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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Nov 16. 2024

살아남으려면 프로그래밍된 자신을 뛰어넘어야 한다.

[Weekly OD Insights] 영화 <와일드 로봇> 리뷰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과 함께 주말을 보내다 보니, 예전보다 영화관에서 애니메이션을 많이 본다. 2024년 본 애니메이션 중에서 '인사이드 아웃 2'가 1등이었는데, 얼마 전에 그 순위가 바뀌었다. 올해 최고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와일드 로봇>을 선정한다. 아카데미도 꽤나 고민하지 않을까.


워낙 관람 평이 좋아서 기대가 적지 않았는데, 그 높은 기대를 뛰어넘은 수작이다. 영상도, 스토리도, 캐릭터도 모두 좋았고 특히 좋았던 것이 음악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OST를 계속 듣게 되더라 뿐만 아니라, 몇몇 대사들이 콕콕 귀에 들어왔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끄적여본다.


 




Sometimes to survive, we must become more than we were programmed to be. 

때로는 살아남으려면, 프로그래밍된 자신을 뛰어넘어야 해


흔히 로봇이나 소프트웨어 같은 인간이 만든 것들만 프로그래밍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우주의 모든 것들은  프로그래밍되었고 우린 그걸 본능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영화는 여느 애니메이션과 달리 약육강식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살짝 동심을 파괴한다. 하지만, 비록 그렇다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모두의 생존이 위기에 처했을 때, 서로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안 될 때, 본능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방향은 '서로에게 더 다정해지는 것'이다. 인류세를 극심하게 치르고 있는 지금의 우리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종과 종은 서로를 길들이며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동물'들과 인간이 만든 새로운 종인 '로봇'에게 "본능을 뛰어넘어라"는 말을 듣게 되는 시대라니. 그것이 인간보다 더 위로가 되는 시대라니. 



Fly like you. Not like them. 

너답게 날아. 남들 따라 하지 말고.


아기 기러기 '브라이트빌'의 날개는 짧다. 그래서 보통의 기러기처럼 날기엔 불리하다. 하지만, 강점도 있다. 짧은 날개 덕분에 방향을 전환하기에는 유리하다. 그리고 로봇인 로즈와 태어났을 때부터 함께 있었다는 것이 '기러기 무리'에 속하는 데 있어서 단점이 된다. 모두가 브라이트빌을 이상하게 바라본다. 하지만, 후반부에 등장하는 특정 상황에서는 이러한 사실이 엄청난 강점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가진 어떤 특성이 강점이 될지 약점이 될지 미리 규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상황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지는 법이고 적절한 시점과 상황에서 반드시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물론, 향상심을 갖고 꾸준히 훈련하고, 노력하는 경우겠지만. 이처럼, 이 영화는 단점을 극복하는 것을 넘어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기 기러기의 짧은 날개'로 잘 보여준다. 



I am already home, and I am a Wild Robot. 

난 이미 집에 왔어. 그리고 난 와일드 로봇이야



영화는 유독 극단적 상황이 강조된다. 로봇과 대자연의 만남을 넘어, 로봇이 부모의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라든지, 프로그래밍을 뛰어넘는 모습이라든지. 가장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들이 서로 만난다. 하지만, 주인공 로봇인 로즈는 그 모든 환경을 습득하고, 동물의 언어를 배우며, 부모로서 적응해 나간다. 이는 마치 지금의 AI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로봇인 로즈는 동물인지 아닌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환경에 맞춰 적응하고 진화하며, 끝끝내 스스로를 '와일드 로봇'이라고 정의한다. 어쩌면, 엄청난 불확실성에 놓인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자세가 아닐까. "나는 여기에 속하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로즈의 적응성, 인내심, 그리고 스스로를 발견하는 과정 모든 것이 배움으로 와닿을 것이다. 어쩌면 인간보다 더 멋지게 성장하는 로즈와 브라이트빌의 모습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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