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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 Mer Nov 02. 2021

스타트업에서 사수 없이 일하는 법

일의 효율을 어떻게 높일까?


사수 없이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처음 다니는 스타트업에서는 정말 많은 일(맥락없는)들을 했다. 어느 날은 상품사진을 찍으라고 해서 노트북에 흰 에이포용지를 배경으로 해서 사진도 찍었고, 어느 날은 이케아에서 50만원어치 가구를 사와서 조립도 했다. 삭아버린 고등어를 일반쓰레기봉투에 버리라고 해서 버렸더니 경비아저씨가 이렇게 버릴 수 없다며 그걸 일반쓰레기봉투에서 도로 꺼내다가 고등어가 떨어지며 온통 얼굴에 튀긴 적도 있고, 8인용 텐트와 타프를 혼자 치고(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xx염색체입니다) 수십인분 그릇의 설거지도 캠핑장의 찬물로 다 씻었다. 그 때 이후로 르쿠르제라는 브랜드를 선호하지 않게 됐다.


아니 이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니지만.. 절대 잊을 수 없어서 써봤다. 아무튼 좋지 않은 기억으로 퇴사를 한 첫 스타트업 이후부터 무작정 일의 목적 없이 수행부터 하는 방법으로는 원하는 효율을 내기 조금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스타트업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

일단 내가 접근할 수 있는 회사의 모든 서류를 읽었다. 홈페이지와, 견적서와, 예산서와, 프로젝트 소개서와, 사업계획서와 결과보고서를 비롯해서 읽을 수 있는 텍스트는 전부 읽었던 것 같다. 여기서 하나 추가하자면, 스타트업 대표와 다른 직원들의 공개된 SNS가 있다면 이것도 읽어보는 것이 좋다. 나는 지금 일하는 대표님과 페이스북으로 만났다. 물론 글로 사람을 모두 판단할 수는 없지만 분명 어떤 방향을 지향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다. 글만 잘 쓰는 대표님이라면... 일단 그 능력이라도 배울 수 있고...


현재 다니는 스타트업에서는 대표님 밑으로 디자이너, 개발자가 1명씩 있었고, 첫 기획자 포지션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사수가 없었다. 대표님에게 배워야했지만 대표님은 당시 너무나 바빠서 입사하고 3주만에 대면을 처음 했었다. 유선/메일로 업무를 받으면 혹시 제가 참고할 수 있는 서류가 있느냐 여쭤봐도 '처음에는 스스로 폼을 만들면서 제작해봤으면 좋겠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답답했다. 어떤 결과물을 어떤 맥락으로 어떤 폼을 사용하여 언제까지 내야하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할 수 있지? 


그래서 계속 대표님에게 물어봤다. 이건 어떻게 하면 되나요? 이건 이런 맥락으로 말씀해주신 것이 맞나요? 이런 결과물을 내려고 하는데 이렇게 접근하면 괜찮을까요? 결과보고서 목차를 잡았는데 의견을 주실 수 있나요? 초안을 작성했는데 이 방향이 맞나요? 수정하거나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다행히 이 방법은 내게 잘 맞았고, 지금은 대표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듣고 주변에 통역(이라고 나도, 대표님도 표현한다)을 해주기도 한다. 대표님이 내게 지시한 일 중 전달이 되지 않은 부분은 알아서 물어본다. 이런 의사소통의 과정들이 스타트업의 방식과도 유사하지 않을까. 문제를 인지하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여 우리만의 솔루션을 마련하는 것. 


덧.

스타트업 특성상 많은 툴과 도구와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사용하게 된다. 네이버광고시스템, 구글애널리틱스, 아임웹, 스티비(뉴스레터 발송 사이트), 포토샵, 일러스트, 프리미어, 미리캔버스며 문자천국이며.. 기본적인 것부터 조금 고난도의 프로그램/사이트/플랫폼까지 다양한데 이런 새로운 것들을 익힐 땐 온라인강좌를 결제해주실 수 있나 요청했다. 제주에서 서울까지 오프라인 특강을 들으러 다녀온 적도 있다. 

하지만 그 정도까진 아닌 프로그램들은 독학으로 공부하기도 하는데, 대표님은 항상 이런 플랫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때 내게 첫 강의(?) 강좌(?)를 해주라고 요청해주신다. 가끔 난 혼자 배우라고 던져주었는데 왜 이사람은 내가 가르쳐주어야하지..? 하는 마음이 든다는 사실을 이제는 밝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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