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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검 Apr 09. 2023

재미있는 연변말 15탄-신신펀펀하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구글에서 한글로 행복을 검색하니 145만 개 결과가 나오고, 그 영어인 happiness로 검색하니 15.1억 개 결과가 나온다.


그만 큼 부동한 문화권에서 부동한 시대 부동한 계급 부동한 인물에 의해 그 의미가 천차만별로 다를 것으로 생각되며, 더 나아가 개개인이 생각하는 차이에 따라 또 다를 것으로 사료된다.


서양인 경우, 아리스토렐레스가 "행복은 삶의 의미이며 목적이고, 인간 존재의 궁극적 목표이며 지향점이다."(happiness is hte meaning and the purpose of life, the whole aim and end of human existence)라는 명언을 남긴 후 그 후세의 철학자 사상학자들이 여기에 기반하여 발전시킨 다양한 개념이 있다.


동양인 경우,  일찍 상서(尚书)에서 오복은 수(寿), 부(富), 강녕(康宁),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终命)이라고 했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다섯 가지 복이 있으니, 각각 장수하는 것,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사는 것,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한 것, 도덕 지키기를 좋아하는 것. 제 명대로 살다가 편히 죽는 것이다.


이러한 부동한 시작점이 후세에 대한 삶의 목적을 완전 다른 방향으로 바꿔어 놓았으니,

서양은 자아 중심적인 쾌락이나 즐거움에 기반한 소위 이기주의적 행복을 추구했다면, 동양은 유교의 가치관에 기반한 사회에 대한 공헌이나 수행 등 이타주의적 행복을 추구하지 않았나 생각하다.

  

사진 1. 위:  주변국가와 외교활동을 펼치는 정화

          출처: https://book.douban.com/review/13919986/

          아래: 원주민을 개 먹이로 주는 콜럼버스

          출처: https://m.cafe.daum.net/sisa-1/dqMu/15824


이러한 차이가 15세기에 발생한 두 가지 항로 개척에 대한 부동한 결과를 내지 않았나 싶다. 우선 1405년~1433년까지 명나라 정화의 7차례 대원정은 분명 그 주변국의 해군력을 포함한 군사력을 무력화할 만한 대형 화력을 가져, 주변국가를 정복할 가능성을 충분히 가졌음에도 평화공존의 원칙을 위주로 조공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주변국의 특산물과 명나라 특산물을 물물교환하는 데 치우쳤다면,

1492년 8월부터 시작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원정은 탐욕에 의해 아메리카 원주민에 탄압 및 학살로 이어졌으며, 그 결과 30만 명에 달하던 히스파니올라 인구를 2년 만에 10만 명 줄여버리고 나중에 500명 정도만 남게 하는 종족멸살에 비기는 도살을 진행하였고, 그 후에 일할 사람이 모자라자 역사에서 악명이 자자한 흑인노예무역을 진행한다.


물론 그때에 비하면 세월이 참 많이 흘렀고 지금은  지구촌(地球村,Global Village)라고 부를 만큼, 옛날에 몇 달 몇 년 걸렸을 방문을 지금은 늦어도 이틀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시대이다. 항공기술의 발전, 그리고 IT 등 기술의 발전으로 왕래와 소통이 이렇게 원만했던 적은 없는 같다.


부동한 문화의 충돌과 융합 속에서 행복을 바로 보는 시선들도 조금씩 동일화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개혁개방을 거쳐 물질만능주의가 만년 되어 가고 있어 一切向前看에서 一切向钱看으로 변해 돈과 권력, 돈과 여색의 거래가 암암리에 이뤄져 가고 있다.

물론 반부패운동을 시종일관 진행하지만 그럼에도 큰 호랑이들이 잡히니 문제다. 최근에 밝혀진 축구협회에서 발생한 부패사건이  전형이다.

 대신 자본주의 국가 미국의 거부들은 너도나도 빌게이츠처럼 재산기부에 나서고 있다. 갖고 있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여 가난퇴치. 질병퇴치. 문맹퇴치 등 적극적 일에 쓰는 것을 보면서 유교의 오복이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

서양 같은 동양, 그리고 동양 같은 서양, 서로 상대방을 닮아가고 있는 같아서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이런 하모니가 계속되었으면 좋겠지만 국가차원으로 보면 불협화음도 터지고 있다.


일단 현존 세계에서  경제규모가 가장 큰 두 나라 중국과 미국이 경제무역전쟁이 한창이고 이로해 외교 군사 문화 등 분야에서도 곳곳에서 마찰음이 들리고 있어 지구촌이 다시 쪼개지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이데올로기가 어떻고, 독재와 민주와의 전쟁이고 어떻고 말이 많지만 결국은 21세기 패권을 에워싼 싸움이다. 미사려구가 엄청 많겠지만 그 실질은 아프리카 초원에서 암사자들과의 교배권과 사자무리의 지배권을 에워싸고 벌어지는 늙은 수사자와 젊은 수사자의 결투와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이것이 어디 나라 간에만 국한되겠는가.

인간들 간의 관계 그리고 인간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사회에서도 비슷하지 않겠는가.

무릇 사내들이라면 시경 국풍. 주남. 관저(诗经 国风 周南 关雎)에 나오는 군자처럼 요조숙녀를 맘에 담아 들고(君子好逑) 자나 깨나 생각하고(梦寐求之) 거문고와 비파로 얼리고(琴瑟友之) 종과 북으로 즐겁게(钟鼓乐之) 하고 싶지 않겠는가?

물론 동물적 본성에 너무 충실하여 머리보다는 아랫도리에 더 신경 쓰다 보니, 주색에 빠지고 탐욕이 불타 올라 결국 타 죽는 인간들도 한 두 명이 아니다.

알고도 모를 인간, 그리고 알고도 모를 열길 구렁이 속 같은 인간의 욕망과 행복.


길고도 먼 같기도 한 행복, 하지만 때로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기도 하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10월, 막막했던 마음도 풀 겸 신체단련도 할 겸 겸사겸사 치악산에 올랐다 내려오는 와중에 본 이름 모를 새가 기쁨을 안겨 준다.

사진 2. 2020년 10월 25일 치악산 세렴폭포 부근에서 만난 소확행


일면부지지만, 내 손바닥 위에 날아와 견과를 물고 갈 때 감동이었다.

나는 나이가 든 이후로 항상 견계하며 항상 자세가 흐트러질까 쓸모없는 말로 주변의 다른 사람을 난처하게 할까 노심초사하면 살아왔는데, 새는 조금의 망설임이 없이 내 손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견과에 대한 유혹이 시발점 일지라도, 나한테 신뢰를 보여주었다는 그것에 그리고 미물인 새라지만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그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행복했다.  


인간사회에서는 거리 바닥에 사람이 쓰러져도  먼산 보듯,  아니 못 본 듯 지나쳐 버리거나 무시해 버리는 장면도 비일비재인데 말이다.


소확행(小确幸),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작다고 여기는 것이 가끔 더욱 큰 행복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강조하고 싶다.

총총 망망하게 걷다 보면 무심코 지나는 절경들이 많다. 삶에 지치다 보니 소중함을 모르고 살던 진짜 소중한 것들이 있는 같다.


3년의 코로나가 우리에게 천하룻밤 열심히 일할 시간을 빼앗아 갔지만, 대신 인생을 뒤돌아볼 시간을 주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대신 마음으로 생각할 여유를 주었고, 철창 없는 집이란 감옥에 꽁꽁 묶였지만 가정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되었으며, 술 마실 수많은 시간과 기회를 앗아갔지만 참한 우정과 친구를 생각하고 그리는 시간을 주었다.

사진 3. Midjourney을 통해  그린 "행복한 웃음을 짓는 아시아 가족"


가정. 사업. 우정. 사랑 등등등 각자 생각에 따라 많은 것들이 소중할 수 있음에도 2023년 현재 이 시각에 내 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대학 때 배운 매슬로의 욕구 이론과 막론하고, 건강과 평온이 가장 돋보이는 같다. 오복에서 말하면 강녕(康宁)이다. 연변말로 하면 "신신펀펀하다"이다.

몸이 아프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만사가 귀찮아지고 생각이 흐리터분 해지는 느낌은 이전에도 많이 경험하고, 지어는 2003년 사스 때에도 북경에서 생생하게 체험했지만은 이번만큼은 아니다.


3년이란 시간, 열심히 운동하노라면 지구 한 바퀴는 몰라도 반바퀴는 거뜬하게 돌 시간이고, 1주일에 책 한 권씩만 읽어도 100권 정도는 식은 죽 먹기로 읽었을 것이다.

이러한 시간을 병마 때문에 허송세월했다고 하면 너무 땡땡이를 친 같지만, 분명히 나는 그놈의 감기 같은 그러나 감기가 아닌 코로나 때문에 아버지도 제대로 못 보내드렸고 절친의 결혼식도 참가 못했다.


아마 무수한 다른 누군가도 소중한 아이를 사랑하는 안해와 남편을 존경하는 부모님을 떠나보냈을 것이고,

또 코로나 때문에는 아니지만 노심초사하여 육신이 허해지고  병마에 걸렸으니 치료의 찬스를 놓쳐 고생 아닌 고생을 한 사람도 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며칠 전에 운남에서 동창이 와서 술 한잔 기울이다가, 문뜩 든 생각이 있다.

이제 인생의 하프타임을 지났는데 일부는 이미 병마로 이 세상을 달리하였고, 일부는 병상에 누워있다. 5년 후에 다시 만나면 그리고 10년 후에 다시 만나면 또 누군가는 마르크스 엥겔스가 있고 스티븐 잡스가 있고 베토벤이 있는 저 세상으로 떠날지도 모른다.


가볍게 회포를 푸는 자리가 불확실한 미래를 생각하니 이렇게 무거워질지도 몰랐다. 가볍게 기울이려던 맥주잔도 어느새 목안에 털어 넣는 수준으로 되었다.


"아, 친구여, 우리 인생이여, 부디 서로 신신펀펀하게 살자!"

이렇게 주문 아닌 주문을 외우면서 말이다.


이상 재미있는 연변말 15탄-"신신펀펀하다" 였습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백검


 2023년 4월 9일 오후 1시 16분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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