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너덜해진 마음에게 시선을 돌렸던 날들.
한동안 글을 쓸 용기가 나지 않았다
불쑥 찾아오는 마음들을 글로 정리하고 훌훌 털어 버렸던 나인데 언젠가부터 글쓰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쓰지 않으니 마음에는 시시콜콜한 마음들이 쌓이고 쌓여 마음에도 먼지가 가득 낀 느낌이었다. 쌓여 버린 마음의 먼지를 훌훌 털어 내는 일은 글쓰기뿐이라는 걸 너무 잘 알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던 날들을 지나왔다
일을 쉬면서 방안의 물건들이 많아지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정리를 해야지!'라고 하루 이틀 생각만 하다가 결국 재수술로 몸과 마음은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몸이 조금 회복되자 어수선한 방안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작은 서랍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방안에 먼지들이 보이고 정리하고 싶은 공간들이 늘어 저녁을 먹고 시작한 정리는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끝났다
'휴, 이제야 조금 살 거 같네'
그동안 정신없이 살아왔던 내 모습을 정리하고 싶었던 걸까.
방 정리를 어느 정도 끝내고 보니 좁고 정신없다고 생각했던 방안이 아늑하게 느껴졌다
이제 다시 시작해 볼까?
하나둘씩 정리를 해가던 요즘,
날씨가 좋은 날 오랜만에 좋아하는 동생을 만났다
시시콜콜한 안부를 전하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동생은 힘든 시간을 지나 자신의 삶의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고 있는 중이었다. 내 눈에는 너무 예쁜 정원을 가꾸고 있는 중인데 동생은 자신의 정원을 이렇게 가꾸는 게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아 흔들린다고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너무 괜찮은데? 너무 좋은데?'
조금은 불안한 눈빛을 한 동생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안아 주고 싶었기에 더 큰 리액션을 보였다.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답이 없는 삶이지만 그럼에도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귀 기울여 듣고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었다. '괜찮아! 잘한 선택이야! 이제 그 선택을 믿어볼까?' 인생에 정답은 없겠지만 내가 한 경험들과 누군가의 경험을 통해 동생에게 조심스럽게 경험을 공유했다
몇 시간 동안 동생의 눈에서 수많은 감정들이 반짝였다
홀로 끙끙 앓았을 마음, 속상했을 마음, 불안했을 마음들. 그 수많은 마음들이 눈으로 반짝이던 순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살려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용기를 내보던 날. 다시 한번 시작해 볼 마음이 피어올랐다.
혼자 만의 시간이 필요해 초록초록한 나무가 보이는 곳에서 하루를 보냈다
무거웠던 마음들을 하나씩 정리하기로 했다
그동안 억지로 잡고 있었던 관계들과 마음들을 하나씩 내려놓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각기 다른 삶을 살면서 점점 더 멀어지기도 하고 가까워지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시간이 지나다 보니 멀어진 관계들이 더 선명해졌지만 그 관계들이 끊어질 듯 말듯한 상태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제 그만 내려놓아야 할 관계' 살다 보니 가장 슬픈 관계는, 나만 내려놓으면 끊어질 관계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관계는 양쪽의 노력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억지로 붙잡아 자연스럽지 못했던 관계들이 많았던 게 아닐까. 내려놓기에는 아쉬움이 남고, 붙잡자니 내 에너지가 허락해 주지 않는 관계들. 너덜너덜 해져 버린 관계들을 잘라 낼 용기가 필요했다. 내 에너지는 한정적이기에.
나에게는 너덜너덜해진 관계들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너덜너덜해진 관계와 마음을 정리하고 돌아보니
결국 내 정원에 남아 있는 건 '나'였다.
다시 열심히 살아 보고 싶었던 것뿐인데 결국 또 탈이 났고 결국 다시 한번 수술대 위에 올라야만 했다. '내 삶은 왜 이렇게 흘러가지?'라고 마음을 다잡기까지 또 시간이 걸렸고, 수술을 하고도 또 해결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그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마음이 들었다
힘든 시간이기도 했고, 많이 흔들린 시간들이지만 그럼에도 내 정원을 더 돌보라는 몸과 마음의 신호였을 테니까. 멈추지 못하는 나에게 잠시 쉬어 가라고 이야기해 준 깊은 배려 일지도 모르니까.
여전히 흔들리는 삶이지만 결국 내 정원에는 무럭무럭 자라나고 싶은 내가 있으니까.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다시 한번 안아 주는 시간, 내 안의 모든 에너지를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너덜너덜 해졌던 마음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결국 내가 지나온 시간들은 인생에서 한 번쯤 정리가 필요했던 시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쩌다 보니 이어져 온 관계들을 정리할 시간, 오래오래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내 마음의 진심이 빛나야 한다는 걸 알게 된 시간, 그 어떤 마음보다 내 마음을 가장 우선시해야 된다고 알려 준 시간이었다
그리고 너덜너덜해져 버린 내가 숨을 쉴 수 있도록 늘 내 곁에서 숨 쉴 구멍이 되어 준 고마운 이들까지. 결국 내 인생에서 한 번쯤 정리가 필요했던 순간이었고, 그 시간들을 타고 잘 흘러가는 중이라고 믿어 본다.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인생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작은 용기를 내어
다시 한번 삶을 잘 가꾸어 갈 준비를 해 본다.
결국 인생은,
매 순간의 용기가 모여 아름답게 반짝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