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N Aug 27. 2020

감염확산기 '경제와 방역의 양립'은 환상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한국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보여, 이미 비슷한 상황을 두 차례 겪은(현재도 겪고 있는) 일본 거주자로서 몇 가지 생각을 남긴다. 의학이나 방역 전문가는 아니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며 느낀 바가 적지 않은데, 한국에서는 옆나라의 교훈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모습인지라.


지금 서울이나 전국 각지에서 나오는 코로나 감염의 질(?)이 상당히 우려스럽게 보인다. 감염경로불명(이른바 '깜깜이 환자')이 너무 늘었고, 카페, 방송국, 국회 등등 종잡을 수 없는 곳에서 감염자, 집단감염이 나온다. 이런 정도에 이르렀으면 한국이 자랑하던 '신속한 추적과 격리'로는 더이상 버틸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일본 모델'이라는 한심한 명명만큼은 아니지만' K방역' 과찬도 썩 좋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경제 선방했다는 것도 인정은 하지만 거기에만 매달려서도 안된다.


한국서 '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사실상 락다운)'을 하면 자영업자가 다 죽으니 도저히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말을 봤다. 지난 7월초 일본에서 감염자가 서서히 늘기 시작하던 시점에 동일한 말이 나왔다. '여기서 긴급사태선언을 또 발령하면 코로나보다 망해서 죽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만약 감염 확산이 일정 수준으로 컨트롤 됐다면 맞는 말이리라.


(물론, 일본은 이해가 안 가는 바도 아니다. 4월부터 5월까지 거의 두달간을 자숙이라는 이름으로 집에 틀어박혀 있게 했으니, 도저히 다시 똑같은 길을 걷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큰 오판이었음이 확실해졌다)


그러나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감염확산기'에 경제를 살린다고 실질적 조치없이 위험 경고만 내보내면, 리스크를 크게 느끼는 사람은 알아서 안 움직이게 되는 반면, 딱히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변화 없이 행동한다. 


이러면 어떻게 될까? 전자(리스크회피)가 적어도 60-70%가 된다 할 때, 그만큼 경제활동은 위축된다. 반면 후자(리스크무시)의 30-40%가 감염확산의 원동력이 돼서 확산은 멈추지 않는다. 결국 경제는 경제대로 타격을 받고, 감염확산은 멈추지 않는다. 


이게 바로 지금 일본의 모습이고, 8월이 끝나가는 시점에도 감염 확산 큰 줄기는 전혀 잡히지 않고 있다. 여전히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터져나온다. 그렇다고 경제는 지켰을까? 지난 연휴 신칸센 이동이 작년 대비 80% 떨어졌다고 한다. 치바에 있는 료칸에서도 집단감염이 나왔는데, 아마도 관광 촉진책(이른바 go to 캠페인) 영향이 있었으리라 보여진다. 아베가 빨리 때려 치고 싶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국의 추적/격리 능력이 좋고, 한국인들도 일본인 못지 않게 명령을 잘 듣는다 생각한다. 최소한 1주일만이라도 실질적 락다운을 해서 확산을 차단하고, 그 사이에 자택내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도록 시설 늘리고 조치하면 적어도 큰 불은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타격을 입을 업종과 개인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한다. 이번에 PC방 규제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았는데(일본의 코로나 초기 '파칭코 때리기'와 비슷하게 과학적 근거가 결핍돼 보였다), 매출 등을 산정하는 방식을 써서 자영업자를 지원하고 큰 걱정 없이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감염 확산기에 강력한 조치를 쓰지 않고 경제를 지키겠다고 나서면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다. 그 현장이 옆나라 일본이다. 가족과 지인이 사는 한국 상황을 우려하는 사람으로서 더 늦기전에 정부가 결단했으면 한다.



작가의 이전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원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