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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현 Jul 28. 2022

초보 운전인데, 제주도 가서 운전 해도 될까요?

: 제주는 초보운전자에게 최악의 장소입니다

제주도 운전이 쉽냐고 묻는다면


제주도를 매년 계절마다 찾을 만큼 제주도를 좋아한다


제주행 비행기 특가를 끊어놓고 혼자 행복해했던 날들이 많았다. '또 제주에 가? 다른 곳을 가보는 건 어때?'라는 질문에 '그래도 난 제주가 좋아'라고 답할 만큼, 제주는 내게 특별한 섬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두 달 살이를 두 번이나 할 만큼, 나에게 제주는 의미가 있는 곳이


며칠 전, 안타까운 뉴스 기사를 하나 보게 되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이 렌터카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났고, 몇 명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을 떠났다 이야기를 보며 파티를 하며 손님을 끌어야만 하는 게스트하우스의 밤에 결국 사고가 나고 말았구나 싶었다


게스트하우스는 파티를 하는 곳이 많다

파티를 해서 사람을 모아야 하며, 파티를 참석해야 숙박비를 저렴하게 해주는 곳도 있고, 어떤 곳은 파티를 참석해야만 숙박이 가능한 곳도 있다. 일부러 파티를 하는 곳을 찾아가는 여행자들도 많다


게스트하우스의 밤,

낯선 이들이 모여 파티를 하는 일까지는 좋다


하지만 게스트하우스에는 파티 마감 시간이 있기에 2차를 가고 싶어 하는 게스트들끼리 모여 2차를 가곤 한다. 도보로 이동 가능한 곳이 있으면 좋겠지만, 외진 곳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서 2차로 가기 위해서는 차가 필요하다. 택시를 타야 하는데 육지 택시와는 다르게 콜을 불러야 하는 제주 택시들을 밤에 잡기도 어려우니 결국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 역시 숙박비를 조금이나마 아끼고자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을 한 기억이 많은데, 신난 마음에 2차를 떠나는 이들을 많이 보기도 했다


그날 밤의 상황들이 상상이 가서 더 마음이 아팠다

현실을 벗어난 제주도의 푸른 밤, 낯선 사람들과의 시간들이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에서의 운전, 신난 마음가짐으로의 운전은 너무나 위험했고 결국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다. 무엇 하나를 탓할 수도 없을 듯하다, 결국 아슬아슬했던 제주의 밤은 어둠으로 가득해버렸다


제주는, 운전 연습하기 최악의 장소입니다


가끔 제주를 좋아하는 나에게 지인들이 묻곤 한다


'나 초보 운전인데 제주도 가서 운전해도 괜찮을까?'라는 말에 '아니, 제주는 운전하기 위험한 곳이야!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나 역시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제주에서 운전을 시작했다. 24살의 나도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비교적 한산한 제주의 도로에 '할 수 있을 거 같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무서웠지만 처음 해보는 운전의 경험은 내가 꼭 어른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 뒤로 나는 진짜 운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엄마 차로 운전을 하면서 내차가 생겼다. 겁이 많은 나는, 애초에 빠르게 달리지도 못할뿐더러 위험한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 운전을 하다 보면, 상대방이 나를 이해하고 기다려줄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자면, 내가 깜빡이를 켜고 차선을 바꿀 경우나 우회전을 나와 차선을 합류해야 하는 상황들. '저차가 나를 기다려줄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렇지 않았다. 가끔은 배려해주는 운전자에 감동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차선을 바꾸려 깜빡이를 켜면 '우우 우우웅' 소리와 함께 풀 액셀을 받고 자신 앞으로 끼지 못하게 하는 차들도 있고, 차선을 합류하는 과정에서 넓은 공간을 두고 끼려고 하더라도 저-멀리서 '우우우우 우웅'하고 밟고 나와 내 차를 흔들거리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운전은 서로 간의 배려가 필요한 일인데, 사실 운전을 하다 보면 서로 간의 배려보다 '일단 내가 살고 보자'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위협적인 차들 사이에서 안전하게 내 길을 가야 하는 일, 운전은 생각보다 많은 집중력과 이해심이 필요한 일이다



누군가 '제주에서 운전 연습해볼래?'라는 말을 한다면,

'제주는 초보들이 운전하기 괜찮을 거야'라는 말을 한다면 이들의 말을 믿지 말자


제주의 길은, 초보자들이 당황하기 쉬운 S자 코스부터 시작해서 회전교차로가 가득하다.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동물들과 시골 특유의 무단 횡단을 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기도 하고, 무엇보다 초보 운전이 많아 제일 위험하다고 느낀다


도시의 운전과 다르게 네비를 믿고 운전을 하다 보면 이상한 길로 안내할 때도 있고, 해안도로의 길은 S자 코스로 가득하다. 제주의 운전을 쉽다고 말하는 이들의 말은, 아마도 제주에서 짧은 운전을 해 본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제주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하는 두 곳은,

제주의 해안도로와 중산간 도로이다


첫 번째, 제주의 해안도로다


제주 서쪽 해안도로는, S자 코스의 연속이다

나 역시 초보 운전 시절, 해안도로의 S자 코스는 1차선 도로에 바다 옆을 운전한다는 사실이 위험해 보였기에 해안도로 운전은 늘 베테랑 친구에게 부탁했다. 나만 초보 운전이었더라면 다행일 텐데 반대편도 초보 운전이거나 난폭한 운전자라면 중앙차선을 밟으며 커브길을 운전하는 경우가 많아 아찔한 상황들이 생기기도 하고, 수많은 카페와 식당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차들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초보 운전 시절에는 제일 무서웠던 구간이었고, 제주의 운전은 초보들이 운전하기에 쉽지 않은 코스임이 분명하다


두 번째, 중산간 도로이다


나 역시 '왕초보 운전'이었을 때 혼자 렌트를 해본 적이 있다. 겨우 용기를 내어 렌트를 했지만, 혼자 운전을 한다는 일이 두려워 10분가량 차에 앉아 있었던 기억이 있다. 가고 싶은 곳이 차가 있어야만 갈 수 있었던 곳이라 렌트를 했지만, 시시각각 다른 제주의 날씨에 당황한 기억에 아직도 아찔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 당시 제주의 길을 잘 알지 못했다

분명 맑았던 날씨는 점점 흐려지더니 짙은 안개가 자욱했다. 중산간 도로로 안내했던 네비를 따라 운전을 하는데 코앞의 차도 보이지 않는다. '집중! 살아서 돌아가야 돼!' 정말 간절한 마음이었다. '착하게 살 테니, 제발 안전하게만 집에 도착하게 해 주세요'라고 기원했다


더 당황스러웠던 건, 앞이 보이지 않는 중산간 도로를 운전하고 있는데 주유 경고등이 들어왔다. 그 당시 LPG차를 빌렸는데, 중산간도로에는 주유소가 없다. 시내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혼자 네비를 다시 찍을 수도 없고 울고 싶었던 그날의 악몽, 결국 잘 빠져나왔지만 나는 홀로 소리 없이 마음속으로 울었던 것 같다


제주의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와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길이 많기에 더욱더 안전하게 운전을 해야 한다


운전에도 책임감이 필요하다


어쩔 수 없이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들이 있었지만, 초보 운전 시절에는 겁이 없었다

'나는 할 수 있어!'라는 마음이 컸고, 오히려 더 즐겁게 운전을 했는지도 모른다. 초보 운전 딱지를 떼고, 진짜 운전을 하게 된 지 4년 정도가 되었지만 여전히 책임감이 많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서로 배려하면서 운전하면 참 좋겠지만, 운전을 하다 보면 배려보다 삭막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에.

음주 운전이 의심되는 차량을 피해서 운전을 하기도 해야 하고, 2차선 도로에서 트럭이 차선을 내쪽으로 자꾸 밀고 들어오기도 하며, 직진으로 가는 도중 우회전 나오는 차가 갑자기 빠르게 나오지는 않을까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운전을 '잘'하는 기준을 배운 적이 없기에, 운전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저 빠르게, 멋지게 운전하는 법만 배운 사람들이 많아 운전을 조심스럽게 하는 사람들이 답답하다는 취급을 받기도 하니까. 결국, 운전에도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운전을 책임감 없이 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나라도 더욱더 책임감을 가지고 운전해야 내가 무사히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주라는 섬은, 내가 무한히 애정 하는 섬이다

제주에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도 좋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이곳에 와서 아찔한 사고를 당하는 이들을 상상하면 마음이 아파온다. 잠깐의 선택,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많은 아픔을 남긴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제주에서의 운전은, 우리가 책임감을 가지고 할 수 있을 때. 속도와 멋짐 보다 안전과 행복에 집중하게 되었을 때, 그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제주에서 초보들이 운전해도 괜찮을까?'라고 묻는다면, 꼭 '아니! 제주도는 초보 운전에게 정말 위험하데!'라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한순간의 선택이,
어쩌면 누군가에게 큰 아픔과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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