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으로 정책 만드는 젊은 정당
대안당(The Alternative)은 덴마크에서 가장 젊은 원내 정당이다. 정책을 크라우드 소싱하는 ‘정치 연구소’를 표방하며 덴마크 정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전통적인 분류법으로 보면 친환경 정당이나, 대안당은 한층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고자 한다.
2013년 9월17일 전 문화부장관 우페 엘베크(Uffe Elbæk)와 요세핀 포크(Josephine Fock) 의원이 사회자유당(Venstre)을 탈퇴했다. 두 사람은 2개월 뒤인 2013년 11월27일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안당을 창당한다고 발표했다.
2013년 12월18일 덴마크 경제내무부 산하 선거위원회는 대안당이 대안당(Alternativet)이라는 이름을 써도 된다고 승인했다. 선거위원회에 승인을 받은 대안당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총선 출마를 준비했다. 신생 정당이 총선에 나서려면 유권자 2만260명에게 서명을 받아야 했다. 대안당은 2014년부터 서명을 모으기 시작해 2015년 2월23일 2만748명에게 서명을 받아 총선에 나설 자격을 얻었다.
2014년 9월13일 대안당은 첫 연례회의를 열고 총선 후보 10명을 선발했다. 당대표 우페 엘베크 외에 가장 인기가 높았던 이는 유럽의회에서 활동한 적 있는 울라 샌드베크(Ulla Sandbæk)였다.
대안당은 2015년 덴마크 총선에서 16만8788표를 얻어 유권자 4.8%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국회 의석 9개를 자치해 의원 수 기준으로 덴마크에서 6번째로 큰 정당이 됐다. 2016년 4월 페르닐 슈노어(Pernille Schnoor) 의원이 사민당에서 대안당으로 적을 옮겨 지금은 모두 10개 의석을 확보한 상태다.
2015년 8월2일 기준으로 대안당 당원은 5203명이다. 2014년 중순 당시 당원 13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많은 대안당 당원은 좌파 정당에서 적을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총선에서 적녹연맹(Enhedslisten)에 투표한 당원이 28.8%, 급진좌파당(Radikale)은 27.4%, 사회국민당(Socialistisk Folkeparti)은 20.8%였다.
대안당의 정책 목표는 지속가능한 개혁이다. 지속가능함(sustainability)은 보통 환경 친화적임을 나타내는데, 대안당은 친환경에만 그치지 않는다. 환경은 물론이고 경제, 사회, 문화적인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
대안당은 신자유주의적 경제 중심 사고와 기존 시스템을 보수하는데만 만족하는 기성 정치 체계가 현재 덴마크 사회에 위기를 가져왔다고 판단하고 현존하는 판을 뒤엎을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대안당은 크게 세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기후 위기, 공감 위기, 시스템 위기다. 대안당은 세 가지 주요 위기를 타파하는 것을 정책 목표로 삼았다.
그렇다고 대안당을 중도 좌파 정당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대안당은 진보-보수로 통칭하는 이념적 스펙트럼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안당은 이념이 아니라 선언문(Manifesto)을 조직 철학의 근간으로 삼는다. 아래 대안당 선언문을 간략히 갈무리했다.
대안당은 개인의 자유, 사회적 존엄성과 생명,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다루는 정치적 아이디어다. 대안당은 덴마크 사회에서 위세를 떨치는 냉소주의와 인색함, 엄숙주의에 대항해 투표하라고 요구한다. 세계가 앍는 환경 자원 위기에 진지하게 대처해 진짜 변화를 촉구한다. 인류의 공동체와 도시, 국가를 발전시킬 방안을 모색한다. 대안당은 협동이다. 사기업과 공공기관, 시민단체 모두 합심해야 만 새로운 연결과 협력 모델을 발명할 수 있다. 대안당은 투명하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하고 그것을 지속할 방안을 만든다. 문제를 직시하되 유머를 잃지 않는다. 유머가 없으면 창의성도 없다. 창의성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 대안은 이미 실재한다. 세계 도처에 새로운 형태의 기관이나 기업, 소셜 네트워크가 탄생한다. 코펜하겐뿐 아니라 서울, 더반, 리오에도 있다. 개별 사례는 사소해보일지 몰라도 모아두고 보면 세계적으로 변화의 물결을 추동하는 힘이 있음이 보인다. 대안당은 무언가 실천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조직이다. 구태의연한 것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고 싶다고 느낀다면, 민주주의와 성장, 노동, 책임, 삶의 질을 새로운 관점에서 본다면 그것이 대안당이다.
대안당은 선언문을 6대 핵심 가치로 요약했다. 용기, 관대함, 투명성, 겸손함, 유머, 공감 등이다. 대안당 소속 의원은 6대 핵심 가치를 바탕에 두고 정책을 만든다.
정치연구소(Politiske Laboratorier)는 대안당의 모든 정책을 낳는 산실이다. 대안당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당원 대표와 주요 의원 후보가 정치연구소에 의제를 제안하며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대안당 당원이라면 누구나 정치연구소에 정책을 제안해 토론에 부칠 권리를 갖는다.
대안당이 덴마크 정계에 파란을 일으킨 중요한 이유는 당 차원에서 추진할 정책을 크라우드 소싱했기 때문이다. 대안당은 2014년 봄 정치연구소를 열고 시민 700명에게 대안당이 추구할 정책을 제안받았다. 덴마크 역사상 정당이 일반 대중에게 정책을 공모한 첫 사례다. 대안당은 2014년 5월24일 첫 번째 연례 회의를 열고 정치연구소로 공모한 정책 가운데 당 차원에서 추진할 정책을 추려 첫 정책 목표를 세웠다.
정치연구소 안에는 다양한 연구소가 존재한다. 의제를 발의하면 대안당 정치연구소(Political Laboratories) 안에 정치연구소(a political laboratory) 하나를 개설한다고 본다. 새 연구소를 꾸릴 때 특정한 형식을 갖춰야 한다는 조건은 없다. 워크숍이나 분과위원회, 소규모 회의 등 어떤 형태든 무관하다. 현재 진행 중인 정치연구소는 대안당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합리적인 정치 토론을 이끄는 기본 규칙은 있다. 정치연구소를 개설할 때 유관 분야에 전문성을 인정받은 논문 두 편 이상을 지정해야 한다. 이 논문은 추후 여러 소집단이 개설하는 집단 토론에서 논제로 다루며 다양한 각도에서 각 정책 요소를 분석하고 장단점을 살핀다. 토론 결과는 당원 2명이 요약한다. 요약본은 정책 초안으로 다듬어 다음 정치포럼에 발표한다.
정치연구소는 대안당이 정책을 개발할 때마다 판올림한다. 주로 환경, 문화, 경제 분야를 다룬다. 이 분야에서 대안당이 취하는 입장은 급진 좌파로 분류되곤 하는데, 반대로 세금 감면과 창업 활성화 등 전통적으로 우파 정당이 주창하는 정책도 추진하기 때문에 좌-우 또는 진보-보수 스펙트럼을 대안당에 대입하기는 어렵다. 대안당의 주요 과제 셋 중 하나는 정치 문화 계발이다. 정치 토론의 질을 높이고 시민에 기반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싶어 한다.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지속가능성도 중시한다. 대안당은 성장에 눈이 먼 신자유주의가 일방적으로 득세한 세태를 바로잡고자 한다.
정치연구소에서 논의한 결과는 정치포럼에서 공식 당론으로 발전한다. 정치포럼(Politisk Forum)은 당 이사회와 정치 지도자, 모든 주요 지역구 대표가 모여 제안받은 정책을 선별하는 대안당 조직이다. 지역구 대표는 각 지역구마다 2명씩이다. 1년에 최소한 3차례 이상 만나야 한다.
정치포럼은 제안 받은 정책을 승인하거나 기각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때로는 재검토를 위해 정책 제안을 발전시켜오길 요구하기도 한다. 정치포럼이 승안한 정책 제안은 대안당의 공식 정책이 된다.
정치포럼은 정책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 제안 받은 정책을 평가해 대안당의 가치와 궤를 같이 하는지 확인해 적합한 정책은 대안당 정책에 포함시킨다. 때로는 위원회를 꾸려 제안자와 함께 정책을 발전시키기도 한다.
정치포럼에 정책을 제안하려면 다음 같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정책 제안은 공개적으로 개발해야 하며, 대안당 당원 최소 10명에게 지지를 받아야 한다.
대안당은 민주주의의 뿌리가 개방적이고 주의 깊은 토론이라고 보고 이를 실천하는 방법을 6대 토론 원칙으로 정리했다.
우리는 특정 논쟁이나 행동 방향의 장점과 단점 양쪽을 모두 솔직하게 논의한다.
우리는 말하기보다 듣는다. 정적도 그들의 입장에서 만난다.
우리는 논쟁을 이끄는 핵심 가치를 강조한다.
우리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거나 실수를 저질렀다면 그 사실을 인정하고 알린다.
우리는 토론에 참여한 개인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듣는다.
우리는 대안당의 정치적 이상을 어떻게 실현할지 개방적이고 실제적으로 논의한다.
2015년 총선을 치르며 국회에 진출한 대안당 의원은 모두 9명이다. 2016년 4월 페르닐 슈노어(Pernille Schnoor) 의원이 사민당에서 대안당으로 소속을 옮겨 지금은 국회의원 10명이 대안당 소속으로 활동한다. 아래는 대표적인 의원만 소개한다.
우페 엘베크(Uffe Elbæk)는 대안당 대표다. 대안당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인이다.
1954년 6월15일 작은 도시 리(Ry)에서 태어났다. 1982년 올보르 피터 사브뢰 교육 대학(Peter Sabroe College of Education)에서 사회 교육(Social educator) 전공했다. 1987년 덴마크 저널리즘스쿨에서 저널리스트 보충 연수과정 이수했다.
위켄아비젠(Weekendavisen), 베를링스케 티엔데(Berlingske Tidende) 등에서 기자와 칼럼니스트로 일했다. 1991년 혁신학교 카오스필로츠(KaosPilots)를 설립해 2006년까지 교장으로서 청년 혁신가를 양성했다.
2009년 사회자유당(Det Radikale Venstre)에서 정치 생활 시작했다. 2011년 9월15일 수도권 지역구 대표로 국회에 입성해 2015년 3월12일까지 사회자유당 의원으로 활약했다. 2011년 10월3일부터 2012년 12월6일까지는 문화부장관으로 일했다. 2015년 3월13일 사회자유당을 탈퇴하고 요세핀 포크와 대안당을 창당했다.
요세핀 크리스티나 포크(Josephine Christina Fock)는 대안당 금융∙이민 통합∙헌법 부문 대변인이자 대안당 원내대표다. 1965년 9월5일 오르후스에서 태어났다. 1987년 오르후스대학교에 입학해 1993년 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에는 미국 와튼스쿨에서 리더십 훈견 과정을 이수했다.
1994~1996년 덴마크 심리학자연합(Dansk Psykolog Forening)에서 전문서기관으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보건복지 단체에서 서기관 및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2007년부터 2015년 대안당 의원이 되기 전까지는 공무원노조(OAO∙Offentligt Ansattes Organisationer)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2015년 대안당 원내 대표로서 정계 생활을 시작했다.
캐롤라이나 막달레나 마이어(Carolina Magdalene Maier)는 정치∙교육∙시민 계몽∙아동∙가족∙스포츠 부문 대변인이다. 1973년 11월28일 유틀란드 남부 소도시 하데르슬레우(Haderslev)시에서 태어났다. 1993~1996년 오덴세대학교에서 인문학 스페인어 과정을 전공했다. 1996년 코펜하겐대학교 대학원으로 옮겨 사회학으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2009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4~2005년 덴마크 지방정부연구소 KORA에서 보조연구원으로 일했다. 2005~2006년은 구호기구 액션에이드덴마크(ActionAid Denmark) 연구자문가로 과테말라에 파견돼 일했다. 박사 과정을 마친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보험회사 트리그(Tryg)에서 북유럽노동환경 리더로 일했다. 2011~2015년은 덴마크 수도권에서 환자 지원을 위한 지식 센터(Videncenter for Patientstøtte∙Knowledge Center for Patient Support)에서 센터 매니저로 일했다.
2015년 총선에서 대안당 소속으로 입후보해 국회의원으로 정치 생활을 시작했다.
라스무스 노르쿠이스트(Rasmus Nordqvist)는 대안당 정치∙외교∙유럽연합∙문화∙언론∙성소수자 분야 대변인이다. 본인도 성소수자다. 2013년 11월 니콜라이 엘루어 외스텐룬드(Nicolai Elver Østenlund)와 결혼했다.
원래 디자이너였다. 1996년 국립덴마크아카데미 순수예술학부 디자인스쿨에 입학해 디자인을 전공해 1999년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5~2008년 바이테카이란드(Bitte Kai Rand)라는 덴마크 패션 브랜드에서 국제 브랜드 매니저로 일했다. 2011~2014년은 콜딩디자인스쿨(Design School Kolding)에서 외부 강사로서 학생을 가르쳤다. 2014년에는 베를린 패션대학(Esmod Berlin)에서 강사로 학생을 가르쳤다.
2015년 6월18일 대안당 질랜드 지역구 비례대표로서 정계에 입문했다.
울라 마가레트 샌드베크(Ulla Margrethe Sandbæk)는 대안당 협력 증진∙장애∙종교 부문 대변인이다. 본인도 종교인 출신이다. 1943년 4월1일 비보르(Viborg)에서 지구장(rural dean)으로서 비보르 일대를 관리하던 부친 하랄드 샌드베크(Harald Sandbæk) 슬하에 태어났다. 1963년 코펜하겐대학교에 입학해 1971년 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1년 코펜하겐 필립교회(Filips Church)에서 주교 대리(Vicar)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1974년에는 비에르케뢰드 교구(Birkerød Parish)로 자리를 옮겨 역시 주교 대리로 2004년까지 사역했다.
1989년 EU 팽창 반대 운동(Folkebevægelsen mod EU)에 참여하면서 정계에 뛰어들었다. 1989년부터 2004년까지 유럽의회 의원으로서 협력 증진과 종교 부문에서 활동했다. 2015년 대안당 수도권 지역 비례대표로 덴마크 국회에 입성했다.
페르닐 슈노어(Pernille Schnoor)는 가장 최근 대안당에 합류한 국회의원이다. 2016년 4월24일 사회민주당에서 대안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대안당 보건∙정신 의학∙장애∙노인∙시민권 부문 대변인으로 활동한다.
홍보 전문가이자 교육자다. 1967년 1월20일 오르후스에서 태어났다. 1988년 로스킬데대학교에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입학해 1994년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 코펜하겐비즈니스스쿨(CBS)에 입학해 2004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아르테(Arte)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1999~2000년에는 덴마크우체국(Post Danmark)에서 PR 컨설턴트로 일했다.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코펜하겐비즈니스스쿨에서 외부 강사로 학생을 가르쳤다. 2013~2015년에는 코펜하겐기술학교(Copenhagen Technical School)에서 교사겸 교육 컨설턴트로 일했다.
2009년부터 다양한 학교 및 지역 교육기관 이사회에서 활동했다. 2013년 사민당 헬싱외르(Helsingør) 지역 비례대표로 지목받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2015년 총선에서 사민당 북부질랜드 지역구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2016년 4월24일 대안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대안당, 위키피디아 덴마크
Uffe Elbæk danner nyt grønt parti, Politiken, 2013년 11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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