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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빠 Jul 18. 2024

빅테크 이직을 위해 맞춤형 경력을 준비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어디'가 아니라 '언제'


한국의 경력직 엔지니어가 미국 이직을 꿈꾸기 시작할 때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직무가 과연 미국에 팔릴까'다. 그래서 흔히들 이런 질문을 한다.


"한국 A대기업에서 B라는 직무를 하고 있는데, 실리콘밸리 C회사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현재하고 있는 D직무는 빅테크에서 안 뽑는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기술 스택을 바꿔야 할까요?"

"E전공으로 박사를 받아 F직무를 하고 있습니다. G회사에 가고 싶어, H, I, J로 직군 전환을 고민 중입니다"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가고 싶은 회사가 이미 마음속에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FAANG을 위시한 빅테크다. 그래서 자신의 전공, 직무, 경력을 기꺼이 버리고 전직할 준비가 되어있다. 빅테크에서 뽑아만 준다면.


물론 이른 시기부터 빅테크에 최적화한 경력관리를 하려는 자세는 나쁘지 않다. 결국 자신도 상품이고 기왕이면 고객에게 팔릴만한 상품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시장에 진입하려면 수요조사는 필수다. 


문제는 수요에 맞혀 급하게 만든 상품은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특히 미국 현지에서 하는 이직이 아니라,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갈 때는 언어 장벽, 신분과 같은 여러 가지 제약이 존재한다. 따라서 시장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현지 판매되는 상품보다 상품성이 더 높아야 한다. 


엔지니어에게 상품성이란 결국 '전문 지식'과 '역량'이고 이는 그동안 쌓아왔던 업계 경력과 비례한다. 만일 전직 계획이 지금까지 걸어왔던 경력 경로의 연장선에 있다면 성장형 이력이 되어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전까지 자신이 했던 일은 모두 무의미해진다. 이렇게 리부트 된 이후의 경력으로 현지 상품들과 경쟁이 될 리 만무하다.


실리콘밸리엔 빅테크가 아니더라도 8,000개가 넘는 테크 회사들이 있고, 다양한 기술, 산업군이 운집해 있다. 따라서 수요는 적을지 모르지만, 자신의 분야와 일치하는 회사는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없다고? 미국 전역으로 확대해 보라. 반드시 '실리콘밸리'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 테크 기업은 캘리포니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워싱턴, 뉴욕, 텍사스, 버지니아, 플로리다, 일리노이, 메사츄세츠, 조지아 등 타주에 산재해 있는 것이 바로 기술 회사들이다. 이들 중 자신의 전공, 경력, 스킬 셋의 적합성이 가장 높은 직군, 직무가 없을 것이라 단정하는가?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품성을 극대화해야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엔지니어가 미국으로 이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Where'가 아니라 'When'이다. 단번에 빅테크로 이직하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 빅테크 맞춤형 경력을 준비하느라, 전직하며 몇 년을 더 소비하면 빅테크 이직이 보장될까? 


스타트업이나 중소테크 기업이라도 지금까지의 내 전문성과 역량으로 갈 수 있는 곳에 지원해, 1년이라도 일찍 미국에 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첫 회사에서 현지 적응 기간을 끝내는 동안 스킬 셋을 높여 단계별로 이직을 해 나가면 된다. 그 과정에서 빅테크로 도달할 수도 있다. 


level.fyi를 보고 빅테크와 중소테크 기업의 연봉차이에 실망하는가? 이는 FAANG과 같은 대표 빅테크가 RSU를 넉넉하게 부여해 그런 차이를 보이는 것 뿐이다. Base Salary만 보면 그다지 차이도 나지 않는다. 어차피 생활은 현금인 Base Salary/Bonus로 해나가기 때문에 생활수준만 보자면 별 차이가 없다. 


빅테크든 빅테크가 아니든 실리콘밸리 이주 후엔 누구나 몇년간은 생활이 곤궁하다. 물가도 비싸지만 일단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시 연봉 협상을 거의 못하기 때문에 경력과 직급을 손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에서 미국 이주하면서 levels에 나오는 연봉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1년이라도 먼저 미국에 진입하는 것이다. 미국 첫직장이 빅테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미국 이주후 몇년간은 빡빡하게 생활할 것이고, 첫직장에서 현지적응을 어느정도 한뒤 스킬셋을 높여서 이직해 나간다고 생각하시라.


물론 부여되는 RSU차이로 인해 축적되는 자산의 격차는 벌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빅테크로 이직하시면 된다. 단 미국에서. 빅테크 이직을 위한 맞춤형 경력을 '한국'이 아니라 1년이라도 '미국'에 일찍 와서 쌓으시라는 말이다. 그 편이 더 가능성도 높다. 



다시말하지만 미국 이직. 중요한 것은 '어디'가 아니라 '언제'다. 



-예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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