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간 그들의 전략과 노력은 에이전시에겐 치명적인 미래였다.
지난 2년 동안 Unilever는 다양한 방식의 비용 효율화를 통해 약 3억 유료, 우리 돈으로 약 3천9백억 가량의 예산을 그들의 주요 브랜드인 Marmite와 Dove의 추가적인 캠페인과 광고 예산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최근 부임한 Chief Executive인 Alan Jope는 올해 Q1의 Earning call에서 이렇게 확보된 예산은 지난 2년 동안 ‘실제로 효과가 있는 미디어’와 ‘판매 접점’에서의 마케팅 활동에 활용해왔다고 밝혔다.
https://www.thedrum.com/news/2019/04/19/unilever-ups-ad-spend-300m-2-years-thanks-agency-cutbacks
아무리 예산을 효율화하였다고 해도 요새와 같은 불경기에, 그렇게 큰 예산을 도대체 어떻게 확보한 것이며, 이를 광고 캠페인에 재투자할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명료 했지만, 누군가에겐 섬뜩할 수 있었다.
"being funded by a reduction in things like advertising, production and agency fees, things that the consumer doesn't see”
해석해보자면 “소비자들이 보지 않는 광고, 프로덕션 그리고 에이전시에 지급되는 수수료를 아껴서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결론만 보자면 결국은 기존에 에이전시나 아웃소싱 파트너에게 지급되던 수수료를 아꼈고, 그들을 통해 집행되던 광고/매체비 중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삭감하였다는 의미로 보인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단지 수수료를 깎고 제작비를 아낀다고 낼 수 있는 결과는 아닐진데.
Unilever는 이미 오래전부터 P&G와 마찬가지로 기존 마케팅 에이전시를 통해 아웃 소싱되던 주요 기능들을 내재화하는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2016년 경 작게, 테스트베드로 도입했던 에이전시 기능의 인하우스화 된 조직들은 2~3년 사이 Unilever의 새로운 마케팅 방식을 선도하는 Center of Excellence 조직으로 우뚝 서게 되었고, 이를 통해 Unilever가 2년 동안 3억 유로의 예산을 절감하여 브랜드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한 원동력이 되었다.
내재화된 에이전시 기능을 담당하는 주요한 entity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는데, 그것은 1. U-Studio, 2. U-Entertainment 그리고 3. Digital Hub이다.
U-Studio는 Unilever가 보유한 인하우스 디지털 에이전시이다. ‘real-time, fast, quality content’를 지향하며 설립되고 추구하며 운영되는 조직이다.
주요 역할 및 특장점으로는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션, 소비자 니즈 중심 콘텐츠 기획/제작, 소셜미디어 및 디지털 광고의 미디어 바잉 및 집행 기능을 들 수 있다. 2016년 최초 런칭 이래, globally 4개 지역에서 시험적으로 작게 시도했던 U-Studio는 이제는 15개국, 18개 스튜디오 지점을 보유할 만큼 가히 글로벌 디지털 에이전시라 불릴 만큼의 네트워크와 규모를 보유하게 되었다.
그들은 그들이 자체적으로 기획/제작하는 콘텐츠의 방향성을 크게 두 가지로 잡았는데, "interruption advertising”과 ‘seek-out content’가 그것이다.
“interruption advertising”은 사람들의 생활에 브랜드의 메시지로 개입하는, 즉 소비자의 생활과 relevant 한 메시지와 스토리를 통해 접근하는 광고이며, "seek-out content”는 제품과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가 궁금해하는 정보 등을 전달해 주는, 소비자의 제품에 대한 궁금증과 니즈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콘텐츠를 의미한다.
> 참고자료: https://www.campaignlive.co.uk/article/in-housing-debate-unilever-learned-u-studio/1525145
U-Entertainment는 Unilever가 보유한 인하우스 오리지널 콘텐츠 스튜디오이다(브랜드가 오리지널 콘텐츠 스튜디오를 소유하고 있다고?!)
U-Entertainment는 뮤직, 무비, 키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체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으며, 이를 디지털을 비롯, TV, 영화관 등 다양한 digital, legacy 채널을 통해 유통하고 활성화한다.
오리지널 콘텐츠 스튜디오이지만, 브랜디드 콘텐츠, 혹은 일반적인 콘텐츠 스튜디오의 협찬 형태로 접근하는 일반적인 스튜디오와 달리, 브랜드 제품 자체가 아닌 브랜드 메시지, 정신 및 지향점 등을 잘 녹여서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타겟오디언스의 팬덤과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며 지향하고 있다.
이 U-Entertainment는 ‘Unstereotype’라는 테마의 캠페인을 통해 자체적인 팝 아이돌 스타 그룹인 ‘Now United’를 런칭하는 등 사실상의 Entertainment 회사로써 역할을 하고 있다.
> 참고자료: https://www.thedrum.com/news/2018/06/20/unilever-now-wants-purge-the-music-industry-stereotypes
Digital Hub는 Unilever의 Data hub center로 역할하고 있다
Unilever는 Digital Hub를 통해 다양한 소비자 데이터, 이커머스 데이터 및 미디어 데이터를 수집 분석한다. 이 분석을 기반으로 다양한 소비자 중 Unilever의 코어 타깃을 찾아내고 그들에게 ‘극대화된 개인화 메시지 및 크리에이티브’를 전달할 수 있는 전략을 구축한다. 또한 Unilever의 eCommerce 활성화를 위해 구매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또한 미디어 바잉에 있어서도 Programmatic Buying을 위한 데이터와 퍼포먼스를 수집/분석하고 이를 통해 최적의 효율을 도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기반으로 U-Studio에서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할 시 이의 전략적 방향성을 짚어주는 Ad brief를 구성하는 역할도 담당하는, 말 그대로 Unilever의 크리에이티브와 마케팅 활동의 브레인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 참고자료: https://www.freshjobs.co.za/jobs/unilever-digital-hub-manager-3936/
Unilever의 인하우스 조직을 관심 있게 살펴보면서 그들의 생각이 참으로 궁금해졌다. 그래서 관련 기사를, 자료를, 그리고 그들의 채용사이트를 찾아보며 지향하는 인재상과 조직의 비전을 보면서, 더더욱 궁금해졌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전체의 이야기 중 절반 정도 수준으로 다소 보수적으로 신뢰한다 하더라도 시사하는 바는 매우 컸다. 지향점, 비전은 이미 기존 마케팅 에이전시도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법한 기조이다.
다만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비전을, 필요한 변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생각이 얼마나 절박하며, 얼마나 세심하고, 얼마나 다양한 방법들로 빠르게 실행되고 있는 것인가"라고 생각한다.
기존 마케팅 에이전시들은 여전히 TV광고와 수익이 조금이라도 더 큰 제안을 만드는 데에만 힘을 쏟는다. 올해 당장의 KPI 때문에 미래 투자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유일한 요인은 광고주의 요구이다. 그렇기에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에이전시의 변화는 광고주의 요청에 마지못해 조직을 갖추고 제안을 구성하며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수익이 되지 않는 것을 실행을 위해 제안한다는 것이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지만 사정이 좀 더 나은 곳이라 할지라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나치게 Conventional 한 방법에 목메고 있다.
그렇게 에이전시들이 변화를 거부하거나 주저하는 동안, 광고주들은 "쉽게 변화되지 않는 에이전시의 느린 걸음과 속도"에 회의를 느끼며,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자체적인 역량과 조직과 방향성을 잡기 시작했다.
몇 년 전만 해도 그냥 한 두 브랜드의 호기심 넘치는 실험처럼 보였던 인하우스화는 이제는 글로벌 트렌드이자 오히려 빅 브랜드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의 방향성이 되었다. 과연 기존 레거시 마케팅 에이전시, 좀 더 정확하게는 종합광고대행사들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unconventional 하고 disruptive 하며 bold 한 접근을 했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타이밍이다. 아니 사실 좀 많이 늦었다.
이 글은 일종의 특별 편이다. 원래 3편은 마케팅 에이전시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몇몇 돌파구를 써보려 했다. 하지만 Unilever의 활동과 성과를 보며 정말 소름이 돋았기에 그들을 한 번 파보고 싶었다. 4편이 되어야 아마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돌파구를 써볼 수 있을 것 같다.
> 관련 글:
1편: 왜 브랜드는 마케팅 에이전시 기능을 내재화하는가?
https://brunch.co.kr/@justin7774/38
2편: 브랜드의 에이전시 기능 내재화, 어떤 사례가 있나?
https://brunch.co.kr/@justin777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