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칩 구매부터 디자인 소품 구경, 숨은 맛집 발견까지
잠을 쫓는 사이, 배고픔을 못 참고 고소미 한 봉지를 먹었다. 그래도 배고파서 밖으로 나왔다. 모두들 저녁 식사를 하러가는지 발걸음이 빠르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 피렌체 거리. 자유를 온전히 얻은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무작정 직진했더니 두오모가 나왔다. 조토의 종탑 옆 건물에 있는 TIM 매장에 들어가 유심칩을 샀다. 원래 4GB짜리가 23유로인데, 이유는 모르겠지만(잘 못 알아들었습니다) 프로모션 기간인지 13유로에 해줬다! 운이 좋다.
4년 전엔 와이파이만 찾아다니며 여행했다. 당시에는 이렇게 유심칩 사서 쓸 생각도 못했다. 유럽 국가 어디에서나 쓸 수 있는 유심 자체도 없었던 것 같다.
사실 그래도 아무 문제없이 잘 다녔다. 없으면 없는 대로, 그만큼 철저한 사전 준비와 적극적인 길거리 질문공세로 살아남는다. 여행할 땐 인터넷으로부터 멀어지는 게 나름 묘미이기도 했는데.
이제는 필수가 되어버린 유심칩
있으면 확실히 이득이다. 구글맵에게 모든 걸 물어보게 되겠지. 낭만은 사라져도 문명의 혜택을 좀 누리면서 다녀봐야지 싶어서 이번에는 구매했(는데 훗날 내 생명을 살렸)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디자인 소품 가게, 디즈니 장난감 가게, 등등 재밌어 보이는 곳에 들어가 구경했다.
가방도, 카메라도 없이 자유롭게 활보하니 기분이 좋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어둑한 저녁 골목길은 무섭기도 했다. 피렌체가 안전한 곳이긴 하지만, 여행객이니까 조심해야지. 사람 많은 쪽으로 걸어갔다.
현지인들이 많이 들어가는 자그마한 동네 빵집을 발견했다.
빵집 이름은 Vecchio Forno
빵집이 위치한 길 이름은 via guelfa
길 가다 우연히 발견한 가게가
알고보니 맛집일 때! 기분 좋다
나이 든 할머니가 파는 모습을 보니 왠지 더 믿음직스러웠다. 큼지막한 식사용 빵이 많았고, 현지인들도 그런 빵을 주로 사가는 것 같았는데, 나는 우선 1유로짜리 작은 걸로 도전해보기로 했다.
주문을 하려는데, “이거 하나 주세요”라는 문장 하나 말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탈리아어 회화를 좀 더 공부해올걸. Ciao, Grazie, Uno. 딱 세 단어밖에 모른다. 피자빵 비스무리한 것을 손가락으로 톡톡 가리키며 “우노, 우노”라고 아이처럼 반복해서 말했다. 조금 부끄러웠다. 아, 빵은 맛있었다.
숙소에서 가까운 CONAD 슈퍼에도 들렀다. 자두 3개, 방울토마토 한 팩, 치즈(이탈리아인이 집는 걸 보고 따라 집었는데, 성공적), 그리고 하도 유명하다기에 호기심으로 마비스 치약을 한 개 샀다.
이럴 수가, 토마토가 엄청 맛있다. 뽀!모!도!로! 그래서 이탈리아에서 토마토 파스타가 기본 메뉴인가 보다?!?! 정말 정말 맛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토마토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피렌체의 밤 풍경을 이야기하려다 토마토 찬양으로 끝이 나는 이상한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