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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Aug 28. 2020

아베 이후 어떻게 될까

생각 간단히 정리해보기

※아소가 차기 총재선거에 나오지 않는다고 오후 10시쯤 선언했습니다. 정책이 일치하는 후보를 지원한다고 밝혀 그에 맞춰 내용 수정합니다.


아베 총리가 오늘 사의를 표명하고, 후임 총재가 선출될 때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일본에 오고 나서 오매불망 그만두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그때마다 일본의 시민사회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할 뿐이었고, 결국은 나아질 길 없는 지병과 코로나 사태로 사임했다. 시민사회 영향력이 한정적이었다는 점에서 아베의 사임은 일본 민주주의 성과와는 무관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아베 사임 이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본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자민당 내부에서도 점치기 불가능한 상황이라 본다. 여하튼 아베가 '드디어' 그만뒀다는 기쁨과 함께, 냉정하게 향후 전망을 정리해볼까 한다. 의견 있으신 분들의 댓글이나 메일 등등은 언제나 환영한다.


1. '아베보다 더한 놈'의 등장 가능성

한국 인터넷을 보면 '이 놈은 아베보다 더하다' '얘는 더 극우다'라는 반응을 종종 본다. 아쉽지만 필자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현 정치권(자민당)에 아베만큼 넷우익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보수세력을 규합할 수 있는 인물은 '없다'. 게다가 경제 성과를 바탕으로 지지율까지 끝까지 크게 떨어뜨리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 때는 그야말로 개판을 쳤지만 '경제 때문에' '외교 때문에' 아베를 지지한다는 사람을 필자는 적지 않게 봐왔다.


사상적으로 볼 때 차기로 거론되는 인물 중 아베에 가장 가까운 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다. 2015년 자위대 활동폭을 넓히는 집단적 자위권(안보법제)을 강하게 추진한 인물이기도 하고, 당연하게도 개헌론자이다. 그러나 아베만큼 넷우익이나 현실우익들의 '열광적인 지지'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현 정권 내부에서는 드물게 '서민출신(아키타현 농부의 아들)'이기도 하다. 자민당 내 역학구도에서도 핵심이 아니다. 파벌정치를 주도하지도 않았고 일각에서는 아소와 사이가 험악해졌다는 얘기도 들려와서 스가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최소한 아베가 그만둠으로써 지나친 극우 인물들의 중용같은 건 더 안 봐도 되게 된 셈이다.


2. 총재 선거 방식과 분란 가능성

조만간 자민당 내 총재선거(=수상선출) 방식이 결정되리라고 보는데, 지방의원이나 당원을 포함하지 않는 당내 선거로 치러지면 결국 다수 파벌을 등에 업은 후보가 가능성이 크다. 당초 출마가 점쳐졌던 아소도 나름 강한 파벌(과거는 리버럴이었으나 점차 우경화, 아소는 요시다 시게루 손자)을 이끌고 있고, 그 밖에 키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코치카이宏池会라 해서 요시다 시게루 이후 리버럴한 보수본류)도 파벌의 중심이다. 두 사람 다 대중적인 인기는 바닥에 가깝지만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여론이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가 관건이다.


만약 당내에서 '아베1강'에 대한 반성 무드가 퍼지면 반아베로 돌아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도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듯싶다(이시바는 자신이 속한 소규모 파벌에 더해 몇십 명 정도 되는 타케시타파의 부분적 지지도 받았다). 이시바는 오늘 지방의원을 포함하는 기존 총재선거로 치르자고 주장했는데, 아베가 임기 도중에 그만두는 임시 선거인지라 관철될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국회의원 외에 유권자가 추가된다면 이시바가 유리해지는 건 사실이다.


아베는 주도권을 나름 행사하던 초반과 달리 막판으로 갈수록 사실상 당내 분란을 막는 제방적인 역할만 해왔다. 이제 그만둬버렸으니 둑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누구와 누가 합치는 합종연횡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조합은 현시점 예상하기 쉽지 않다. 자민당 간사장인 니카이 토시히로(二階俊博)의 역할이 커지는 지점이다. 얼마나 분란 조정이 가능할지, 자민당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을 총재로 내세울 수 있을지가 니카이의 역량에 달렸다.


점쳐볼 수 있는 건 의원 투표만으로 뽑는다고 할 때 아베가 속한 파벌(호소다파, 清和会)이 기시다나 고노 타로(河野太郎, 기시다보다 가능성은 낮아보임)와 같이 나름 아베와 같이 한 이들을 미는 것이다(스가를 밀지 어떨지가 관건). 니카이나 아소 파벌은 대세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때는 결국 이시바와 붙게 되는 셈인데, 1대 1 승부로 가면 아무리 의원선거라도 결과는 좀 봐야 할 듯 싶다.


3. 한일관계에 대한 영향?

필자가 아베가 그만둬서 기쁜 건, 일본 국내 정치에서 극우가 판치는 걸 도저히 볼 수가 없어서였지, 아쉽지만 한일관계가 바뀌리란 기대 때문이 아니다. 현재의 한일관계는 정치가 몇 명의 인식이나 사상만으로 변화하긴 힘들다. 극우 세력 상징인 아베가 물러나더라도, 새 총리가 강경한 여론을 무시하고 뭔가 시도할 수 있는 건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일 것이다. 만약 한일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장점을 깨달은 스가가 총리라면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새 총리 하에서 북일관계는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아베가 '납치문제해결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발목을 잡힌 측면이 있다. 새 인물도 납치문제 해결을 의식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아베의 강경노선만을 따르려 하지도 않을 수 있다. 이 점은 지켜봐야 한다.


대미관계나 대중관계는 한일관계와 마찬가지로 크게 변화하진 않을 것 같다.


4. 공명당의 역할은 한정적, 다만 우경화 브레이크 역할 강화할 수도

나름 '리버럴함'을 내세우는 연립여당 공명당이지만, 자민당 내 총재선거에 적극 관여하진 않을 것 같다. 아마 대세가 정해지면 자기들 지분 정도를 요구하지 않을까. 다만 아베 시대에도 굳이 헌법 개정을 해야 하는지 의문을 표하고, 최근 공격형 미사일 배치 관련해서도 이견을 내세운 만큼, 아베 이후 총리가 '국내적으로' 좀 더 리버럴한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요구할 수 있다.


추가로, 중국에 대한 애착이 강한 점을 감안할 때, 새 총리에게 중일정상회담을 조속히 하자는 방향으로 외교 정책을 조언하리라고 본다(공명당은 한국에는 큰 관심이 없다).


5. 그밖에

코로나 이후 조금 더 상태가 안 좋아진 거 같은 하시모토 토오루(橋下徹) 전 오사카 지사의 역할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듯싶다. 자민당원은 아니지만 극우 포퓰리스트(실제로 극우라기보다는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의도적인 면이 있다고 보지만 일본 정치의 해악인 건 틀림없다)로 활동해왔고, 아베와도 사적으로 종종 만나온 인물이다. 스가와도 나름 친분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중적 인기는 틀림없이 있으니 뭔가 일을 꾸밀지도 모른다.


한국 인터넷에서 아베보다 더한 극우라는 황당한 수식어가 붙는 도쿄도지사 코이케 유리코는 이번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다.




대략 생각이 나는 건 이 정도 논점일까 싶다. 새 총리가 정해지지 않았고 앞으로 자민당 내에서 어떤 정치가 펼쳐질지가 중요하겠다. 다만, 한일관계 변화가능성은 적고 누가해도 아베만큼 극우 차별주의자와 식사를 자주 하거나 사상 뿌리나 집안 내력이 우익인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냥 한국분들은 제삼자(?)로서 즐기는 정도로만 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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