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닙 Nov 06. 2016

2월의 이탈리아 | 피렌체의 아침

 날이 흐려도 좋다, 피렌체니까.

소나기가 왔다. 하늘은 우중충하다. 오늘은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보단 피렌체를 구석구석 보기로 했다. 


지난 여행 때 유명 스팟들은 다 봤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선 피렌체는 숙소만 잡고 매일 당일치기로 주변 도시를 다녀올 계획이었다. 그런데 볼거리 많은 아름다운 도시를 아주 안 보기도 아쉬웠다. 예전에 놓쳤던 것들을 꼼꼼히 둘러봐야지. 그것도 새로운 설렘을 주니까.




새벽 4시 반에 눈이 떠졌다. 오늘의 날씨를 검색하고 어디갈지 정하다 보니 어느새 6시다. 천천히 나갈 채비를 했다. 어느덧 9시. 아무도 일어날 기미가 안 보인다. 내일부턴 더 늦게 일어나도 될 것 같다. 


Nadina가 와서 식빵 토스트와 패스츄리, 자몽주스, 커피를 차려줬다. 옆방에 묵는 아일랜드 여자와 대화했다. 수학과 화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다. 40일가량 휴가를 내고 여행 중이라 했다. (대박)


멕시코 남자도 아침을 먹으러 왔다. 영화/광고 업계에서 촬영 일을 한단다. 20초짜리 영상을 위해 28시간 동안 앉지도 못하고 일한 적도 있단다. 자기가 겪어보니 스위스와 스웨덴 사람들이 일을 정말 열심히 한다고도 했다. 그래서 이 나라들이 부강한 걸까? 궁금하다.


문득 우리나라의 살인적인 야근문화가 떠올라서, 너희는 하루 근무시간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기본적으론 9-5, 9-6 지만 실제론 9시 10시까지 야근을 한다고! 야근은 만국 공통인 걸까? 아니면 아일랜드와 멕시코가 유독 근로 시간이 긴 나라던가? 



그래도 역시 야근수당은 잘 챙겨준다고 한다



이게 핵심인 것 같다. 야근이 있고 없고 보다는 야근에 대한 보상이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 이것만 잘 해결돼도 한국의 직장 문화가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몇 주씩 길게 휴가 갈 수 있다면 재충전도 팍팍되고 능률도 오를 텐데. 일 잘하면 일거리만 늘어나는 공무원 대한민국은 언제쯤 바뀔까...


... 아니 웬 푸념? 여행 와서조차 일자리 걱정이라니. 서둘러 관광이나 나가야겠다. 벌써 10시 반이다.




가죽 시장, 중앙 시장이 숙소에서 가깝다. 나중에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서 신선한 채소랑 과일을 사다가 저녁으로 먹어야겠다. 여기는 고기, 또는 치즈 들어간 無채소 음식이 많다. 마치 맥모닝처럼. 그래서 나는 따로 토마토나 오렌지를 사 먹어서 느끼한 속을 달랜다.



걷다 보니 공화국 광장이 나왔다



아쉽게도 건물 일부가 공사 중이다. 내 마음을 달래주려는 듯, 원래의 건물 벽면을 고화질로 인쇄해 감싸 놓았다. (아래 사진의 왼쪽 부분) 


섹시함(guess)과 유아틱함(merry-go-round)의 공존?! 


예전에 로마에서도, 벨기에에서도 공사로 인해 가려진 부분을 사진으로나마 알 수 있게 한 걸 보고 감탄했었다. 칙칙한 회색 천으로만 덮어놨다면 정말 보기 안 좋았을 거다. 




겨울이라 그런지, 아직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이 쪽 광장 부근이 많은 편이다. 주변에 옷가게가 참 많다. ZARA, H&M 같은 브랜드 매장도 있다.


카디건이나 (덥다.. 두툼한 코트 하나만 가져왔는데 지금 날씨엔 약간 덥다) 후드 집업을 (춥다.. 잘 때 추위를 많이 타서 옷이 더 필요하다) 사려고 몇 군데 들어가 봤다. 하지만 다 늘어지는 흐물흐물한 옷들 뿐. 짐 줄이고 현지에서 필요하면 더 사려던 계획은 수포로... 옷은 포기하고 강 쪽으로 향했다. 



피렌체는 골목골목이 정겹다. 그런데 문득 사진을 다시 보니 울퉁불퉁 불편한 도로 바닥이 눈에 들어온다. 하도 도로 수리를 안 해서 시장이 욕먹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나라는 예산 안 남기려고 툭하면 멀쩡한 도로를 엎는데)


아무튼, 내 목적지는 Palazzo Davanzati 

13~14세기 중세시대 가문의 집을 보존한 박물관이다. 여행책자에도 제대로 안 나오고, 별로 인기 있는 곳이 아니라서 찾느라 애먹었다. 


엉뚱한 맞은편 건물을 두 바퀴나 빙빙 돌다가 쓰레기통처럼 생긴 회색 물체들을 발견했다. 굉장히 뭔가 질서정연해서 재미있기도 하다.


쓰레기통이 맞나...? 뭔지 모르겠지만 찍었다. 뭔지 알고 싶다


좀 더 헤매다가 기념품을 파는 노점도 구경했다. 피렌체 명소를 수채화로 예쁘게 그린 엽서를 발견했다. 10장에 4.5유로를 주고 샀다. 맘에 쏙 든다. 


왼쪽 맨 밑에서 두번째 줄 엽서들을 샀다. 뒤적여보니 그림 종류가 꽤 다양했다.


아무도 안 갈 것 같지만
나는 너무 가보고 싶었고
가길 잘했단 생각이 드는
중세 가문의 집, 도착!





박물관 내부는 다음 글에서 구경시켜드릴게요



매거진의 이전글 2월의 이탈리아 | 피렌체의 첫날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