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내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한 날.
'나는 어떤 사람이지?'라는 질문을 늘 나에게 하던 사람이었는데,
1년 동안 그럴 여유로운 시간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니 내 정체성을 잠시 잃어버렸었나 보다.
문득, 약속 없던 주말 1년 전의 나라면 '글쓰기 하러 가자!'라고 먼저 생각했을 텐데,
'어디를 가야 하지? 오늘은 뭘 할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는 내가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늘 평일에만 쉬어 오다가,
사람 북적북적한 주말에 쉬는 일정이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얼마 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작은 별이 되었다.
늘 아낌없이 나눠주는 마음을 알려 주었던 사람이라 그런지, 내가 해주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안함이 휩쓸려 왔다. 온전히 그 사람을 보내 주지 못한 채 2월이 흘러 버렸고, 그렇게 3월에 시작에서 잠시 멈추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걸까?'
잔뜩 흐렸던 날씨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내 사랑 제주에 가기 위한 시간이었는데 궂은 날씨에 제주에 가지 못했고,
근처에서 2박 3일 동안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온전히 혼자가 되는 시간,
온전히 나를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
그동안신경 쓰지 못한 나를 위해 잠시 쉬어 가려고 만든 시간이지만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30대 중반이 되었지만 여전히 단단하지 못한 것만 같은 마음과 '이제 좀 삶을 알겠는데?'라고 마음먹음과 동시에 다시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마주하며, 삶은 여전히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구나 라는 마음이 다시금 피어올랐던 날이었다.
'알 수 없는 세상에서, 나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은 걸까?'
고민하고 또 고민해 봐도 끝나지 않는 고민들.
고민의 답을 찾았다고 생각했으나 와르르 무너져 내리던 마음들.
그렇게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단단해진 것이라고 착각했던 마음들이 우르르 무너져 내리던 날들의 끝에서 다시금 나를 돌아보는 시간.
반짝이는 길을 따라 처음 걷는 길을 홀로 걸었다.
오른쪽으로는 윤슬이 반짝였고,
정면으로는 파란 하늘과 솜사탕 같은 구름이 보였다.
처음 가 본 카페에서 마주 하는 풍경에 '내가 여행을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잊고 지냈던 내가 좋아하는 마음들을 가득 떠올려 본다.
반짝이는 윤슬을 보는 일,
해가 지는 시간의 붉은 노을을 바라보는 일,
하루의 마음을 기록하고 책을 읽는 일,
파란 하늘의 솜사탕 같은 구름을 보는 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참 좋았던,
2박 3일 중 가장 행복했던 시간의 오후.
숙소로 걸어오는 길,
내가 원하는 삶을, 내가 원하는 모습을 떠올려 본다.
소소한 행복에 자주 웃는 사람 이기를,
글쓰기를 놓지 않는 사람 이기를,
사람들에게 마음을 자주 나누는 사람 이기를,
내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기를.
유독 예뻤던 초승달이 반짝이게 웃던 날의 밤.
잠시 정체성을 잃고 지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앞으로의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를 다시금 정의하는 주말.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먼저 결정하고,
작은 성공들을 통해 스스로에게 증명하며 살아가기로 다짐해 본다.
건강을 가장 우선시하는 건강을 챙기는 사람,
일주일에 3번은 운동을 하는 운동 하는 사람,
내 마음을 글쓰기로 표현하는 기록 하는 사람,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도움이 되는 사람,
무언가를 창조하고 표현하는 창조 하는 사람.
오늘로 다시금 내 정체성을 만들고,
그 정체성을 증명해 나가기 위해 하루하루 작은 습관들을 쌓아 나갈 것이다.
3월, 마음이 조금 무거웠지만 다시금 용기를 내보는 3월의 시작.
무언가 변화하고 싶다면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더 선명하게 그려보자.
그리고 내가 변화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을 고민해 보고 '그 사람은 어떻게 행동할까?'를 자주 떠올려보자.
변화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변화할 것이라고 믿는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던 내가,
여전히 꾸준히 글을 쓰면서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자연스러워진 것처럼 말이다.
정체성을 바꾸는 힘은,
오늘의 작은 습관에서 비롯된다.
소소한 습관들이 모여 나를 또 다른 사람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