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사회 그리고 굳게 연결된 카카오의 연결고리
세계경제포럼의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인류는 이미 4차 산업혁명 중심에서 살고 있다‘라고 하면서 ‘초연결사회‘를 언급한 적이 있다. 4차 산업혁명 테두리 안에 존재하고 있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 헬스케어, 사물인터넷까지 분산되어 있지만 결국 하나로 이어지는 테크놀로지는 ‘초연결’이라는 묶음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 AI 스피커라는 작은 디바이스도 날씨나 뉴스, 음악 등을 들려주지만 네트워크와 빅데이터로 연결되어 사용자가 원하는 답을 제시하기도 한다. 자율주행 자동차 역시 완전함을 이루려면 센서를 통한 장애물 감지는 물론 인공지능과 네트워크가 상호 연결되어 운전자를 대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연결고리가 하나라도 무너지면 어떠한 결과가 벌어지게 될까?
우리 생활 속에 깊숙하게 자리한 수많은 플랫폼은 각기 다른 형태로 서비스되고 있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간혹 네이버나 카카오라는 연결고리에 걸려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생각보다 더욱 많은 서비스가 거대한 빅테크 기업들과 ‘초연결’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앞서 4차 산업혁명과 초연결사회를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무엇 하나 빼놓기도 어려울 만큼 실생활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실정이다.
카카오의 주요 플랫폼을 누군가 대신할 수 있다면 ‘대안’이자 ‘대체’로서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카카오(혹은 네이버)로 흡수된 플랫폼이 더욱 많아진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Daum의 한메일을 주로 사용하는데 장애가 발생한 이후 단 한통의 이메일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지금 쓰고 있는 브런치 플랫폼(brunch.co.kr)도 자주 들어오는 웹사이트 중 하나인데 서버 문제인지라 이미지 업로드도 버겁다. Daum 사이트는 물론이고 카카오톡도 주말 내내 조용했다. 대신 새로운 가입자가 들어왔다는 텔레그램 푸시가 멈추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수백만 명이 카카오톡을 이탈해 네이버 라인으로 80여만 명이, 텔레그램으로는 20여만 명이 대거 이동했다고 한다. 일시적인 엑소더스인지 아니면 영원히 안녕을 고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의 사용자 일부는 카카오톡 자체를 지워버렸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카카오맵, 카카오내비, 카카오 모빌리티 등 수많은 플랫폼에 장애를 보이면서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였고 이를 대체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반짝 각광을 받기도 했다. 물론 지금까지도 그러하다. 이번 사태에 대한 수많은 기사들이 올라오면서 각종 미디어들은 빼놓지 않고 이 사건을 다뤘다. 10월 17일자 메이저 언론사들 역시 대문짝만 하게 사건 현황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일부 댓글을 보다가 촌철살인에 가까운 글을 본 적이 있다.
카카오는 계열사만 늘렸지, 정작 서버는 늘리지 않았네
데이터센터의 분산과 대응
네이버는 춘천시 동면에 데이터센터 ‘각(Gak)’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설립해 운영하고 있고 2023년에는 세종시에 제2데이터센터를 세울 예정이다. 반면 카카오는 주요 서버를 판교에 두고 있었고 스파크로 인한 화재가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카카오의 연결고리가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인데 그러한 측면에서 보이지 않는 서비스 뒷단은 굉장히 부실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또 눈여겨볼만한 것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거나 어쩔 수 없이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 그런 와중 작금의 사태가 벌어지니 카카오에 대한 ‘반감’ 역시 엄청났었구나 새삼 느끼게 되어버렸다. 싫든 좋든 우리는 카카오가 열어둔 카카오 세상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네이버의 춘천 데이터 센터는 2013년 완공되었다. 두 번째 데이터 센터를 용인에 설립하려다가 세종으로 우회하였다. ‘각 세종’은 2023년 세워질 예정인데 카카오 역시 같은 해에 ‘첫 번째’ 데이터 센터를 경기도 안산에 준비하게 된다. 10년 전 이미 거대한 데이터 센터를 마련한 네이버와 크게 비교될 수밖에 없는 이슈였다.
글로벌 IT 기업 구글이나 메타(meta, 페이스북) 또한 재난 상황 발생 시 빠르게 수습할 수 있는 시스템 분산과 더불어 신속한 복구를 대응 전략으로 삼는다. 데이터 센터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DR 역량’이라는 것은 사실상 주요 전략이라 하겠다. 여기서 말하는 DR은 ‘Disaster Recovery’의 줄임말로 재해복구라는 의미를 갖는다. 가상 전쟁 시나리오에서도 통신망을 우선적으로 타격한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주요 시설물이야 여럿 있겠지만 결국 미래의 전쟁은 네트워크 요격이라는 것인데 우리는 이미 전쟁도 아닌 실 생활에서 타격을 입은 셈이다. 그만큼 데이터는 매우 중요하다. 위에서 언급했듯 ‘초연결사회’로 진입할수록 연결고리의 중심이자 기둥인 서버는 더더욱 중요하다.
가을이 되면 ‘꺼진 불씨도 다시 봐야 할 만큼’ 화재에 조심해야 할 때다. 사실 가을이 아니어도 사시사철, 매 순간 조심해야 한다고 잔소리해도 모자랄 만큼이다. 그만큼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이와 더불어 지진, 테러 등 수많은 원인으로 발생되는 서버 다운에 대한 비상시 대응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필수적인 문제였다.
이른바 빅데이터 시대로 접어들면서 ‘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데이터는 네트워크와 연결되고 그 데이터는 네트워크를 타고 수많은 서비스에 매 순간 전송된다. 카카오톡이라든가 카카오와 연결된 서비스가 단 몇 분이라도 작동하지 않으면 ‘속보’라는 타이틀을 달고 기사화되는 실정이다. 그만큼 초연결사회 속에 수많은 사용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또 다수가 의존한다는 것이다. ‘독과점’이라는 키워드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정부에서도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독과점이라는 이슈에 대한 것이라면 여러 기업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독과점 문제와 더불어 그로 인한 사회적 폐해도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문어발식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지만 결국 지속가능성과 공공성이 전제가 되는 플랫폼인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카카오와 숙명처럼 공존하는 수많은 사용자들 위로 카카오와 같은 빅테크 기업이 있다. 여기에 법제화를 통해 ‘시장지배적’보다 ‘경쟁 친화적’ 구조로 바꾼다는 것이지만 이때다 싶어 그저 압박하고 규제해서 없애기보다는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그러한 대응의 중심에서도 정부 차원이 아니라 카카오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 스스로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 카카오가 먹통이 되니 불편한 것들이 많아지기는 했습니다. 브런치야 쓰지 않으면 그만, Daum에 펼쳐진 뉴스도 안 보면 그만입니다. 카카오톡과 연결된 수많은 사람과의 소통이 쉽지 않기도 했었고 실제 텔레그램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답니다. 한메일(hanmail.net)은 아직도 먹통이라 한통도 볼 수 없는 지경입니다. 초연결사회라고 하지만 이토록 카카오와 굳게 연결된 고리가 많을 줄이야.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여 작성했습니다. 저도 카카오를 자주 애용하는 카카오 세상의 유저입니다. 물론 카카오와 연결된 플랫폼이나 서비스는 적지 않은 타격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 개인적인 의견이 다수 들어가 있습니다.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엇갈릴 수 있는 이슈이기도 하겠지만 정치적으로 다루려는 의도는 ‘1’도 없습니다.
※ 다른 대안을 찾아 엑소더스를 펼치는 사용자들이 더러 있을 것 같습니다. 역시 개인의 선택입니다.
해당 콘텐츠는 Pen잡은 루이스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