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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 Mer Oct 31. 2021

나는 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가?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 이해하기



나는 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가?

처음 스타트업에 취업했을 땐 스타트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다. 사실 대학을 졸업하면서 한 결심이라고는 고작 ‘유니폼이나 셔츠를 입어야만 하는 직장에서는 절대로 일하지 않겠다.’였다. 그러던 중 재미있어 보이는 대표님이 있길래 좀 따라다니다가 일을 시켜달라고 졸라 취업한 곳이 스타트업이었을 뿐이다. 몇 개의 스타트업을 다녔고, 내가 다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망했고, 1년 이상 한 회사에서 일해보지 못했다. 한 때는 크게 망해 8년간의 서울살이를 접고 제주도로 도망가듯 내려와서 결국 다시 일하게 된 곳도 스타트업이 되었다.


다른 곳에서 일해보지 않은 것도, 일할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결국에 내가 선택한 곳은 스타트업이었다. 프리랜서로도, 중견기업에서도, 공공기관에서도, 여러 형태로 일해보면서 점점 내가 원하는 일에 대한 그림을 그려가며 느낀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일을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으로서는 접하기 어려운 규모가 큰(예산이든, 비전이든, 결과물이든) 프로젝트를 맡아 내가 기획부터 완료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 내 의견이 효율적으로 반영되느냐의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개인으로 일할 때에는 내가 만족할만한 규모의 일을 따기 어려웠고, 중견 이상의 기업, 기관에서 일할 때에는 내가 원할만큼의 권한을 가지는 것은 물론 그 의사결정의 과정이 너무나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아니라 누가 들어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을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일의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구성원이 중심이 되는 문화를 가진 스타트업이 매력적이었고, 의사소통의 과정이 짧고 효율적이며 성장과 성과를 최우선으로 집중하는 스타트업의 모델 안에서 일하는 것이 짜릿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모든 일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결과물을 낼 때의 그 감각을 잊지 못해 아직까지도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이 아닐까. 아직까지는 이루지 못했지만, 스타트업은 J커브와 유니콘이란 단어까지 따로 있을 정도로 괄목한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라는 상상과 희망이 남아있어서 더욱 매력적이기도 한 것 같다.


스타트업을 다니며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대표님이다. 대표님과 일과 삶과 사고방식과 세상 모든 것의 이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 그만큼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는 함께 일하는 ‘사람 함께 스타트업의 ‘비전 만들어나갈  있다는 것이 가장  수확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만큼 스타트업 내부의 사람이 나와 맞지 않는다거나, 비전을 공유할  없다면 끔찍한 일이  것이고.


실제로 입사 초기에는 대표님과 일하는 방식이 맞지 않아서, 다른 직원과 성향이 너무나 달라서, 또 다른 직원은 회사의 비전을 전혀 공유하고 있지 못해 답답했던 아쉬움이 있다. 취업난이 심해지다보니 스타트업의 성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입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대로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합류하게 된다면 큰 충돌이 생기고, 이를 해결하는 데 수많은 리소스가 들게 된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채용과 인력관리가 중요한 부분이겠지만, 사실상 적은 월급과 많은 업무량과 요구되는 주체성 등 여러가지가 맞아 떨어지기가 어려우니..


현재 일하며 고민 중인 사항은 다음과 같다.

- 스타트업 내부에서 사용되는 명문화되지 않은 ‘룰’을 어떻게 기록하고 모든 구성원과 공유할 수 있을까?

- 스타트업이 가지는 비전과 미션을 효과적으로 구성원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것이 있을까?

- 스타트업의 특성상 직원들은 각각 다른 업무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함께 할 때도 있을텐데 업무적/감정적 교류는 어느 깊이까지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

- 스타트업 구성원들의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를 어떻게 채워주고, 동기부여를 해주어야 할까?

- 구성원들이 해내는 업무에 관한 평가와 보상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특별 평가/보상이 진행될 경우 다른 구성원에게도 이를 공개해야 하는가?

- 구성원들이 효과적으로 자신의 리소스를 활용하고 있는가? 이를 평가하는 지표가 있을까?

- 구성원 내부에서 감정적/업무적 충돌이 있을 시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사실 이런 질문들은 회사 내부의 룰이나 합의가 있고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상태에서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지금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나에게는 답이 명확히 보이지 않는 문제다. 앞으로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문제의 원인을 찾고,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하고 증명을 해보아야겠지만 이와 같은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는 다른 스타트업 종사자도 있을지 궁금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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