긴 한다

하지만 홀로 떠나는 여행에서의 숙소는 안전함이 가장 최우선이 되기에 3년 전 방문했던 곳에서 2박을 하기로 했다. 아침에는 가벼운 조식을 먹을 수 있고 산책까지 할 수 있는 곳. 홀로 떠나온 나에게는 최적의 위치였다


10년 전, 처음 여행하던 시절에는 아침 조식을 먹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했다

십 년 동안 열심히 여행을 다녀 본 덕분일까. 홀로 조식을 먹는 일은, 내가 누릴 수 있는 선물 같은 시간이 되었다. 아침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공간에서 가볍게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라 만들어 드실 수 있어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밖에 나오지 않는 기계에서 어떻게 라떼를 만들어 먹을까 고민 차던 찰나를 사장님은 어떻게 아셨는지 나에게 라떼 만드는 법을 알려주곤 떠나셨다


'정말 좋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기 시작했다

햇살 가득한 시간에 홀로 아침을 먹는 일이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


내향인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욱더 깊어졌다

한정된 내향인의 에너지로 늘 사람이 넘쳐 나는 곳에서 살아 가느라 얼마나 많은 피로함을 느꼈던 걸까. 그저 사람 많은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버거운데 아름답지 않은 세상을 바라보느라 내 마음은 얼마나 지쳐있던 걸까. 더 잘 살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 소소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에 마음의 다정함이 차올랐다. 햇살과 평온함, 아침 시간에 누릴 수 있는 혼자만의 여유로움을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되었다



'자, 이제 걸어 볼까?' 배를 두둑이 채우고 아침 햇살과 함께 산책을 나섰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반짝이는 윤슬, 초록초록한 나무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홀로 떠나는 여행의 매력을 가득 느끼는 순간이었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만큼 시간을 쓸 수 있었기에 홀로 떠나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여름과 가을 사이, 그저 내 마음을 안아 주기 위한 여행이 없었더라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반짝이는 윤슬 옆에서 산책을 할 수 있는 여행, 오전 시간의 행복은 내가 다시 속초를 찾는 이유가 될 것이다


내향인에게 완벽한 시간.


카페에 갈까 싶다가도 바다 앞에서의 시간을 포기할 수 없어 돗자리를 챙겨 백사장으로 향했다

강원도의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을 온전히 즐기고 싶어 홀로 돗자리를 펴 자리를 잡았다. '혼자여서 좋다' 누군가 함께 바다를 찾을 때면 그 사람의 의견도 중요했기에 바다 앞에 돗자리를 펴는 일도 어렵게만 느껴졌다. 온전히 혼자가 된 시간, 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만큼 바다를 마주할 수 있다는 자유로운 느낌


완벽히 혼자가 된 자유로운 행복이었다



에너지의 흐름이 내부로 향한다는 것은 개인의 내면의 상태에 집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과의 상호 작용이나 어떠한 활동이 아니라 사색하고 관찰하기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외부적인 것은 내향인에게 에너지를 주지 못한다. 오히려 내향인의 에너지를 갉아먹는다. 흔히 '방전된다' 하는 표현처럼 되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혼자 지내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나의 경우 주중에 2회 이상 모임에 참석하게 되면 주말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내향인을 외향이과 비교해 보자. 외향적인 사람은 지쳤다가도 사람들과 잡담하고 교류하면서 다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내향인은 지친 상태에서 대화를 하면 에너지를 바닥까지 소진하게 된다. 이처럼 외부 자극을 멀리하는 내향인이기 때문에 보이는 특징들이 있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보수적이다. 사람들과 거리를 둔다. 전부 내향인들의 특징들이다.

<내향인이지만 성공은 하고 싶어>


사색하고 관찰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바다 앞에서 내향인과 관련된 책을 꺼내 들었다

하이브리드 내향인, 사람들과 있을 때 내성적이지는 않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 사람이라는 걸 깊게 느꼈던 순간이었다. 바다 앞에서 홀로 책을 읽는 일, 내향인에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지 않을까.


학창 시절부터 삼삼오오 모여 있는 친구들 사이에서 늘 물음표를 달고 있는 아이였다

'나는 왜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게 버거울까?'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모이던 주말이면 얼른 집에 가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사람들의 에너지를 쫓아가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시절. 에너지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채 외향인인척 살아갔던 시절의 나는, 친구들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모든 에너지가 방전된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혼자여도 괜찮을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에너지를 안으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만남의 끝이 허무해지는 약속은 잡지 않기 시작했고 모임보다는 홀로 카페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속에서는 좁은 관계 속에서 배우지 못했던 배움들이 가득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혼자의 시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마음이 평온해 짐을 느꼈다.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사람임을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되었던 날들, 홀로 보냈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오늘도 홀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용기를 품고 살아간다


혼자여도 괜찮은 여행,

내향인에게 혼자 보내는 시간은 비움과 채움이 동시에 일어나는 소중한 시간이기에.



조금 느려도 나답게.


2박 3일,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 고요한 침묵과 함께 간단한 아침을 먹고 산책을 했다. '어느 바다를 갈까?' 목적지를 묻지 않고 이름이 마음에 들면 그 바다로 향했다. 혼자가 아니었다면 오지 않았을 곳, 혼자 마주한 바다의 아름다움에 취해 마음이 다정해지곤 했다.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모르지만 결국 내가 선택한 풍경을 마주 하는 일, 나에게 혼자 떠나는 여행은 삶의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더 나를 위한 선택을 하게 되는 연습이지 않을까.


삶과 여행은 참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외롭지만 홀로 감당해 내야 하는 부분들이 선명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피하고 싶었던 수많은 마음들을 정면으로 마주 하는 일. 타인과의 속도를 비교하지 않고 조금 느리더라도 내 행복을 꾸준히 마주하며 살아가는 일. 혼자 떠나는 여행이 소중하고 값진 이유는, 잊고 지냈던 수많은 마음들을 만나게 해 주기 때문이지 않을까.



조금 느려도 나답게 살아보자고 다짐해 본다


'인생은 한 번이지만 행복은 셀 수 없기를' 인생에서 마주 하는 수많은 과정 중에서 스스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들로 가득 채우는 삶, 타인의 속도가 아니라 온전히 내 속도로 차분히 걸어갈 수 있는 내가 되기를. 홀로 있는 시간을 채우고 나니 진짜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 느리더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잃지 않는 사람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으로 살아가자고 다짐하는 여행. 내향인에게 혼자 떠나는 여행이란 내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아주 값진 선물 같은 시간이기에.


나는 여전히 혼자 떠나는 일에 작은 용기를 내며 살아간다. 온전히 나를 만나기 위해 떠나는 여행, 내향인은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기에.


내향인에게 혼자만의 시간이 없다면 아마 살아갈 수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중요한 시간, 나는 여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마주하며 살아간다.


당신에게 혼자만의 시간은 어떤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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