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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 Mer Mar 31. 2021

거제, 장승포에서 만난 모라

커뮤니티 바,밗의주인으로

제주에 살며 만난 사람들을 인터뷰를 해야겠다, 라고 마음을 먹은 지도 벌써 2주.. 아니 그 새 3주 정도가 지났습니다. 1주일에 한 편 정도는 브런치에 글을 올려야지 야심 찬 포부를 먹은 것도 벌써 시간이 좀 지났고요. 정말로 마음처럼 잘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번 목표는 가늘고, 길게, 꾸준히가 목표이기 때문에 늦었더라도 스스로를 탓하기보다는 그냥 키보드를 꺼내어 글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첫 인터뷰를 누구와 하고, 어떤 이야기를 쓰면 좋을까?라는 고민을 사실 오래 하지는 않았어요. 왜냐하면 처음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그 주 주말에 당장 친구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는 상태였거든요. 친구에게 의사를 물어보지 않고 제 멋대로 인터뷰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원래 친구란 그런 것 아니겠어요.


모라는 제가 대학생 때 대외활동을 하다가 만난 친구입니다. 제가 대학교 4학년, 24살일 때였고 모라는 2학년, 22살일 때였으니 벌써 시간이 꽤 많이 흘렀더라고요. 그때는 고작 두 살 차이였는데도 모라가 아주 어린 나이라고 생각을 했어서 그런지 지금도 저에게는 참 아기같이 느껴지는 소중한 동생입니다. 사실 이번에 만나기 전에도 모라가 24살이나 25살쯤이지 않나?라고 생각했을 정도입니다. 만났을 때 '모라가 25살이던가..?' 하니 좋아하더라고요. 나이에 대해 평소에 깊게 생각하지 않는 습관 탓이라고 변명해 보겠습니다.


모라는 지금까지 다양한 일들을 많이 해왔는데요,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해서 금융권에 취업을 하더니, 숙박 플랫폼으로 이직을 하고,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고, 오래 다닌 회사를 퇴사한 뒤 갑자기 거제로 한달살기를 떠났고, 이번에는 거제에서 커뮤니티 바를 연다는 거예요, 글쎄. 모라와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는데, 그 주 토요일에 가게의 가오픈 첫날이라고 하길래 일단 비행기표를 샀습니다. 주말에 무슨 일정이 있었던 것 같긴 했는데 아마 취소했을 거예요. 그리고 브런치 첫 글을 썼고, 내 맘대로 모라와의 인터뷰를 잡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진행한 첫 인터뷰를 이렇게 쓰게 되었고요.




모라에 대하여


자. 그러면 자기소개를 세 문장 이내로 해주세요.

네, 시도해 보겠습니다. 저는 어.. 거제 장승포에서 커뮤니티 바, 밗을 운영하고 있는 모라입니다.


내 특징이나 소개 중에 하나만 더 더할 게 있다면?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지만 선생님이 되지 않은 사람이고요. 또 ENFP, 열정이 차올랐다 빨리 식지만, 그걸 반복하기 때문에 늘 바쁜 삶을 사는 그런 사람입니다.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내가 먹고살기 위해서 하는 일, 그리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에 관해서 자유롭게 말씀해주세요.

음, 일단 서울에서 바이오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기획 전략팀에서 여러 회사가 투자하는 다양한 사업체들의 사업계획서 혹은 투자계획서 등을 작성해주고요. 브랜딩과 마케팅에 관련해서 컨설팅을 해 주거나, 전반적인 기획과 관계 등에 참여하는 일을 생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월화수는 서울에서 회사일을 하고, 목금토에는 거제도에 내려와서 <커뮤니티바 밗>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밗은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와 여행으로 꾸며지고,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공간이에요. 밗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모라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 여행과 캐릭터에 대해 말해주세요.

첫 번째는 여행인데요. 지금은 여행을 다니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여행을 정말 좋아해서 예전에는 배낭을 메고 약 45개국 정도 해외여행을 혼자서 다녔어요. 여행을 다니면서 자석을 모으는 취미를 가져서, 모은 자석들을 지금 밗에도 전시를 해놓고 있고요. 여행을 왜 좋아했냐면... 일단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게 되게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경험을 하면 무조건 배우는 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요. 다양한 사람들, 그러니까 이전에 만나보지 못했던 사람들을 여행하면서 만나고, 사고방식이나 생각의 틀이 확장된다는 걸 많이 느껴서 여행을 되게 좋아했습니다. 


두 번째는 미니언즈라는 캐릭터를 굉장히,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계기는 사실 정말 별 거 아니었어요. 한 8년 전쯤인가? 처음 이 캐릭터가 등장했을 때 영화를 보고 너무 하찮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아이들은 진짜 너무 조그맣고 하찮고 말도 못 하거든요. 미니언즈의 특징이 뭐냐면, 우리는 누군가를 보면 악당, 혹은 착한 사람, 혹은 영웅 등으로 구별을 하잖아요. 그런데 이 아이들은 구별을 하지 않고 무조건 자기 주인이면 악당이라도 엄청나게 신뢰하고 따르고 아빠처럼 쫓아다녀요. 저는 원래 권선징악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웃음). 그 악당들을 쫓아다니는 그 미니언즈들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캐릭터 용품 같은 걸 많이 모으기 시작했고, 지금은 이제 이렇게 밗에도 미니언즈 용품들을 진열하고 있습니다. 밗의 포토존이기도 해요. 


그리고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전시해둔 것처럼, 나중에 밗에서 프로젝트 활동도 해보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취향을 알릴 수 있는 전시 공간을 밗 내부에 마련해준다거나, 발표할 기회를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미니언즈로 가득 채워진 밗의 포토존
그러면 올해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올해 계획은 일단 무사히 밗을 6개월 이상 잘 운영해 보는 거.


왜 6개월이에요?

버티는 기간의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해요. 잘 되든, 혹은 안 되든 6개월이라는 기간이 지나면 판명날 수 있는 것들이 워낙 많으니까요. 이 6개월을 어떻게 잘 버티느냐에 따라서 그 뒤 1년, 2년, 3년이 결정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현재는 서울과 거제를 계속 왔다 갔다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6개월을 먼저 해보고 제가 거제에 아예 정착을 할지, 혹은 계속 이 상태로 운영을 할지, 혹은 아예 밗을 접고 서울로 돌아갈지 결정이 날 것 같아요. 6개월 안에 많은 테스트를 해보고 싶어요. 많은 좋아하는 일들을 해보고 실험해보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면 인생을 살면서 언젠가는 실천을 해보고 싶은, 혹은 이루고 싶은 일이 있나요?

사실 저는 하고 싶은 걸 바로바로 하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밗도 오픈하고, 회사도 다니고 다른 프로젝트도 하고 있거든요. 근데 아직까지 못했던 게 있다면.. 뭐 이런 거 있잖아요. 카카오 김범수 의장처럼 전재산 50% 기부할게요, 이런 걸 해보고 싶어요. 기부도 좀 금액이 커야 임팩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은 기부를 해도 500만 원, 막 이러면 임팩트가 없으니까. 나중에 돈을 많이 벌게 되면 꼭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원래 교육 전공을 했으니까 그럼 교육 사업 쪽에 좀 힘을 쏟고 싶다, 뭐 이런 생각이 있습니다.


기부라니 멋있네요. 그러면 30년 뒤에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아요?

희망은 평범하게 살고 있으면 좋겠는데, 일단 일반적인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 것 같고(웃음). 30년 뒤에도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 곳에서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꼭 내가 목표로 하는 어떤 모습이 있어야 되는 게 아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정해야 하는 게 아니니까요. 왜냐하면 항상 바뀌거든요. 어떻게 살고 뭘 좋아하고 어떤 삶을 살지는 늘 바뀌는데, 그냥 그때 나에게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커뮤니티 바, 밗


거제에 내려오게 된 이유는 뭐예요?

퇴사 후 하고 싶었던 꿈이 나만의 커뮤니티 바, 그리고 숙소를 창업하는 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전국 각지의 부지들을 둘러봤어요. 거제도, 제주도, 강릉 등 곳곳을 둘러봤는데 대부분의 유명한 관광지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포화 상태가 어느 정도 되어 있고, 땅값이 일단 되게 비쌌고. 현실적으로 임대를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더라고요. 또 타지인이다 보니까 정착하기가 되게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거제도에 친구가 있어서 내려오게 됐어요. 그런데 둘러보니까 저는 거제도가 되게 좋은 거예요. 반면 친구는 거제 사람인데 항상 하는 얘기가 아, 빨리 나는 서울로 가고 싶다, 나는 거제도를 뜨고 싶다- 이런 소리를 계속 하길래 왜 그러지? 겪어봐야겠다, 하고 일단 내려왔어요. 또 마침 인스타그램에서 도시재생회사에서 한달살기 프로그램 겸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홍보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나의 꿈-커뮤니티 바를 만드는-을 같이 논의해볼 수 있는 사람들이 그 지역에 있으면 시작이 좀 수월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내려오게 됐습니다.


그러면 살아보면서 느낀 거제의 매력은 어떤 게 있었어요?

일단 한달살기 할 때 장승포라는 구도심을 위주로 살았는데 어디 가든 바다가 가까이 있다는 거, 차를 타든 걸어가든 바다가 바로 근처에 있다는 거, 그게 제일 좋았어요. 서울에서는 사실 그렇게 바다를 보기가 힘들잖아요. 


또 지방이라서 배척받는다고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데, 정이 많으신 분들이 정말 많아요. 서울에서 왔다 그러면 어린 친구가 와서 고생한다면서 이것저것 도움 주시려는 분들도 많고요. 실제로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고. 서울은 워낙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런 정을 동네에서 기대하긴 힘들잖아요. 근데 여기는 작으니까, 물론 이게 단점도 되지만, 되게 큰 장점이기도 해요. 다 서로 얼굴을 알고, 인사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거.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집값이 정말 쌉니다. 거주하기에 너무 좋아요. 우리 집이 18평인데 방 하나 거실 하나인데, 월세가 20만 원이에요. 오피스텔 신축 바다 뷰고요.


이십만 원?

네. 관리비 포함해도 30. 


너무 좋다, 진짜.

이거 지방에서 절대적으로 너무나 큰 장점이라서. 서울에서 20만 원이면 고시원도 못 가죠. 창문 없는 고시원에도 못 살아요. 진짜 쪽방 가야 해, 쪽방. 영등포 쪽방촌. 아무튼, 그런 거주의 매력이 있달까. 바다를 맨날 눈 뜨면 볼 수 있잖아요. 그런 게 진짜 큰 매력인 거예요. 매일 보는 거제사람들은 모르겠지만(웃음).


흠흠, 이제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서, 커뮤니티 바, 밗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세요.

아, 사실 밗이라는 이름은 제가 지은 이름은 아니에요. 이 공간이 원래 제가 참여했던 거제 한달살기를 운영한 도시재생회사에서 아웃도어 라운지 공간으로 사용하던 곳이거든요. 그때 밗이라는 이름이 붙었고요. 밗은 바다와 강산의 줄임말이에요.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아웃도어 활동을 한다는 뜻이 담겨 있고, 이 의미가 좋아서 바꾸지 않고 계속 같이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밗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기로 했어요.


그 다음에는.. 아, 사람들이 '커뮤니티 바'가 뭐 하는 곳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되게 많아요. 바라고 하니까 뭐 흔히 아가씨 예쁘냐 그러고, 모던바냐고 하시던데 밗은 그런 게 아니고요. 주류도 물론 있지만, 비주류, 무알콜, 커피도 다 하고요. 지나가다가, 산책하다가, 혹은 친구랑 가족, 반려동물과 함께 언제든지 편하게 들러서 내 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만날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에요. 동네 마실 나오듯 누구나 들러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어요. 이런 동네 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현대 사회가 발달하면서 모바일이나 온라인 같은 온택트가 굉장히 강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이 주는 매력을 온라인이 다 따라갈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코로나 시국이긴 하지만,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할 만한 공간이 어느 지역이나 하나쯤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서울은 이런 커뮤니티 공간이 굉장히 많은데 지방에서는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관심사를 같이 이야기하거나, 혹은 내가 관심 있는 주제로 같이 활동을 하거나 취향을 나누고 공유할 기회가 굉장히 적어요. 그래서 그런 니즈를 충족시켜주고 싶어서 목표로 했고요.


그리고 부수적인 건.. 사실 제가 술을 좋아해요. 그런데 제 친구들이 대부분 술을 못 먹거든요. 유명한 바에 가서 술을 마셔도 맛없다는 친구들이 많아서 괜히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어디 한 번 이렇게 먹어도 맛없나 보자, 해서 열심히 맛있는 레시피도 만들었어요. 또 술을 못 드시는 분들도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메뉴들, 무알코올 칵테일 종류와 저알콜 메뉴, 전통주 같은 지역주를 베이스로 한 레시피도 만들고요. 지금은 가오픈이지만, 정식 오픈 때는 그런 메뉴들을 하나 둘 선보일 계획이에요. 친구들이 거제도에 많이 놀러 오는데 제가 집에서 칵테일 만들어주면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고 자기 잘못 먹고 있었나 보다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정말 많거든요. 저는 그런 칵테일을 밗에서 제공하고 싶어요. 어떤 사람들이 오든, 그 사람 취향에 맞는 맛있는 걸 먹을 수 있게요.


왼쪽부터 차례대로 하이볼, 마가리타, 밗의 시그니처 칵테일인 거제 유자뮬
그러면 밗에서 하고 싶은 일,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 거에요?

밗이 언젠가는 지역의 사랑방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할 거라고 믿어요. 어, 밗, 나도 갈래! 이렇게 누구나 밗이 정확히 뭐 하는 덴지는 몰라도 그냥 가면 편해, 쉴 수 있어, 사람들 만날 수 있어, 정보도 되게 많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고 친구도 사귈 수 있어, 혹은 내가 문화 활동을 하고 싶고 거제도에는 그런 걸 할 수 있는 곳이 없는 줄 알았는데, 밗에서 할 수 있대. 이런 식으로 계속 소문이 나서 이 공간을 사람들이 많이 많이 찾게 되는 거죠. 


그렇게 되면 저도 어느 순간 밗 사랑방의 참여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어느 하루는 옆집 언니가 밗에 와서 자기가 좋아하는 칵테일을 판매하기도 하고, 주말에는 앞집 동생이 좋아하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모임을 열 수도 있고요. 이렇게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취향을 공유하는 주인이 될 수 있는 거죠, 이 공간에 와서. 저는 제가 밗 주인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물론 바 오너라고 써 놓긴 했지만, 누구나 이 바의 주인이 될 수 있고 누구나 이 공간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 모라에게 가장 필요한 건 어떤 거예요?

어, 여유? 바쁜 것도 바쁜 건데 사실 체력적인 것도 예전보다는 많이 떨어졌거든요. 예전에는 하루에 두세 시간씩 자도 활동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는 못하니까. 대학생 때는 대외 활동 일 년에 일곱 개, 여덟 개씩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무리이기도 하고, 서울에서 거제까지 장거리를 계속 오가다 보니까 심리적으로 마음이 되게 촉박해지는 것 같아요. 계속 아, 이것도 해야 되는데, 저것도 해야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고 싶은 건 너무 많고 일은 쌓여는 있으니까. 성격도 되게 급해서 일도 빨리 처리해야 되고. 눈 앞에 있는 걸 미루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미룰 수 있는 여유도 좀 있었으면 좋겠고. 생각을 좀 덜 하는 여유도 있었으면 좋겠고. 흘러가는 대로 잘 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모라 스물네 살 때랑 하고 있는 고민이랑 똑같은 것 같아요. 

항상 비슷한 것 같아요. 고민이 안 바뀌네, 안 바뀌어. 그나마 거제에서 한달살기할 때는 진짜 여유로웠어요. 생각 없이 놀고,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은 했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많으니까 심리적으로도 풀어져서 제일 건강 좋았을 때에요, 하하.


혹시 더 하고 싶은 말이나 뭔가 얘기하고 싶은 게 더 있나요?

(고민) 멋있게 써주세요.


아.. 그건 자신 없는데. 재밌게 써줄 수는 있는데 멋있게는 잘 모르겠어요.

그럼 밗에 사람들 많이 찾아오게 써주세요. 아니다, 많이 찾아오지 말게 해 주세요. 적당히 적당히. 혼자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많이 오면 안 돼요!


#모라의 제주

인터뷰가 제주에서 살며 만난 사람들이라는 테마예요, 혹시 제주에 관한 이야기가 있나요?

제주도 하면 출장?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일 년에 열네 번 넘게.. 한 달에 두세 번씩 제주도로 출장을 갔어요. 가면 일단 코스가 2박 3일에 기본적으로 제주도를 5바퀴 돌거든요. 제주에 있는 거의 모든 숙소를 가본 것 같아요. 제가 거제 한달살기를 마치고 에세이를 썼는데, 제주도를 많이 갈 때여서 바다가 지긋지긋하다고 쓴 적도 있어요. 그런 게 제일 먼저 떠오르고... 그리고 제주도 하면 언니가 떠올라요. 항상 예쁜 사진을 sns나 이런 곳에 많이 올려주잖아요. 여전히 제주도는 예쁘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요.


그리고 감귤! 제주가 거제도랑 비슷한 게 제주도에는 귤밭을 가진 분들이 많잖아요, 거제도 사장님들도 여기에 가게를 하나씩 갖고 있는데, 그게 다 부업이에요. 본업은 다 장어잡이 배라서 다 장어집을 운영하고 계시고. 제주도에서 숙소 사장님들이 다 감귤밭 하나씩 갖고 있는 거랑 똑같은 겁니다. 그래서 그런 게 제주와 거제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 저는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언니는 제가 본지 벌써 진짜 오래됐어요. 거의 7년이 됐네요. 서울에 있을 때는 자주 봤는데, 언니가 제주도 가고 나도 해외여행 다니고, 미국에 공부하러 갔다가 돌아와서 일하고 그러면서 자주 못 보긴 했지만, 언니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한 것 같아요. 항상 뭔가 변함없는 사람. 그러니까.. 하는 일이나 사는 곳이나 이런 건 바뀔 수는 있는데 언니 자체는 변하지 않는 거?


사람들을 만나면서, 언니들을 만나도 제가 언니 같다고 느낄 때가 사실 좀 있거든요. 혹은 이제 제 밑이나 친구들을 만나면 제가 언니 같은 역할을 많이 하는 편인데, 언니를 만나면 내가 온전히 동생으로 있을 수 있는 느낌.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이에요.


이런 식으로 인터뷰를 해보니까 어때요?

뭔가 신기하네요. 왜냐하면 항상 우리는 오래 연락을 안 했어도, 혹은 오래 못 봤어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라서 이런 게 되게 되게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임했는데, 역시 재밌네요. 반전은 없었다.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모라를 알아왔던 7년간(이러면 나이가 밝혀질까 봐 말을 안 하려고 했지만 인터뷰 내용에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말합니다), 모라는 모든 일에 항상 진심이고, 열심인 사람이었어요. 좋아하는 일에 누구보다 열정적이었고 사람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고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모라는 그렇겠지요.


제가 오래 살아온 고향인 천안이나 서울, 제주가 아니라 처음 방문했던 거제라는 곳에도 이제는 마음 편히 들를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생겼고, 사람이 생기는 뜻깊은 경험을 한 인터뷰였어요. 앞으로는 거제를 떠올리면 항상 모라와, 모라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진 밗이 생각나겠죠.


모라의 브런치 읽기
커뮤니티 바, 밗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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