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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니 Jul 11. 2016

'3D'가 망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전)김기자, 캐캐묵은 기사를 다시 꺼냈다. VR의 성공을 점쳐보기 위해

VR이 3D처럼 일시적인 붐일 수도 있다는 지적을 담은 아이뉴스24 칼럼([성상훈] "VR 콘텐츠, 정말 잘 될까요?")를 봤다. 

기자시절, 3D 분야를 정말 가열차게 취재했던 게 갑자기 생각났다. 3D콘텐츠 회사를 찾아다니고, 스테레오그래퍼라는 신종 직업을 가진 분들을 인터뷰하기도 하면서 참 재미있게 취재했다. 


VR이 3D꼴이 날 수 있다는 우려는, 아마 3D가 주목받았던 당시 상황이랑 비슷한 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기사를 찾아보니 정말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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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개봉한 3D 영화 '아바타'는 국내에서 엄청난 파급력을 일으켰다. 그 재밌는 영화가 3D로 무장하니 더 꿀잼. 우리나라에서 3D에 대한 관심이 급 생긴 것도, 관련 시장을 태동 시킨 것도 '아바타'효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분위기가 어땠냐면, 서울디지털포럼(2010) 기조연설로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카메론이 방한했을때 국빈 대접을 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도 달려나가 카메론 감독과 미팅했고 방통위는 이를 보도자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잘 나가던 최시중 할아버지, 말년은 안좋았죠 구속각.....


기사: 최시중·캐머런, '3D 확산' 공감대 (2010.5.13 아이뉴스24)

http://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492351&g_menu=020300

<기사내용 중 발췌>"흥행대작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3D산업 활성화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최 위원장과 카메론 감독은 13일 오후 서울 광장동 호텔 W 서울 워커힐에서 간담회를 갖고 3D 발전 전망과 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만남에서 '3D TV와 영화가 미래를 지배할 것'이라는 카메론 감독의 서울디지털포럼 기조연설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하면서 3DTV 방송진흥센터 등 한국의 다양한 3DTV 활성화 정책을 추진 내용을 설명했다. "


이때 제임스 카메론은 삼성전자를 방문하기도 했다.(기사: 삼성전자-제임스 카메론 손잡는다) 물론 이후 삼성전자와 제임스카메론이 손잡아서 뭘 내놓았는지 아무도 모른 채 기억에서 잊혀졌다는 게 함정.


사족으로 썰을 풀자면 LG전자가 3D TV를 판매하면서 자사 TV에 기본 탑재했던 콘텐츠는 정말이지 멋있었다. (스토리가 없는 단순한 영상이긴 했다.) 그 생생함과 몰입감이란... LG전자 여의도 쌍둥이빌딩 지하에서 체험해볼 수 있었는데, 와. 이 정도 퀄리티의 콘텐츠만 많이 나와도 대박이다! 싶었다. 


하지만 볼만한 3D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간다는 것이 엄청난 함정으로 도사리고 있었다. 또한 3D 퀄리티만 좋으면 뭐하나, 아바타처럼 작품성과 흥행이 동반되지 않으면 관객은 즉시 외면한다. 그러니까 가성비가 정말이지 떨어지는 게 3D 콘텐츠인 것이다. 


2013년에 3D로 이 영화보다가 잤다. 슈퍼맨 팬들 미안합니다 전... 아마 안될 것 같아요.



돌이켜 보면 한 때 삼성, LG의 고급 TV라인에는 무조건 3D 기능이 탑재됐었는데, 사실 TV 자체 가격을 높이는 효과를 냈을 뿐 볼만한 콘텐츠가 없었던 게 실패의 요인이 아니었나 한다. 삼성은 3D TV 기술 구현방식을 두고 LG와 논란을 벌이기도 했는데, 그 이야기는 생략한다. 


성공의 관건은 콘텐츠다. 언제나 그랬듯

앞서 말했듯 3D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 들 볼만한 콘텐츠가 없으면 쓸모가 없다. 3D TV, 3D 스마트폰.. 그 것은 정말이지 빛좋은 개살구였다. LG전자는 3D 스마트폰 '옵티머스3D' 등을 띄우기 위해 자체 콘텐츠 마켓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 음 ... 이 기사(LG전자, 3D 콘텐츠 통합 플랫폼 만든다)로 갈음한다. 


하지만 제대로된 콘텐츠를 만들어 내려 했던 업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분위기를 타고 3D 콘텐츠 업체들도 등장했으니..

지금 생각나는 대표적인 콘텐츠 업체가 세 곳인데, 하나가 바로 'V3i미디어'다. 


기사: V3i미디어 "3DTV 없이 생생한 3D콘텐츠 본다" (2010년 11월 17일 아이뉴스24)

http://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529115&g_menu=020300

<기사내용 발췌> "영화 '아바타'로 인해 불어 닥쳤던 3D 열풍이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틈새시장을 공략한 3D 콘텐츠로 승부를 보겠다는 업체가 등장했다. 3D 콘텐츠 제작, 유통업체 '브이쓰리아이미디어(V3i media)'는 16일 서울 컨벤션 헤리츠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PC, 스마트폰 등 일반 2D 기기에서 볼 수 있는 3D 동영상 콘텐츠로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기사 작성 당시 분위기 때문에 리얼하게 쓰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다. 

이 업체는 기자들한테 분명히 이야기했다. "성인용 콘텐츠를 멋드러지게 만들겠다"고. 실제 '미스베이글닷컴'이라는 성인용 3D 동영상 라이브 서비스를 하기도 했다. 요즘 VR을 말할 때 '야동(VR 언어로 우동)'이 빠지지 않고 언급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VR과 마찬가지로 3D 역시 몰입감으로 승부하는 콘텐츠이니 야동에 적합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퀄리티높은 야동은 인류의 영원한 과제인 듯.(...)


기자 간담회때 등장한 슴케팅... 



이후 저 업체의 사장이 구속됐다는 기사를 분명히 봤는데 어떤 검색을 통해서도 찾지를 못했다. 기억의 오류일까? 아니면 무슨 연유로 삭제된 것일까? 세상 모든 콘텐츠를 3D판으로 만들겠다는 V3i미디어의 목표는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채 대중의 기억속에서 잊혀졌다. 


국내 방송사 중에서는 'KT스카이라이프'가 3D에 목숨걸었다 피봤다. 


정말이지 흑역사가 아닐 수 없다. 이 기사를 보자. 이몽룡 사장 "2012년 3D 제작에 50억 투자" . 50억이나 투자하려 했다. 다 투자했는지 투자하다 말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형출혈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자회사를 통해 3D 방송 채널도 오픈했었다. LG전자와 MOU를 맺고 3D 콘텐츠 협력을 하기도 했으나, 예상했듯 결과는 무산. (기사: LG전자-KT스카이, 3D TV 제휴 "없던 일로…") 당시 이모 사장이 공식석상에서 LG전자 3D TV가 최고라고 무진장 예찬론 펼친 게 민망해진 사건이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MOU를 맺은 후 LG전자 스마트TV를 통해 서비스하기 위해 양사가 노력하고 테스트까지 진행했지만 비용 부담이 컸다"며 "KT스카이라이프가 직접 3D 콘텐츠를 LG에 맞게 변환해 올려야하고 서버업체에서 서버를 빌려야 했다"고 전했다. 결국 두 회사가 비용 부담 문제로 갈등을 겪다 협상이 깨진 것으로 보인다."


3D 콘텐츠가 동반하는 어마무시한 제작비. 스카이라이프와 LG전자가 비용 문제로 투닥거리다 결별한 것도 뭐... 이해간다. 



참 안타까운 업체도 있었다...'리얼스코프'


취재 했던 업체 중 가장 안타까웠던 콘텐츠 제작사는 '리얼스코프'라는 곳이다. 꿈도 크고 기획력도 있었던 곳이다. (특히 사장님이 참 인사이트있었던 분으로 기억.) 국내 투자로는 괜찮은 퀄리티의 3D 콘텐츠를 제작하기 어렵다고 보고, 중국 투자를 받으려 시도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3D영화? 망하죠!"…리얼스코프 조성룡 부사장 (2011.1.18일 아이뉴스24 보도)

- "3D붐, 죽지 않아…다만 한국이 아닐 뿐"
<기사내용발췌>"한국에서 만드는 3D 콘텐츠는 글로벌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100억~200억짜리 3D영화를 우리나라에서는 만들 수 없습니다. 리얼스코프는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해서 3D 콘텐츠를 만듭니다. 중국 영화사에서 투자를 받아 '메이드 인 차이나'로 영화를 찍는 것이 그 예입니다." 
"리얼 3D를 구현키 위한 핵심인력인 '스테레오그래퍼'를 7년 전부터 육성하고 있습니다. 스테레오그래퍼는 미국에서 딱 50명밖에 없다는 인재 중 인재들이죠. 세계에서 3D영화를 위해 이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리얼스코프가 길러낸 한국인 스테레오그래퍼가 올해부터 출격합니다. 우리 기술력 없이는 발전이 어렵다는 계산이었죠." 
그는 리얼스코프가 3D 콘텐츠 제작의 '허브'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3D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누군가는 3D 콘텐츠를 원하게 될 것이며 이때 리얼스코프가 3D 기술과 관련한 종합 선물세트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당시 '리얼스코프'가 주도해 세계 최초 3D 드라마(가 될 뻔 했던) '신의'가 김종학 연출, 김희선 주연으로 공동 제작 기획됐었다. 또한 영화 '기생령'도 3D로 제작, 개봉될 것으로 예고되기도 했다. 지금 찾아보니 두 작품 다 일반 2D 영상으로 제작되고 말았으며, 이조차 크게 흥행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리얼스코프도 3D 거품론이 제기되는 분위기 속에서 중국으로부터 받으려했던 투자가 무산됐거나 하는 불운을 맞았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신의'의 경우 김종학 감독이 자살하기 직전 '유작'이 되는 비운의 작품으로 남았다. 


《신의》는 2012년 8월 13일부터 2012년 10월 30일까지 방송된 SBS의 24부작 월화드라마이다. 원래는 신의(神醫)라는 제목이었으나 신의(信義)로 한자를 변경했다.[1] 이 드라마가 종영된 후 이듬해인 2013년 7월 23일에 연출자인 김종학 PD가 출연료 미지급 문제와 배임 혐의로 검찰의 조사까지 받아오다가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면서 결국 이 드라마는 김종학 PD의 유작이 되었다.- 위키백과


리얼스코프는 이후 조용히 폐업한 것으로 추측된다. 지금 찾아보니 사이트도 없고, 2011년 2월 새 사장 선임됐다는 뉴스 이후 아무 정보도 찾을 수가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종합하자면 그렇다. 3D 시장을 육성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한 여러 노력은 있었다. 


앞서 말했듯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는 게 3D 콘텐츠다. 대형 투자가 단행됐다고 하더라도 꼭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다보니 3D에 대한 기대감을 무너지게 하는 저질 콘텐츠가 판친 것도 문제로 보인다. 일반 2D 영상을 3D로 변환하는 기술을 정부가 신사업이라며 독려했던 것도 패망의 지름길이었다. 변환 영상을 경험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대부분 아무런 감동이 없고 피로감만 준다.(+페북 친구 정보) 

점점 3D에 알맹이가 없다는 것을 느낀 소비자들은 철저히 외면했다. 아바타의 감동은 몇년이 채 가지 않았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시장도, 투자도 얼어붙었다. 리얼스코프 전 사장이 말한 "3D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누군가는 3D 콘텐츠를 원하게 될 것"은 현실이 아니었다. 3D는 거스를 흐름이 돼버렸다. 결국.



3D의 악몽은 VR에 재현될까?

일단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저렴한 VR 촬영 기기도 지속적으로 출시되는 분위기다. VR을 재생하는 헤드마운트 기기들도 꽤나 퀄리티가 높은데 가격이 비싸지 않은 편이다. VR 콘텐츠(우동)을 만들겠다는 업체도 벌써 눈에 띈다. VR을 각종 서비스에 활용한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실패? 성공? 아직까지 속단하긴 어렵다. 다만, 3D때 보다는 분위기가 꽤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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